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배우자와 큰소리로 부부싸움을 했다
싸움의 발단은 항상 정답 없는 돈과 육아 문제 였다
몇 십분을 서로가 옳다고 치열하게 대립했고 내 목소리가 고성을 넘어 괴성으로 변하는 순간
우리 부부의 대화를 중재한 이는 지금 생각해도 가슴 아픈데
말 못하는 27개월 어린 아기 였다
내가 8살쯤 되었을까?
부모님과 5살 차이 나는 동생과 함께 단칸방에서 살던 때가 있었는데 어느 날 부모님이 우리를 재워놓고 밤늦도록 다투시던 기억이 난다
아버지의 고함 소리와 어머니의 흐느낌 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이불을 얼굴까지 덮어쓴 채 숨 죽이고 덜덜 떨고 있는 것 말고 할 수 있는게 없었다
어린 나이라도 그 때 느꼈던 공포와 두려움은 성인이 되고 이제 내가 부모님 나이 정도 되었어도 또렷히 기억나는데
내 아이가 우리 부부를 바라보며 느꼈을 무서움과 혼란, 그리고 아직은 이해할 수 없는 여러 감정을 느꼈다고 생각하니 심장이 뜯겨져 나갈 것 같았다
자식 앞에서의 부부싸움은 나이가 많든적든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음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막상 그 순간을 피하지 못한 내 자신을 생각하면 참 바보 같고 원망스럽다
그리고 엄마 아빠가 심하게 다퉜던 이날의 시간을 기억하지 못하길 바라는 건 내 욕심일테지
잠든 아기를 바라보며 다시 한 번 속으로 다짐하며 배우자가 좋아하는 라면을 끓여 상에 차려 놓고 잠시 자리를 비운다
그리고 이내 비워진 냄비를 보고 그렇게 우리는 말 없는 화해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