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알려주는 나를 돌보는 법
긴장에 취약한 나
나는 긴장에 약하다. 오래전부터 알고는 있었지만, 쉽게 인정하지 못했다.
누구나 스트레스는 받지 않냐며 대수롭지 않게 넘겼다.
조금 예민한 것일지도 모른다고, 그저 피곤해서 그렇다고 생각했다.
한 달여 전쯤 자격증 시험을 치르고 나서야 그 모든 핑계가 의미 없음을 깨달았다.
시험은 민간자격증이었고 그저 한 번 도전해 본 것이기에 크게 중요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마음이 이미 그 시험을 '인생의 시험'처럼 받아들이고 있었다.
하지만 며칠 전부터 내 몸은 먼저 반응했다.
사소한 일에도 예민해지고 밤새 깊이 잠들지 못해 뒤척였다.
시험이 끝난 날, 홀가분할 것 같았던 것과 달리 머리가 아프고 어깨가 굳어있었다.
그런 나에게 남편은 말했다.
"시험 다 잘 끝났는데 왜 이렇게 힘들어해?"
그 말을 듣는 순간, 부정할 수 없었다. 내가 스스로를 몰아세우고 있음을.
작은 긴장 하나에도 내 몸은 전체가 굳어져버린다는 걸.
몸은 정직했다. 마음이 외면한 진실을, 몸이 대신 말해주고 있었다.
긴장 속에 사는 사람
나는 평소에도 무언가를 '잘해야 한다'는 마음이 있다.
그러다 보니 일상의 작은 일도 시험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누구도 나에게 그렇게 요구하지도 않는데, 나는 늘 스스로를 시험대에 세운다.
그 기준에 닿지 못하면 괜히 초조하고 잘해도 금세 또 다음 것을 준비한다.
아마 이런 마음이 쌓여서
호흡은 짧아지고 몸은 굳어가는 '긴장'을 기본값으로 삼게 되지 않았을까.
나는 긴장을 '생존의 자세'로 착각한 채, 그것을 버티는 법만 배웠다.
그러니까 나는 단순히 '스트레스에 약한 사람'이 아니라 '늘 긴장 속에 살아온 사람'이었다.
내 몸은 그 걸 알고, 이제 그만 멈추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었다.
긴장이 알려준 진짜 메시지
한때는 긴장을 '필요한 힘'이라 여긴 적이 있었다. 그 긴장 속에서 나는 살아 있다고 믿었다.
마감일자가 코앞일 때 더 집중이 잘됐고, 누군가 나를 지켜볼 때 더 성과를 냈다.
그 긴장감이 없으면 게을러질까 봐, 일부러 긴장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통하지 않았다.
몸이 피곤해지고,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다.
작은 일에도 쉽게 지치고, 별일 아닌 일에도 울컥했다.
이제, 내 몸은 이전에 방식으로는 버텨낼 수 없다는 것을 직감할 수 있었다.
내가 버텼던 것은 '의지'가 아니라 '긴장'이었다.
그 긴장이 이제는 나를 갉아먹고 있었다.
내 몸은 이미 오래전부터 신호를 보내고 있었지만,
나는 그 신호를 '나약함'으로 해석하고 오해했다.
이제는 안다. 그건 약함이 아니라, 살아있다는 증거였다.
버티는 게 아니라 다루는 법
억지로 긴장을 없애려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또한 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대신 "어떻게 다룰 것인가"를 배우려 한다. 그래서 매일이 '알아차림'의 수련이다.
"아, 내가 지금 긴장하고 있구나"
이 짧은 알아차림이, 나를 다시 지금으로 데려온다.
이 짧은 알아차림 하나가 생각보다 큰 힘을 준다.
예전엔 긴장이 오면 애써 모른척하며 밀어냈다.
하지만 이제는 그 존재를 그냥 알아차린다.
그 순간, 긴장은 더 이상 '적'이 아닌 '신호'가 된다.
내가 하는 작은 방법들
1. 호흡
백번을 강조해도 모자라지 않는 호흡이다.
호흡이 얕아지거나 멈춘 호흡을 깊게 내쉰다.
천천히 숨을 내뱉으면 저절로 들이마시게 된다.
호흡은, 가장 쉽고 강력한 방법이다. 매 호흡에 스스로에게 위로를 건넬 수 있다.
2. 여백
하루를 꽉 채워야 할 것 같은 불안감에도 여백을 둔다.
그 빈칸은 회복이자 응원이 된다.
3. 내면 대화
스스로에게 다정한 말은 몸에도 통한다.
내가 어떤지 자꾸 나 자신을 살피고 대화한다.
"왜 이렇게 긴장해"라는 대신 "그만큼 신경 쓰고 있구나"라고 말해준다.
긴장과 함께 살기
요즘은 긴장을 느낄 때 이렇게 생각한다.
"내가 진심이라는 증거네."
그만큼 몰입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생각하면 몸에 힘이 조금 풀린다.
긴장이 전혀 없는 삶은 없다.
하지만 그 긴장을 적으로 돌리느냐, 친구로 대하느냐에 따라 삶의 리듬을 달라진다.
이제 나는 긴장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법을 배우는 중이다.
내게 필요한 것은 그 긴장 속에서도 나를 잃지 않는 것이다.
나를 통해 얻는 배움
한 때는 책에서 모든 답을 찾으려 했었다. 오만이었다.
그럴 수 있는 역량도 아니지만, 내 몸은 언제나 그보다 먼저 진실을 숨기지 않는다.
"지금 힘들어서 잠시 멈춰야 해"
"힘들지? 이제 곧 지나갈 거야"
나와의 대화를 한다는 것이 올해 가장 큰 변화가 아닐까.
조금 느려도 괜찮고,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 나는 나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나는 긴장에 약한 사람이지만, 그 덕분에 내 몸의 언어를 배웠다.
긴장은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아직 살아있다는 증거다.
버텨내는 긴장 속에서 스스로를 미워하지 않길 바란다.
우리는 언제나 우리를 지키려 애쓰고 있다.
그러니 제발, 그 애씀을 미워하지 말자.
버티지 않아도 괜찮다.
우리는 살아있고, 더 단단해지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