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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두 향기 Jun 19. 2024

월 8000만 매출의 카페의 현실

월 매출이 8천만? 돈 많이 벌겠네?

제목대로 지금 글을 쓰고 있는 필자는 제목대로 달 평균 8000만 매출을 만들고 있는 사업자 입니다.

팔천만원이라는 매출을 자랑하려고 쓰냐구요? 아닙니다

그럼 팔천만원 매출을 찍어도 살기 힘들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거냐구요? 그것도 아닙니다.

그냥 사실을 이야기 하고 싶을 뿐입니다.


지금 유튜브, 인스타 그램에서 각종 본인 매장의 매출을 자랑하곤 합니다.

한달 매출 5천만원...1억원..... 어린 친구들이 보기엔 눈이 돌아갈 정도의 금액입니다.

하지만 이 글을 보시게될 많은 지식인 분들은 아실겁니다.

매출이라는 게 얼마나 부질없는 것인지


노른자이자 본질은 매출이 아닌 순이익이라는 걸 다들 아실겁니다.

저희 카페의 순이익은 솔직히 말씀드려 8000만원 매출임에도 불구하고 1천만 아래 정도입니다.

명확한 수치를 알려드리고 싶지만 그럴수도 없는게 달마다 달라지는 재료비+ 인건비+ 세금+ 전기세 등등으로 나가는 돈들이 매월마다 변합니다. 간간이 인테리어도 손보고 전자제품의 고장도 AS를 불러 처리하니 매번 달라지죠


저희 카페는 규모가 좀 큽니다. 정확한 층수는 알려드리긴 힘들지만 복층 규모입니다.

창업을 시작할 때 은행에게 빌린 돈의 이자도 꽤 쌔게 나가는 편입니다.

이런 것들을 다 따져보고 매출에서 빼면 대충 1천만원 아래 정도 되는 순이익이 나오게 됩니다.


"한달에 800~900만원 정도만 벌어도 충분히 많이 버는거 아니냐? 어쩌라고"

이런 말씀을 건내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맞습니다. 한달에 800만원 900만원 정도가 수익으로 찍힌다는 게 감사하며 살아갈만큼 큰 돈입니다.

하지만 직장인들의 월급 2~3배에 가까운 돈을 버는 만큼 일도 2~3배 많게 일을 하고 있습니다.

요새 흔히 말하는 워라벨이라는 건 눈곱만큼도 챙기지 못합니다.


각자가 선택한 것에 책임을 지듯 제가 선택한 이 창업이라는 무게도 제가 견뎌야 하는 거겠죠.

가끔씩 괴상한 손님들이 오는 것도 잘 해결해서 넘겨야 합니다.

그때 현장에서 일하고 있는 알바, 직원 혹은 저의 센스가 많이 중요한 순간입니다.


일하는 시간이 긴 만큼 다양한 순간들이 펼쳐집니다. 정말 친절함과 젠틀함을 갖춘 손님, 본인의 실수를 모르쇠 덮고 카페 밖으로 도망치거나 오히려 직원들에게 화내는 손님 등등 각종 상황에 부딪히게 됩니다.

이런 나날들을 겪고 나니 상사들의 눈치를 보며 일하는 직장인과 손님들의 눈치를 보며 일하는 카페나 다를게 없다는 게 느껴지더군요.

만약 이 글을 읽고 있는게 직장인이라면 당신과 저나 똑같이 삶을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인이라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카페 창업을 꿈꾸는 당신에게

요즘 요식업계에 창업률이 제일 높은 종류가 바로 '카페'입니다.

'물장사가 많이 남는다', '유튜브 같은 곳에 보면 음료 레시피 다 나온다', ' 인력도 알바 쓰면 금방이다'

등등 카페 창업에 혹할 만한 좋은 말들이 많이들 나오고 있습니다.

요새 각종 커뮤니티에서 카페는 좋은 창업이 아니라고 말도 나오고 있지만 다들 들은체 만체 하더군요.

여기에 대한 제 의견을 카페 창업을 꿈꾸는 당신에게 알려드리겠습니다.


'물장사가 많이 남는다'

일단 이 문장 자체로는 틀리지 않았습니다. 4000원의 커피가 있고 원가를 빼게 된다면 최소 3000원은 남을 겁니다. 하지만 이렇게 원가 계산이 끝이 아닙니다. 커피를 내릴려면 뭐가 필요하죠?

바로 원두를 갈아두는 '커피 글라인더'와 원두에서 성분을 추출해 원액을 내리는 '커피 머신'이 필요합니다.

글라인더의 경우 성능이 좋은 제품들은 최소 400만원에서 시작하게 됩니다.
저희 카페의 경우에는 800만원 짜리 글라인더를 사용중이네요. 커피 머신 중에서 괜찮은 모델을 사용하려면 천만원 단위에서 시작해야 합니다. 참고로 저희 커피머신의 가격은 2천만원이 넘습니다.

이는 섣불리 충동구매를 한 것이 아니라 커피의 맛과 향을 직접 느껴보고 결정한 선택이었습니다.

요즘 커피의 맛을 구분할 수 있는 손님들이 부쩍 늘었으니까요.


그런데 뭔가 이상하지 않나요? 원가를 제외해서 3000원 남는 커피 한잔을 팔려면 자그마치 1~3천만원을 지불해야 합니다. 저희는 3천만원 가까이 들여 커피를 내릴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이렇게 커피로 머신기들의 값을 뽑아먹을려면 약 '만'잔을 손님들께 팔아야합니다.


하지만 여기서 또 문제가 발생합니다. 커피 만잔을 팔 인력을 구해야 하는데요. 여기서 또 인건비가 한달에 몇백만원 많게는 천만원 나가게 지출이 발생할 겁니다.(저희 카페는 인건비로만 5천만원이 나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기서 전기세+세금(부가세+소득세), 인테리어 시공비 기타 등등을 추가하다 보면 팔아야 할 커피가 만잔이 아닌 10만잔, 100만잔 정도로 불어날 겁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물장사는 많이 남고 많이 나간다'로 정의할 수 있겠네요.


유튜브 같은 곳에 보면 음료 레시피 다 나온다

이 말도 틀린 말은 아니네요 ㅎㅎ. 다만 이 유튜브를 보는 사람이 카페 창업을 꿈꾸는 당신 한명 뿐일까요?

다들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으려 각종 레시피를 비롯한 정보를 수집중일 겁니다. 

그리고 손님은 맛을 못느끼는 멍청한 짐승이 아닙니다. 

이 업장 저 업장에서 맛이 비슷비슷, 거기서 거기라면 어딜 찾게 될까요?
보통 가격이 낮은 곳으로 몰리게 됩니다.

만약 당신의 음료 가격이 그 동네에서 제일 낮아 손님들이 많이 찾아오게 되었다구요?
축하합니다! 돈이 더 들어오겠네요!

근데 손님들이 많아져 일을 혼자 소화해낼 수 없으니 알바나 직원을 뽑아야겠네요?

축하합니다! 돈이 더 나가겠네요!


이렇듯 유튜브로 음료 레시피를 찾아 파는 짓은 그다지 추천을 안합니다.

가격을 낮춰 손님을 많이 끌어온다 한들 매출의 상승폭은 적고, 그 상승마저 인건비로 나가게 될 겁니다.

차라리 유튜브 레시피를 기반으로 하되 거기서 본인만의 바리에이션을 섞는게 더 낫겠네요.

본인 매장만의 퀄리티 높은 레시피를 만드는게 중요합니다.


인력도 알바 쓰면 금방이다

이건 틀린 말입니다.

요새 mz mz 말이 많죠? 저도 당하고 있습니다.

5명중 1명입니다. 이상한 알바들이 5명중 1명이냐구요? 아닙니다.

괜찮게 일을 해주는 사람들이 많게 쳐줘야 5명 중 1명이라는 말씀을 드린겁니다.


일을 줄이려 알바를 뽑았는데 도리어 일이 늘어버리는 괴현상, 

그리고 그 알바는 일이 힘들어 못하겠다고 돈만 받고 그만둬 버리는 결과

일은 별로 줄지가 않았는데 인건비만 더 나갔네요?


이 것이 지금 많은 카페 업주들이 겪고 있는 괴현상입니다.


드리고 싶은 말씀

결국엔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카페에 대한 환상(고수익, 쉬움)등은 내려놓고 현실을 마주하라는 내용입니다. 만일 본인이 카페 창업에 큰 뜻이 있다면 칼을 갈고 본인을 갈아 창업을 탄탄히 준비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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