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취감 #호기심 #끈기
개인적으로 서양문화보다는 동양문화에 더 관심이 많은 편이다. 어렸을 때부터 온갖 종류의 삼국지 책을 읽고 게임을 했지만 그리스 로마 신화와 관련된 것은 며칠을 넘기지 못하고 집어던지기 일쑤였다.
여느 때처럼 게임 관련 정보를 찾던 중, 하데스라는 제목과 표지를 발견했다. 아마도 정식 출시 즈음이었을 것이다. (2020년 9월) 정확히는 모르지만 하데스가 그리스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신이라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기에 내용적으로도 관심이 안 갖고 그림체도 그다지 호감 가지는 않았다. 시중의 평가는 좋다는 것은 보았지만 손이 가지 않았다.
시간이 흘러 2022년 3월 말, 닌텐도 스위치를 열심히 하는 친구가 뜬금없이 '하데스'가 갓겜이라며 추천을 했다. 평소 그 친구는 포켓몬, 마리오 등 아케이드 게임을 위주로 해왔기 때문에 심오한 게임을 좋아하는 나와는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그 친구도 이 점을 모르지 않았을 텐데 갑자기 게임을 추천하니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며칠 후 게임샵에 구입했다.
이 작은 선택이 결국... (후술)
이름 : HADES (하데스) / 15세 이용가
장르 : 로그라이크(Roguelike), 액션, 롤플레잉
설명 :
게임의 주인공은 하데스의 아들 자그레우스로, 저승으로부터 탈출해 올림푸스 산에 도달하는 것이 목표이다. 플레이어는 시작 시에 임의로 생성된 방에 배치된 적들을 물리치며 죽지 않고 보상을 획득해 능력을 강화하며 진행한다. 사망 시에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나 획득한 보물을 사용해 다음 플레이 시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능력과 무기들을 해금할 수 있다.
- 출처 : 위키백과
게임 장면만 봐서는 엄청 특별해 보이지는 않는다. 흔히 볼 수 있는 쿼터뷰 액션 게임으로 보인다. 하지만 직접 해보면 안다. 이 게임은 기본에 충실하다. 단순한 조작으로도 빠르고 타격감 있는 전투를 할 수 있다. 이것만으로도 액션 게임으로는 충분히 합격이다. 근데 이게 끝이 아니다.
메타크리틱 평가 :
보기 드문 고득점이다. 90점 넘는 게임은 정말 잘 만들었다고 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수많은 2020년 게임 시상식에서 2020년 올해의 게임상을 받았다. 스팀에서는 20만 개가 넘는 평가 중, 98%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이 정도로 좋은 평가를 받은 게임은 거의 없다.
추천이유 1. 성취감
나는 똥손이지만 도전을 좋아하는 불행한 운명을 안고 태어났다. 무조건 첫 번째 엔딩을 보기 전까지는 절대 공략을 보지 않는 까다롭고 예민한 성격도 타고났다. 나에게 쉬운 게임은 거의 없지만 그래도 차근차근 진행하여 게임을 클리어할 때의 성취감을 맛보기 위해 게임을 열심히 한다. 이런 저에게 가장 힘든 게임 장르는 소울류 게임이다. 반복된 죽음에서 오는 짜증이 인내심을 넘어설 때가 많다. 그래서 소울게임은 엔딩을 본 적이 없다.
친구의 추천으로 하데스를 시작했다. 카툰 그래픽 때문인지, 괜히 쉬울 것 같아 게임을 만만히 봤다. 그러나 계속해서 5분 만에 죽고 스테이지 1을 넘어갈 수 없었다. 죽으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지만 그래도 ‘어둠’(캐릭터를 강화할 수 있는 재료)은 남는다. 5분 컷 당하더라도 조금씩 어둠을 모아 강해질 수 있었다. 결국 하나 둘 스테이지를 깨고 엔딩을 봤을 때의 성취감은 최고였다. 똥손이라도 끈기를 가지고 도전하면 큰 성취감을 느낄 수 있는 최고의 게임이다.
추천이유 2. 호기심을 자극하는 스토리
개인적으로 어릴 때부터 서양문화에는 왠지 몰입이 안 됐다. 이름들이 너무 길고 익숙하지 않아서 외워지지 않았다. 그리스·로마 신화에는 1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이 게임을 하고 나서는 달라졌다. 게임 스토리를 진행하면서 주인공(하데스의 아들 자그레우스)이 인연을 맺게 되는 다양한 그리스로마 신화의 등장인물들이 궁금해졌다. 왜 죽지 않는지, 가족 관계는 왜 이렇게 됐는지, 배경 디자인은 왜 이런지 알고 싶어 졌고 그리스·로마 신화 관련 책을 찾아서 읽게 됐다.
같은 행위를 반복해야 하는 로그라이크 장르의 특징을 스토리 전개에 녹여낸 것이 신선하다. 반복을 통해 새로운 스토리를 만날 수 있다. 그리고 반대로 스토리를 알고 싶어서 반복해서 플레이를 하게 된다.
- 스토리에 대한 거부감 : 알려진 그리스 신화의 신들을 캐릭터성과 관계를 게임 설정과 전개를 위해 재해석했다. 본인이 알고 있던 내용과 달랐을 때 혹시 거부감이 있을 수도 있지 않을까?
- 반복적인 게임플레이 : 대사와 스토리가 방대하긴 하지만 큰 틀에서 보면 지하세계를 탈출하는 것을 반복하는 게임이다. 그러면서 스토리를 알아가고, 강해지고, 다양한 무기를 얻고, 꾸미고, 수집하는 등 추가적으로 할 게 많은 게임이다. 추가적인 것에 관심이 없으면 금방 질릴 수 있다.
청소년 시기에 제일 재밌는 것을 꼽으라고 하면 게임이 빠질 수 없을 것이다. 과거에는 대게 남학생들만 게임을 했다면 최근에는 여학생들 또한 게임을 많이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기왕 게임을 하는 거라면 킬링타임 용도의 모바일 게임이나 중독성이 강한 온라인 기반의 멀티플레이 게임들(스타크래프트, 롤, 배틀그라운드)이 아닌 교육적 요소를 가지고 있는 게임을 하게 하는 게 어떨까?
게임을 좋아하면서 청소년 자녀를 둔 보호자라면 충분히 즐겁게 같이 할 수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한다. 타임어택을 경쟁할 수도 있을 것 같고 대화가 잘 되는 관계라면 게임의 캐릭터 설정과 스토리 전개에 대해서 얘기해 볼 수도 있지 않을까?
게임을 같이 할만한 사이가 아니라면 보호자가 게임을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도 관심을 가지게 할 수 있을 것이다. 구경을 하다 보면 하고 싶어 지게 마련이다. 한두 번 해보게 기회를 주면 분명히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
재미 ★★★★★
+ 액션, 롤플레잉, 로크라이크의 절묘한 조화
- 자신이 없다. 재미없을 자신이.
교육적 ★★★★☆
+ 친근한 배경과 개성 있는 캐릭터는 다른 배움의 욕구로 확장되게 만든다
- 그리스 신화가 그러하지만... 그리스 신들은 참 이상한 관계의 가족들이다.
접근성 ★★★★☆
+ PC, PS, Switch까지 모든 플랫폼을 지원
- 모바일에만 익숙한 경우, 조작이 조금 어려울 수도
이 게임을 만나기 전과 후, 나에게는 두 가지 변화가 생겼다.
첫 번째는 그리스 신화에 관한 책을 읽고 있다는 것이다. 30여 년 동안 기회가 있었음에도 관심을 갖지 않았던 '그리스 신화'에 대해 알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다. 그래서 관련 책을 찾아서 읽어보고 있다. 게임에서 만났던 캐릭터들이 신화 기록에는 어떤지 궁금해졌다.
두 번째는 플래티넘 *트로피를 따고 나서도 계속하고 있는 첫 게임이다. 레벨이나 티어가 있어서 계속하게 만드는 온라인 게임이 아닌 이상, 스토리의 끝이 있는 싱글플레이 게임을 여러 번 하는 것은 흔한 일은 아니다. 지금까지 내가 정말 좋아했던 게임들은 여러 번 깬 적이 있지만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하고 추가로 했던 게임은 없었다.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했다는 것은 바꿔 말하면 그 게임의 거의 모든 것을 다 했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데스는 거의 모든 것을 다 했음에도 또다시 하게 만드는 엄청난 매력이 있다!
* 트로피 : 트로피는 플레이스테이션 플랫폼을 이용하게 만드는 핵심 시스템으로, 게임 제작자가 플레이어에게 주는 미션이라고 할 수 있다. 게임마다 10~50여 개 정도의 금은동 트로피가 있으며, 모든 트로피를 다획 득하면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한다. 플래티넘 트로피를 획득했다는 것은 해당 게임을 꽤 열심히 했다는 증거다. 그리고 플래티넘 트로피의 개수는 해당 플레이어가 얼마나 게임에 진심인지 알게 하는 하나의 증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