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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두 향기 Jun 19. 2024

카페에서 보는 풍경, 만나는 사람들

나는 오늘도 카페에 일하러 출근하러 간다. 걸어서 20분 거리, 그 짧은 시간동안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른다. '오늘은 어떤 손님을 만나게 될까', '얼마만큼의 손님을 맞이하게 될까' 등등... 똑같은 출근길 위에 다른 생각들이 떠오르게 된다. 하지만 이런 생각과 다르게 매번 크게 다르지 않는 하루하루를 보낸다.


오늘은 화창한 날씨다. 카페의 통유리를 통해 길을 걷는 사람들의 화창한 미소가 눈에 들어온다. 그에 맞춰 경쾌한 발걸음과 함께 카페로 들어오는 손님들, 날씨가 좋아서 그런지 다들 일행들과 신나게 떠들며 같이 주문을 한다. 통유리로 청명한 햇살이 들어오며 매장 내부 분위기도 한결 살아난다. 이런 분위기 위에 자리에 앉는 손님들, '스무디는 제가 만들게요'라고 말하며 서로서로 합을 맞춰가며 음료를 만드는 직원분, 알바분들. 그리고 잠시 뒤 주문하신 음료가 완성되어 와주셔서 감사하단 말씀과 함께 손님들께 건네드린다. 음료를 받는 손님도 화창하게 웃어주시고 자리로 돌아가신다. 잠시뒤 손님이 많이 몰리는 피크타임, 최대한 분주하게 움직여 음료를 만들지만 뒷 순번의 손님에게 큰 기다림을 드릴 수 밖에 없게 된다. 음료 한잔을 주문하셨지만 10분을 기다리신 손님에게 '오래 걸려서 죄송합니다. 많이 기다리셨죠?' 라는 뻔한 말을 드리지만 돌아온건 '아 제가 다른 손님들보다 늦게 주문시킨건데 당연히 기다려야죠'라는 감동스러운 답변.  오늘은 화창한 날씨다.


오늘은 흐린 날씨다. 비가 오지 않아 다행이라고 해야하나, 라고 생각하던 와중 고등학생 처럼 보이는 자주 와주는 손님이 들어온다. 아직 커피가 부담스러운 입맛일 때라 그런가 매번 아이스티, 스무디를 주문해준다. 한편으론 청춘이라는 생각이 들 때도 있다. 무사히 주문된 음료가 손님께 나간후 잠시뒤 쓰레기를 밖에 내놓으려 나갔는데 눈에 들어온건 담배를 피는 그 손님의 모습. '담배를 펴도 될 나이처럼 보이진 않는데.. 동안인건가?'라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 처음 몇번 겪을 땐 당황스럽고 내가 나이를 보는 눈이 틀린가 싶었지만 이젠 사실 별스럽지도 않다. 하루에 몇번씩은 저런 학생들을 보기 때문이다. 한명한명 다 바로잡기엔 시간도 없고 그럴 자신도 확신도 없다. 오늘은 흐린 날씨다.


오늘은 비가온다. 비가와도 감사하게도 많은 손님이 찾아주신다. 주말이라 그런가..오히려 주말에 날씨가 좋으면 사람들이 멀리 놀러나가기 때문에 손님들이 적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렇게 카페에서 다행이라며 여기고 있던 와중 위층 테이블을 닦으러 올라갔던 알바분의 어두운 표정을 보았다. '위에서 무슨 일 있으셨나요?' 물으니 3층의 정수기의 물을 틀어놓고 가 물바다를 만든 손님, 테이블에 음료를 쏟고 도망간손님들이 있었다는 답변이 되돌아왔다. 아...가끔씩 이런 사람들이 있는데 오늘이 그날 이구나. 테이블과 물에 젖은 바닥을 청소할 도구를 챙기고 위로 올라갈 준비를 한다. 여전히 오늘은 비가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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