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신>, 프란츠 카프카

by 박승오


프란츠 카프카.

이름만 익숙하지 그의 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다.

필독서 목록에서 너무 자주 봤던 이름이라서,

읽기도 전에 지루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듣기도 전에 지루한 헨델과 바흐처럼.


최근 카프카의 이름이 눈에 자주 띄었다. 그러다 문득 궁금해졌다.

후대의 작가들이 자꾸 언급하게 만드는 카프카 소설의 정체가 무엇일까?

먼저 선택한 것은 <변신>이다.

앙드레 지드 하면 <좁은 문>, 알베르 카뮈 하면 <이방인>이듯,

카프카 하면 자동으로 연상되는 제목이었기 때문이다.


소설의 도입은 충격적이다.

사람이 벌레로 변하기 때문이다.

<변신>이라는 소설의 제목은 상징도 은유도 아니다.

물리적인 '변신' 그 자체이다.

사람을 벌레로 만든 이유가 뭐고,

그걸 통해 전하고 싶은 얘기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다.

해석은 오롯이 독자의 몫이다.

그래서 이 소설에 대한 다양한 해석과 담론이 난무한다.


사람이 짐승이나 괴수 또는 다른 생물체가 된다는 변신 모티프는 원형이라 부를 만한 익숙한 소재이다.

고대 국가에서 문명국가들에 이르기까지 변신 설화가 발견되지 않는 문화권은 없다.

식상할 정도로 리바이벌되는 00 맨 시리즈도 변신 모티프이다.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아온 화소임이 분명하다.

하지만 <변신> 속에서의 변신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격적이다.

주인공인 그레고르가 거대한 크기의 갑충이 되고,

몸뚱이에 비해 훨씬 가느다란 다리가 수없이 달린 형상으로 끈끈한 점액질을 바닥에 묻혀가며 돌아다니기 때문이다.


"한 마디로 역겹다."


카프카가 한 출판사에 <변신>의 출판을 제안했을 때, 출판사 대표가 했던 말이라고 한다.

그레고르가 왜 곤충이 돼 버렸는지에 대한 서사는 소설에 언급되지 않는다.

끔찍하게 변해버린 자기 모습에 당황하는 그레고르와, 그를 바라보는 가족들이 겪어야 했던 충격과 당혹, 그리고 그레고르의 처분에 관한 가족들 간의 표면적 갈등이 이야기의 처음과 끝이다.

무대는 벌레로 변한 그레고르가 외부와 격리된 채 기거했던 방과,

몇 차례 가족들 사이에 합류하기를 시도했던 거실이 전부다.

등장인물 또한 그레고르의 가족 몇몇과 소설 후반부에 잠깐 등장하는 하숙생들이 다이다.

작가의 명확한 의도겠지만,

동화에 가까울 만큼 단출한 이야기 뼈대와 좁디좁은 공간적 배경,

그리고 등장하는 인물들의 끊임없는 불통은

숨 막히는 갑갑함을 느끼게 한다.


가족들이 처음부터 그레고르를 외면하지는 않았다.

그레고르에 대해 처음부터 적대감을 드러냈던 아버지와 달리,

어머니와 여동생은 그레고르에 대한 거부감과 연민 사이에서 현실을 인정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것이 가족애로 보이지는 않는다.

본능적으로 먼저 튀어나오는 '혐오'와 위선으로나마 지켜야 했던 '당위' 사이에서 오는 내적 갈등이었다.

어머니와 여동생이 내보이는 혼란과 감정의 불균형은 애잔하다.

그레고르를 감싸던 여동생마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내보이는 적대감은 쓸쓸하기까지 하다.

곤충으로 변해버린 그레고르를 가족들은 끝내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레고르를 집에서 쫓아내자는 여동생의 주장이 아버지와 어머니에게는 부모로서 먼저 제안하기는 어려웠던 후련한 제안이었을까, 그저 묵묵히 동조한다.

그레고르는 결국 집 밖으로 쫓겨나 차가운 집 근처 거리에서 쓸쓸한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가족들을 향한 그레고르의 간절한 발화 행위는 가족들에게는 기괴한 울음소리였다.

누구에게도 도달하지 않았던 처절한 몸부림에 불과했다.


소설을 읽으면서 비루한 문학적 소양에 스스로 아쉬웠다. 누군가는 소설에서 인간 실존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인간 소외와 히키코모리를 얘기하며 현대 사회 문제를 고찰한다. 하지만 어쩐지 좀 우습다. 이현령비현령 같은 느낌이다. 하지만 충분히 재미있었다. 갑충의 모습이 궁금했다. 실재하지 않는 대상을 상상하며 그레고르의 가족들에 감정이입했다. 사람만한 벌레라니, 끔찍하고 소름이 돋는다.


카프카가 자신의 명성을 이용해 휘갈긴 장난 같은 글은 아니었겠지만, 작품의 내적 의미를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는 시간이 필요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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