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계절을 산다는 것

내면의 계절을 알아차리는 시간

by 감격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열었을 때, 싸늘한 공기가 느껴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최고로 덥다던 여름이 끝이 날까 싶었는데,

어느새 가을은 채 다 보지도 못하고 겨울이 오는 건가 싶었다.


거리의 사람들은 제각각이었다.

누군가는 여전히 반팔차림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는 긴팔과 코트를 꺼내 입었다.

같은 시간, 같은 하늘아래서도 모두 다른 계절을 살고 있는 듯했다.

그 장면을 보는 순간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도 각자의 계절을 살아가고 있는 게 아닐까?"


멈춤의 계절, 겨울


누군가에게는 지금이 겨울이지도 모른다.

겉으로는 멈춘 듯,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서는 조용한 준비가 이어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겨울은 늘 외로움과 함께다. 하지만 진짜 겨울의 의미는 멈춤이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듯 보이지만,

무의식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회복과 정비를 하고 있는 내적 충전기가 아닐까.

그저 잠시 멈추어야 할 때가 있는 것일 뿐이다.


나도 그런 겨울을 여러 번 겪었다.

책 한 권도 읽기 싫고, 누군가의 말에도 반응하지 못하던 시기,

그때는 스스로가 게으르고 무기력하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기 위한 잠깐의 겨울잠이었다.

봄이 오려면, 겨울을 지나야 할 뿐이었다.


배움의 계절, 봄


어떤 이유에서건 책을 읽기 시작하고, 자꾸 배우고 싶었던 시기,

마음이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나는 그 시기를 봄이라 부른다.


봄은 새로움의 계절이자, 시작의 계절이다.

그저 마음이 움직이는 쪽으로 한 걸음 내딛을 때, 이미 봄은 시작된 것이다.


쉬운 책만 골라 읽기도 하고, 한 권만 오래 붙들기도 했다.

그게 나에게 필요했던 속도였다.

책 한 권이 마음의 문을 열어주기도 하고, 짧은 문장이 새로운 길을 만들어주기도 한다.

봄의 배움은 늘 이렇게 작게 시작된다.


뜨거운 계절, 여름


모든 것이 뜨겁게 달아오르는 시기가 있다.

쉬지 않고 움직이고, 계획하고 도전하는 계절.

열정이 넘치지만 동시에 불안이란 장마도 함께 오는 시간.

내게도 그런 여름이 있었다.


하루를 버티기 위해 거울 앞에서 스스로에게 하이파이브를 하던 시절,

일에 치여 24시간 일을 놓지 못하거나 새로운 부업을 하겠다고 시도하던 시절

'오늘도 살아낸다'라는 말이 입버릇처럼 나올 만큼 벅차고 치열했던 시간,

멈추면 안 된다고 생각하던 몇 번의 여름이 있었고, 그 덕에 나는 단단해졌다.


여름의 뜨거운 혼돈 속에서 우리는 비로소 자신을 발견하게 된다.

무모하게 달렸던 그 시간들이 결국 나를 길러냈다.


결실의 계절, 가을


그동안의 배움과 노력, 멈춤과 회복이 하나의 열매로 맺히는 계절이 온다.


가을의 열매는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그저 내 안에 무언가 익어가고 있다는 느낌이면 충분하다.

글 한 편을 써 내려가며 스스로를 위로할 때,

내 경험이 누군가에게 힘이 되었다는 말을 들을 때,

나는 가을의 향기를 느낀다.


가을은 나눔의 계절이다.

열매는 혼자만의 것이 아니기에 나눌 때 비로소 그 결실은 의미를 가진다.

내 안에서 익은 어떤 마음이 세상과 만나는 순간, 그게 바로 가을이다.


각자의 속도로, 각자의 계절을


거리의 옷차림이 제각각이듯, 우리의 삶도 모두 다른 계절을 살고 있다.

누군가는 여전히 여름이고, 누군가는 이제 막 겨울을 맞이한다.

어떤 이는 봄처럼 시작의 기운에 설레고, 또 누군가는 가을의 수확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너무 자주 비교를 한다.

"나는 왜 아직 봄이 오지 않을까?"

"저 사람은 벌써 가을인데, 왜 나는 아직 겨울일까?"


계절은 원한다고 오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지금 내가 어떤 계절을 살고 있는지 알아차리는 일이다.

가을이 길 수도 있고, 여름이 짧을 수도 있지만, 계절은 반드시 바뀐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스러움의 힘


책을 읽으면 어떻고 안 읽으면 어떨까.

글을 쓰면 어떻고 안 쓰면 어떨까.

미친 듯이 일하던 시절도,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시절도 괜찮다.

모두, 내 안의 계절이었을 뿐임을 이제 안다.


날씨처럼 우리의 마음도 매일 달라진다.

어제의 맑음이 오늘은 흐림이 되고, 오늘의 흐림이 내일은 맑음이 된다.

그 변화 속에서 억지로 자신을 맞추려 하기보다, 그냥 지금의 계절을 인정하며 살아가는 것.

그게 진짜 자연스러움의 힘이다.


당신은 어떤 계절을 지나고 있나요?


오늘 아침 나는 계절의 경계에 있었다.

따뜻함과 냉기가 공존하고, 끝과 시작이 나란히 서있는 곳.

나는 아마 겨울을 지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삶의 계절도 흐르듯 내 계절 또한 흐르리라 믿는다.

흐름은 언제나 변화를 품고 있기에, 곧 봄이 오지 않을까?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지금 어떤 계절을 보내고 있는가?


어떤 계절이든 괜찮다.

겨울은 봄을 준비하고, 봄은 여름을 부르고, 여름은 가을을 낳는다.

그리고 그 모든 순환 속에 "당신"이 있다.


여러분의 모든 계절에, 사랑과 축복, 자비와 감사가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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