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흐름과 나
아침부터 낯익은 음악소리가 들려왔다.
근처 중학교의 가을 축제 기간인듯, 맑은 공기 속으로 아이들의 목소리가 퍼진다.
그 소리가 묘하게 마음을 두드렸다.
익숙한 노래도 있었고, 처음 듣는 노래도 있었다.
세대가 다르고 리듬은 달라도, 그 안의 설렘만큼은 세대를 넘어 닮아 있었다.
아주 오래된 기억 하나가 떠오른다.
만국기가 펄럭이던 운동회 날,
먼지 풀풀 날리던 운동장 한 켠의 돗자리 위에서 엄마가 싸준 김밥을 나눠먹던 장면.
햇살과 흙냄새, 손바닥에 남은 참기름 냄새까지 시간이 열리듯 밀려왔다.
그때의 하늘은 오늘처럼 맑고 높았다.
그렇게 길 것만 같던 어린 시절의 하루는 이제 눈이 뜨면 저녁이 되고 계절은 금세 바뀐다.
아직 마음은 20대 언저리에 머문 듯한데, 어느새 세대의 경계선 너머에 서 있다.
한창 인기가 있던 연애들들도 세월을 이기지 못하고
이젠 나보다 훨씬 어린 세대가 무대 위에서 노래를 부른다.
얼굴도 이름도 잘 모르는 '요즘 아이들'이란 말은 누군가가 우리 세대에게도 했던 말이었다.
세대의 교체는 늘 조용히 일어난다.
누군가의 젊음이 서서히 희미해질 때,다른 누군가의 시간이 막 피어나고 있다.
아주 자연스러운 일임에도 쓸쓸함을 감출 수 없다.
이제는 관객석에서 바라보는 입장임에,
슬프기보다는 약간의 허전함이랄까.
아마 우리 부모의 세대도 같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그들도 언젠가 이 자리에서 젊은 세대의 웃음소리를 들으며 이런 생각을 했을 터.
계속되는 축제를 듣다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축제다운 축제'를 즐겨본 적 있었던가?
늘 해야 할 일에 쫓기며 지금 이 순간을 미루고 살아오진 않았나?
창 밖의 음악은 내게 말해주고 있다.
"지금이 바로 그 축제야"
삶은 특별한 날에만 반짝이는 것이 아니다.
매일 반복되는 하루 속에서도 우리는 수많은 무대를 지난다.
작은 웃음, 짧은 대화, 따뜻한 차 한잔에도 축제의 조각은 숨어있다.
흥겨운 아이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생각했다.
축제는 '무엇을 하는가'보다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가'의 문제라는 것을.
지금 이 순간을 느낄 줄 안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축제가 아닐까.
매일 같지만, 또 같지 않은 하루가 흘러간다.
시간은 우리를 변화시키고, 그 변화는 다음 세대를 만든다.
삶은 단절이 아니라 이어짐의 연속이다.
오늘의 아이들이 내일의 어른이 되고,
오늘의 나는 어제의 누군가로부터 이어져있다.
그 연결을 느낄 때,
나는 비로소 '지금의 나'를 온전히 받아들인다.
세대의 흐름은 결국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이어지는 것'이다.
그 안에서 우리는 조금씩 닮아가며, 성장한다.
나는 여전히 부족하고 작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나도 이 거대한 시간의 축제 안에서 살아가고 있다.
조용히 내 삶에 대 다짐을 해 본다.
더 나은 삶으로, 더 사랑하는 삶으로, 더 감사하는 삶으로 나아가자.
세대의 음악은 그렇게 오늘도 나를 일깨운다.
삶의 리듬 속에서, 나 역시 또 하나의 노래가 되어가고 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