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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의 빚

by 감동글

십년 전, 서울 드림을 꿈꾸고 올라온 직장에서 하루 아침에 짤렸다

그리고 두시간 뒤, 살고 있던 전셋집도 경매에 넘어갔다는 전화를 받았다


(이하 중략)


6개월을 방황했고 겨우 정신 차리고 일자리 잡아 시작한지 한 달째에 절친한 동창이 결혼한다고 연락 왔다


별로 없던 모은 돈도 다 써버렸고 전셋집 때문에 대출도 안되던 상태,

딱 최소한의 한달치 생활비만 남겨두고 다음 월급날만 기다리고 있던 때라 기쁜 소식이 반갑게만은 들리지 않았다


내 사정을 얘기할 수 있었겠지만 좋은 날에 굳이 하고 싶진 않았고(할 필요도 없고) 있는지 없는지도 몰랐던 저금통을 털어보니 딱 10만원이 나왔다

내가 멀리 살고 있는걸 알기 때문에 편부만 할까 했지만 그래도 직접 가서 축하해주고 싶어 부조금은 혹시나 식장에서 만난 다른 친구한테 급하게 꿀 생각으로 기차표를 끊었다


하지만 친구 결혼식 당일, 다닌지 얼마 안된 직장에 고객과의 문제가 생겨 자리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고민 끝에 친구와 안면 있던 전여친 현배우자를 결혼식에 보냈다


그 뒤 서로 현생이 바빠 뜨문뜨문 연락 하다가 이후엔 sns로 생사확인만 하였고 몇 년 뒤 내 결혼식이 되었을때 일부러 소식 전하진 않았지만 고맙게도 그 친구는 참석해서 자리를 빛내주었다


이제 친구 결혼식에 전하지 못한 부조금을 몇배의 이자를 쳐서 줄 수 있을만큼 돈은 있었지만 줄 수 있는 명분이 안 생겼다

대뜸 돈만 덜렁 보내기도 웃기니깐 말이다


그렇게 마음의 빚을 진채로 몇 년이 더 흘렀고 어느날 친구가 임신했다는 소식을 듣고선 곧 마음의 빚까지 갚을 수 있겠구나 생각이 들었다


애석하게도 친구 자녀의 돌잔치에도 참석하진 못했지만 편부는 두둑하게 보냈다

그리고 곧장 걸려온 전화에 이제서야 빚 갚는거라며 받아도 된다고 했고 돈거래를 해본적 없던 사이라 의아해했지만 아마 끊고나서 무슨 뜻인지 알았을 것이다


그렇게 마음의 빚을 갚고 난뒤 서로의 인생은 각자 달라졌지만 가끔 들리는 지인들의 경조사가 있을때면 그 친구가 유독 생각난다


우리 참 재밌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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