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번째 까미노는 이모작의 마중물이 될 수 있길.
2022년 9월 초부터 3개월 동안 2060km를 걸은 후 다시 까미노를 찾을 일이 있을까라는 생각과 남아 있는 미답 까미노를 모두 걸었으면 좋겠다는 두 가지 생각이 늘 같이 들었다. 어쨌든 목구멍이 포도청이라 재취업을 위해 뭐라도 해야 했고, 23년 1월부터 국비 지원을 받는 편집디자인 교육을 받았다.
5개월의 수업에서 디자인 컨셉을 잡아 구체화시키고 이미지 편집툴인 포토샵과 일러스트레이터로 구체화시킨 컨셉을 적용해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로고, 심벌과 함께 관련된 애플리케이션을 만드는 연습을 했다. 명함, 봉투, 컵, 유니폼 등에 만들어진 로고와 심벌을 적용하는 연습을 했다. 추가로 인디자인이라는 출판 편집 프로그램을 사용하여 팸플릿, 브로슈어 등을 만들어 보기도 했다.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하루 8시간의 수업을 통해 바로 실무를 할 수 있는 수준의 수업을 진행했다고 생각했지만, 역시 본업이었던 화장품 상품기획과 마케팅이 아닌 디자인 업무로의 취업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
[작업예]
디자인 과정을 수료하고 여름을 지나 취업이 쉽지 않아 추석 즈음 쿠팡의 배송 캠프에서 야간 알바를 시작했고 현재까지 4개월 정도 이어지고 있다. 단순하지만 몸을 써야 하는 업무는 최저임금을 받고 하기엔 한심스러울 수 있었지만 뭐 그래도 나름 스트레스도 없고 목표도 없고 시간에 맞춰 오는 간선차량 기준으로 업무를 진행하면 됐기에 나름 만족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런 알바마저도 고정적으로 하는 게 쉽지도 않고. ^^
아무튼 알바를 시작할 즈음, 사회생활을 시작했던 회사의 선배님이 어느 날 갑자기 24년 4월에 산티아고 순례길을 같이 가자고 하신다. 가끔 내가 해주는 순례길 얘기와 사진을 보시곤 많이 동경했었나 보다. 나야 마다할 이유가 없어서 냉큼 수락했고, 항공권부터 예약해 파리에서 1박 호텔, 생장 삐에드 뽀흐의 지트(알베르게 비슷한 것을 프랑스에서는 지트라고 한다)를 예약할 필요가 없지만 예약했다.
이렇게 세 번째 까미노는 일사천리로 결정되었다. 3번째 까미노는 3월 31일 저녁에 출발해 5월 17일에 귀국하는 일정으로 짰는데, 순례길을 처음 접하는 경우 편리한 프랑스 길을 30일 정도 일정으로 잡았고, 남는 시간에는 포르투에서 출발하는 포르투갈 길과 프리미티보 길 중에서 선택하는 것으로 했다.
알바 생활자가 여행 경비를 마련하는 것이 쉽진 않았지만 형편이 어려운 가운데서도 선뜻 그러라고 하는 집사람이 고마울 뿐이다. 아내와 같이 걷고 싶은 길이지만 걷는 것이 그렇게 기쁘지 않은 사람에게 강요할 수도 없고, 대신 26년에는 같이 걷는 것으로 구두 약속을 하는 것으로 나의 4차 까미노가 예약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