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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주라리 Jul 26. 2023

[청소년 추천 게임2] 삼국지 13

#상상력 #인간애 #자기객관화

● 들어가며

  때는 96~98년, 어렸을 때라 정확한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하지만 또렷하게 떠오르는 공간이 있다. 바둑학원 한켠에 있었던 5평 남짓한 휴게실. 그곳에는 아이큐 점프, 소년 챔프, 찬스 3대 만화잡지가 모두 있었다. 나는 물론 바둑을 좋아해서 학원에 갔지만 휴게실에서 혼자 은밀하게(?) 만화보는 것 또한 좋아했다. 온갖 만화의 스토리와 상상력이 내 머릿속을 스쳐갔는데, 그 중 유일하게 아주 오랜기간 남아 있었던 작품이 있다. 용랑전이라는 작품이다.
  중학교 3학년인 주인공이 비행기를 타고 중국으로 수학여행 가던 중 용에게 먹히면서 서기 207년 신야(중국의 지명)로 떨어지게 되면서 스토리가 시작한다. 만화 자체도 재미가 있었지만 이 만화는 8~9살 꼬마였던 나에게 큰 질문을 던졌다.
"삼국지 역사를 알고 있는 상태에서 삼국지 시대의 한 복판에 떨어진다면 당신은 어떻게 하겠습니까?"

  초, 중학생 시절 가장 많이 생각해 보고 상상했던 질문이다. 생각만으로도 흥미진진했지만 삼국지 게임을 통해 실제로 시뮬레이션을 해 봤던 경험은 아주 큰 즐거움이자 추억으로 남아 있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상상력의 상당 부분은 여기에서 시작됐으리라. 

  이 시기에 유행했던 windows 95시절 삼국지 4이다. 당시에 나는 10살밖에 안됐기 때문에 주로 형이 하는 것을 옆에서 구경했다. 가끔 형이 없을 때 혼자 시도했던 것 같은데 구경하는 것을 더 좋아했던 것 같다.이 때부터 삼국지의 매력에 빠져서 5권 짜리 만화 삼국지를 읽게 됐고, 60권 짜리 '전략 삼국지'를 빌려보게 되엇다. 나중에는 소설 이문열 삼국지 세트도 읽었다. 이어서 삼국지 5, 6 시리즈를 플레이하며 삼국지 매니아가 됐다.
  평생 삼국지 게임만 한 것은 아니지만, 잊고 지내다가 우연히 기분 좋게 발견하는 점퍼 주머니 속의 천 원짜리처럼 연휴 때 가끔 다시 플레이하게 되는 삼국지 시리즈는 나에게 즐거움을 준다.
  2022년 5월, 약간의 게임불감증 증세를 겪고 있던 중 갑자기 삼국지 생각이 났다. 옛날의 감흥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다. 마침 세일 중인 삼국지13 PK를 구입하게 된다.
 

● 게임 소개

  삼국지 시리즈는 35년이라는 긴 세월동안 14편이나 발매되었고, 넘버링마다 제각각 특징을 가지고 있다. 너무 오래된 시리즈는 그래픽, UI, 조작 등이 불편하여 입문자에겐 추천하기 어려운 관계로, 삼국지 13을 기준으로 소개하겠다. (최신작은 삼국지 14지만, 이전 시리즈에 비해 게임 시스템이 많이 간소화되어 삼국지 시리즈를 대표적으로 소개하기에는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름 : 삼국지 13 (Romance of the Three Kingdoms 13)
장르 : 역사 시뮬레이션
설명 :
말 그대로 삼국지 시대의 무장이 되어보니 역사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등장인물 800여 명 중 1명이 되어 천하통일을 목표로 살아간다. 역사에 등장하는 인물뿐만 아니라 신무장을 등록해서 플레이할 수도 있다.

내정 파트


전투 파트

 

시리즈마다 평가가 천차만별이다. 삼국지 13 오리지널은 평가가 좋지 못했는데 PK(파워업키트) 버전이 나오면서는 많이 좋아졌다. 위 평점은 오리지널 때다. 지금 플레이를 하게 된다면 삼국지 13 PK로 하길 권한다.

● 매력요소 + 교육적인 요소


1. 상상을 실현시키며 느끼는 성취
  인간이 상상을 할 수 있는 존재라는 것은 큰 축복이다. 상상하는 것 자체가 큰 즐거움이기 때문이다. 특히 어릴 때일수록 상상을 많이 해보는 게 넓은 세계관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도움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야기를 입체적으로 감상한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감상법이 상상을 통해 변주해 보는 것이다. 삼국지는 수십 년의 기간 동안 수많은 등장인물이 등장하는 거대한 스토리탤링이다. 삼국지 스토리와 만나는 것 자체가 흥미롭지만 나아가서 변주를 통해 새로운 역사를 만들고 싶어 진다.
  머리로 상상해 보는 것도 좋지만 시뮬레이션 게임을 통해 실제로 상상을 실현시키는 경험은 교육적인 관점에서 아주 소중하다. 한 개인이 자존감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아주 중요한 단계가 성취를 쌓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성취는 크면 클수록 좋다. 애니팡 클리어보다는 훨씬 어렵지만 내가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성취의 경험을 갖게 하는 데 있어서 삼국지 게임은 충분한 동기를 제공한다.
 
2. 인간애
  무력 최강 여포, 지력 최강 제갈량. 삼국지 게임은 800여 명의 등장인물들 모두가 수치로 표현된 능력치를 갖고 있다. 천하통일을 위해서는 당연하게도 좋은 능력치를 가진 우리 편이 많아야 한다. 능력치에 따라 등장인물들의 활용도가 결정된다. 좋은 능력치를 가진 인물들은 항상 가까이에 두고 계속 사용하게 되고 좋지 않은 능력치를 가진 인물들은 신경을 안 쓰게 된다.
  하지만 세력이 커지면 커질수록 인물 한 명 한 명이 더 필요해진다. 귀해진다. 아무리 뛰어난 능력치를 가진 인물이라도 몸은 하나기에 동시에 여러 가지 일을 할 수 없다. 좋은 인물이 전투 중이라면 내정을 돌보는 일은 다른 사람이 해야 한다. 이 지점에서 모든 등장인물들에 대한 연민과 사랑이 생긴다.
  '인간애'라는 타이틀이 좀 거창하다고 느껴지지만 , 어린 시절 나를 돌아봤을 때는 각각의 등장인물들에 대해 많이 몰입했었다. 거의 대부분 등장인물들의 능력치와 스토리를 외우기까지 했다. 심지어 중학생 때 친구와 종종 '삼국지 등장인물 대기' 대결을 펼쳤던 기억이 난다. 마치 나라이름대기 하듯ㅎㅎ
 
3. 자기 객관화
    누구나 자신의 능력에 대해 스스로 평가하며 산다. 학생 때는 세상 경험이 많지 않기에 더욱 어렵고 혼란스러워하면서 생각한다. '나는 뭘 잘하지?', '나는 어떤 성격이지?', '나는 어떤 사람이고 싶지?' 등등. 대답하기 쉽지 않아 어렵다.
  삼국지 게임에 조금 더 빠지게 되는 단계는 새로운 등장인물을 만들어서 할 때이다. 보통은 게이머 본인을 만드는데, 능력치를 정할 때 아주 고민하게 된다. 과연 나라는 존재는 어느 정도의 능력치를 가졌을까 생각해 본다. 무력이 강한 스타일이고 싶은지, 지력이 빼어난 스타일이고 싶은지, 정치에 뛰어난 캐릭터이고 싶은지, 각각의 수치와 벨런스를 정하게 된다.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 보는 경험은 자기 객관화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 (물론 게임이기에 실제 자신보다는 게임에서 강력한 쪽으로 만들기 마련이지만) 직접적인 수치 비교를 할 수 있는 수많은 등장인물과 비교해 나는 어떤 수치이고 싶은지를 정해 보는 과정, 그리고 그렇게 만들어진 본인 캐릭터로 천하통일에 직접 뛰어들면서 더 강해지고 멋진 사람을 만들어 나가는 과정에서 자신을 객관화해보는 경험을 해볼 수 있다.
 

● 염려 지점

- 게임 시스템을 익히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 케릭터 관리 및 성장, 경영(내정), 전쟁 등 게임을 잘 진행하기 위해서는 알아야 할 게 많다. 삼국지 13에서는 '영걸전'이라는 튜토리얼 시스템이 있다. 일종의 캠페인 미션이다. 영걸전에서는 친절하게 게임 시스템을 배울 수 있도록 알려준다. 다만 영걸전을 클리어 하는데도 시간이 꽤 들어간다.(최소 10시간 이상) 평소에 "나는 튜토리얼 따위는 필요없다" 하는 사람은 영걸전을 하다가 질려버려서 이 게임을 제대로 시작조차 하기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인내심을 발휘하여 영걸전을 잘 마친다면, 시나리오모드 게임이 기다려지고 더욱 재밌을 것이다)
 
- 엔딩(천하통일)을 보기까지 인내심이 필요하다 : 목적의식을 갖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하면 중간에 그만두게 될 것 같다. 천하통일에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20시간 이상) 초반에는 세력을 키우는 재미에 열심히 하다가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고 나면 경영(내정)과 전쟁이 비슷한 패턴으로 반복된다. '이 인물로 천하통일을 해보겠다', '만약 역사가 이렇게 됐다면 어땠을까'와 같은 천하통일에 대한 스스로의 의무 부여가 있어야 엔딩을 볼 수 있을 것이다.
ex)
적벽대전에서 관우가 조조를 죽였으면 이후 역사는 어떻게 됐을지 알고 싶다.
제갈량으로 출사표를 성공시켜 위나라를 무찌르고 천하통일을 해보고 싶다.
 

● 총평 : 얼마나 교육적인 게임일까?


재미 ★★★★☆

+ 빠져들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
- 빠져드는데 시간이 필요하다
 
교육적 ★★★★★
+ 성장, 경영, 전략을 모두 담고 있는 시뮬레이션의 끝판왕
- 기본적으로 삼국지에 대한 관심이 있어야 한다
 
접근성 ★★☆☆☆
+ PC, PS, Switch, XBOX 모든 플랫폼에서 게임 가능하다.
- 높은 진입장벽 : 체득하는 데 걸리는 시간, 플레이 타임을 고려할 때, '한 번 해볼까'하는 마음으로 시작하기가 매우 어렵다.
- 손이 많이 가는 조작 : 자동사냥 또는 손가락 하나로 조작하는 시대에 정면으로 역행한다.
- 아재 게임? 진지 게임? : 옛날 느낌 또는 중국 느낌의 분위기와 아트워크에 대한 호불호가 있을 수 있다.



● 마치며

  냉동실에 초콜릿 세트를 두고 먹어 본 적이 있나? 너무 달아서 한 번에 많이 못 먹기 때문에 보통 보관해두고 생각날 때 꺼내 먹는다. 냉동실에 초콜릿이 있을 때의 든든함, 그게 삼국지 게임을 아는 사람의 마음이랄까?
몇 주, 몇 달 안에 삼국지 게임을 다시 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하지만 언젠가 심심할 때 꺼낸다면, 즐거움과 추억 그리고 보람을 느끼게 해 줄 확실한 카드이다. 당신의 냉동실에도 초콜릿을 채워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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