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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뚱 Sep 15. 2023

Santiago de Compostela 3

Santiago de Compostela  사진으로 슬쩍 보기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산띠아고 데 꼼뽀스뗄라고 읽어야 스페인어에 가깝다)는 성당과 수도원이 많다. 그리고 그 성당, 수도원 하나하나가 크고 아름다운 모습을 하고 있다. 스페인 국토회복운동으로 이슬람세력으로부터 되찾은 땅에는 기독교의 힘을 과시하는 장식과 전설이 빼곡하게 자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나 보다. 특별히 이교도로부터 되찾은 중심도시가 되다 보니 더욱더 이렇게 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고대, 중세, 근대 종교의 모습은 매우 이중적이다. 신과 종교의 이름으로 자행된 수많은 종교전쟁은 특히 더 잔인하고 가혹했던 것 같다. 스페인에서도 기독교(가톨릭)의 이름으로 자행된 잔혹했던 종교재판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며, 이슬람 세력을 몰아내던 과정의 전쟁엔 기독교의 전설이 많이 남아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믿음, 소망, 사랑을 이야기하는 종교가 상대에게 얼마나 잔인해질 수 있는지 역사는 그 사실을 영원히 기록하지 않을까?

 

산티아고 대 성당에는 불을 밝히는 탑이 하나 서있다. 시계탑으로 불리는 이 탑은 또래 다 뜨린다데(베렝겔라)라고 불리며 희년(야고보 축일 기간)에 내내 불을 밝혀 순례객들을 안내하는 등대 역할을 한다고 한다. 

희년은 야고보 성인의 순교기념일인 7월 25일과 일요일이 일치하는 해를 말하며 11,6,5,6년 주기로 발생한다고 한다. 2021년이 희년이었으나 코로나라는 세계적인 팬데믹으로 인해 2022년까지 연장되었다. 그래서 난 희년에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를 방문한 한 사람이 되었다. 


어느 밤 마트를 찾아가는 길 상가의 쇼윈도 안에서 발견한 위대한 여배우 오드리 헵번의 뻐큐를 인쇄한 셔츠라니... 뭐랄까 위대한 성인의 도시에 한방 날리는 느낌이 들었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의 밤풍경은 술집 주변으로 사람이 많고 상가가 없는 골목은 매우 조용하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역. 기차역 뒤편에 버스 터미널도 있다. 
멀리 보이는 이곳은 Cidade da Cultura de Galicia 갈리시아 문화도시라고 불리는 곳으로 좀 많이 걸어서 갈 수 있다.
고양이 뭐냐... 멋지다.

중심부에서 좀 걸어 나오면 남쪽으로 Colegiata de Santa María de Sar가 있는데 버팀 도리가 유명하다.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 꼭 봐야 할 곳 중 하나. 작은 박물관도 있고, 내부를 볼 수 있는 시간에 방문하면 아름다운 내부도 볼 수 있다. 하지만 난 박물관에 만족했다. 

구글 위성지도로 본 성당 모습

요기까지가 Colegiata de Santa María de Sar의 외관과 박물과 전시물 등의 사진이다. 

Capela do Pilar

Parque da Alameda (Santiago de Compostela)에는 연못, 벤치, 잔디, 음수대 등이 있어 날 좋을 때 여유를 부려볼 만한 장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왼쪽 동상(Escultura de Méndez Núñez)은 스페인 무적함대의 영웅이라고 한다.

대성당 앞 광장을 오른쪽으로 통과해 내려가면 바로 만날 수 있는 'Igrexa de San Frutuoso'는 작지만 매우 아름다운 돔을 가진 성당이었다. 잠시 앉아 인류 평화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Igrexa de San Frutuoso 내부의 아름다운 돔과 제단
Igrexa de San Frutuoso의 옆모습

프랑스길에서 접근하는 길에 있는 Capela de Ánimas는 마침 미사가 끝나 실내를 구경할 수 있었다. 

성당 정면 중앙의 조각이 뭔가 모르게 느낌 있다. 

11월부터 3월까지는 운영하지 않는 Albergue Seminario Menor에서 바라본 대성당 방향의 스카이라인.

입구 계단에 앉아 일몰을 바라보며 와인이나 맥주 한잔 하면 좋다. 

Albergue Seminario Menor 싱글룸을 18유로에 얻을 수 있다. 샤워실과 화장실은 공용이다. 

나의 두 번째 산티아고 순례길은 88일간 총 2060km(공식 순례길만)를 걷고야 끝났다. 90일을 넘길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최대한 걸을 수 있는 만큼 시간을 맞춰 걸었지만 막상 집에 돌아가야 하는 순간이 왔을 때 또다시 올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은 더 커졌다. 

그냥 걷기만 하는 이 길에서 무언가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경기도 오산이다. 혼자 있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장거리를 걷는 고통을 충분히 감내할 수 있고, 걷는 것 그 자체를 즐기는 사람에게는 최고의 여행이다. 

하지만 어떤 이들에게는 최악의 여행이 될 가능성도 크다. 특히, 같이 온 사람 혹은 길에서 만난 사람과 헤어지기 싫어서 억지로 자신의 신체능력을 벗어나 걷는 경우 100% 그럴 가능성이 크다. 몸은 거짓말을 못한다. 내가 걸을 수 있는 속도과 거리만큼만 허락하는 것이 내 몸이다.

목적을 가지고 걷기보다는 그냥 걷는 것을 좋아하고 오랜 시간 혼자 있는 경험을 하고 싶을 때 산티아고 순례길은 더 큰 위안과 경험을 준다.

조용한 순례길을 원한다면 1월의 프랑스길, 4~10월까지의 은의 길, 북쪽길을 걷는다면 최고의 여행이 될 것이라 장담한다. 


아직도 걸어보지 못한 순례길이 많다. 죽기 전까지 모든 순례길을 걸어 볼 수 있길 꿈꿔본다. 매일 걷다 어느 날 길에서 자다가 죽을 수 있다면 내 인생의 가장 큰 축복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난 다시 2024년 3월 31일 프랑스 파리로 가는 비행기표를 예매했다. 이번에는 존경하는 선배님 한 분을 모시고 프랑스 길과 프리미티보 길을 걸어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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