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짐

by 박승오

부모는 자식을 위해 살고 자식은 그런 부모의 기대를 위해 산다.

자신들의 인생은 없고 평생을 서로를 위해 산다.

끔찍한 비효율이다.

악순환의 시작은 백 퍼센트 부모이다.


자녀가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은 모든 부모의 소망이다.

그것을 달성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부모 스스로가 잘 되는 것이다.

가장 안타까운 인생은 자기 삶의 유일한 업적과 소망이 자식의 성공뿐인 인생이다.

사랑이라는 단어로 포장하지만, 무의식 깊숙한 곳에서는 열등과 성취하지 못한 바랜 꿈이 드글드글하다.

자기 스스로 만족할 만한 인생으로 살아가기는 두렵고 어렵고 힘들다.

하지만 본인도 못하겠는 그 어려운 일을 자녀에게 강요하며 눈에 불을 켠다.

지독하게 이기적인 대리만족이다.

투영과 투사라는 심리적 기제를 통해 삶의 전반에 거쳐 어떻게든 보상받으려 안간힘을 쓴다.

물론 왜곡된 의식의 피해는 자녀가 고스란히 물려받는다.


자녀가 책을 읽게 하고 싶으면 부모가 그렇게 하면 된다.

자녀가 아침형 인간이 되게 하고 싶다면 자신이 아침에 온 집의 불을 켜고 활기를 이끌어 내면 된다.

자녀가 공부하는 사람이 되게 하고 싶다면 그냥 내가 먼저 하면 된다.

이 시대는 나이 먹은 어른도 배우지 않으면 안 되는 것들로 차고 넘친다.

20년 간 숙달한 지혜로 평생을 현인으로 추앙받으며 살아갈 수 있는 수렵 시대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나는 못하겠지만 자녀들은 해 줬으면 좋겠고, 할 수 있다고 믿고,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욕망을 왜 남을 통해 실현하려 할까.

억지로 끌어가면 어떻게든 내가 욕망하는 바대로 성취되리라고 생각하는 걸까.

사람이 그렇게 간단한가.

가장 강압적인 방식으로 기어이 내가 원하는 그 자리에 내 자녀를 앉혀 놓는다 해도,

애석하게도 아이들은 자신들의 성공을 부모와 공유하려 하지 않는다.

일주일에 일곱 개의 학원을 돌며 너덜너덜해져 가는 아이들에게

부모에 관한 상은 의식과 무의식 속에서 완전 딴판이다.

그 모순은 해결하기 힘든 혼란이다. 그리고 감내하기 어려운 갈등이다.

혼란과 갈등의 해결법은 정말 간단하다. 외면이다.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부모의 영향 아래 건강한 자아를 가진 아이가 만들어진다.

인간은 모방하며 성장한다. 모방의 대상인 부모의 역할은 그래서 중요하다.

부모의 좋은 직업이 대물림 되고, 부모의 재능이 자식에게 고스란히 전수되는 건,

유전자의 문제라기보단, 근본적으로는 부모가 자녀에게 보여주는 생활 방식과 패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자세이다.

결국 나부터 잘하면 된다. 그 이후는 내 몫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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