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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우리는 사랑을 다시 배워가는 중이다

by 감동글

본인과 배우자는 둘 다 어릴 때 할머니 손에 자랐다


저마다 이유로 어린 시절 부모의 장기 부재가 있었고 그 빈자리를 조모가 사랑과 헌신으로 채워줬는데

바꿔 말하면 어른들이 소위 말하는 부모복이 없다고도 할 수 있다


연애 초반 공통된 가정환경을 알게 되었을 때 더 가까워질 수 있어 좋았지만

나이가 들어도 가슴 한 켠에 남아 있는 유년기 때 부모와는 거의 없었던 애착 관계가

자녀가 태어나고 본인과 배우자 모두 심각한 단점으로 이어질지는 미처 몰랐다


본인집 자녀는 시험관 6차만에 어렵사리 세상을 나와 현재는 36개월차에 접어 들었다

출산 첫날부터 아니 그 이전 난임병원 다닐 때부터 현재까지 있었던 일을 써보라하면

주말드라마 한 편 정도 분량은 금방 뽑아낼 수 있을 정도로 엄빠 모두 최고는 아니어도

최선을 위해 혼신의 힘을 다했다


물론 어느 가정이나 내 자식 귀한건 마찬가지고 시험관 아기라 더 그럴 수 있지만

본인 어릴때 보통의 친구들과 달리 부모의 사랑을 못 느꼈던 아픈 상처를 겪게 해주고 싶지 않아

육아에 정말 진심이었다

엄마는 말할 것도 없고 말이다


그렇게 태어난 순간부터 자녀만을 위해 물불 안 가리고 앞만 보고 달려왔는데

하루가 멀다하고 집으로 육아용품 배달 시키는 엄마와 쉬는날 아기랑 뭐하지 고민만 하는 본인에게

정작 이 아이가 우리 부부를 보고 과연 뭘 배울 수 있을까 란 생각이 들었다


또 엊그제 본인집 자녀와 비슷한 또래 아기가 방긋 웃고 지나가면서 그 뒤로 유모차를 밀며 즐겁게 대화를 나누면서 지나가던 어떤 부부의 미소를 보고 정작 우리 부부는 서로 얼굴 맞대고 웃어본적이 언제였는지 떠올려보니 자녀를 바라보며 같은 시선으로 웃는 적은 많아도 서로를 바라보고 웃었던 때는 전생인 것처럼 기억도 안나더라


사랑이 뭔지 모르고 받아보지도 못한 채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

내 아이가 "엄마아빠는 날 정말 사랑했어" 이건 분명 느끼겠지만 그 사랑의 모양이 남들과 달라 조금 걱정된다


아이를 바라보며 웃는 게 전부가 아니라 부부 서로가 서로를 바라보며 웃을 수 있어야 아이도 그걸 보고 건강히 자랄 수 있을 텐데,

사랑은 주는 게 다가 아니고 함께 웃고 바라보고 기다려주고 그렇게 보고 자라는게 더 클텐데,


오늘따라 괜히 이런저런 생각이 많아졌다

그래도 말 나온김에 내일은 배우자 얼굴 보면서 한 번 웃어봐야겠다

아이도 아닌 거울도 아닌 서로를 마주 보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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