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에서 벗어나는 중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 머무는 연습

by 감격
과거를 떠나는 순간,
비로소 '지금의 나'가 존재하기 시작한다.

오늘 오랜만에 사람이 타지 못할 만큼 꽉 찬 지하철을 탔다.

어깨와 어깨가 닿는 것은 물론이고

숨조차 아껴야 할 만큼의 빽빽한 공간에서 나는 간신히 균형을 잡고 서 있었다.


사람들 사이에 끼어 숨을 죽이고 간신히 서있자니,

새벽부터 집을 나서던 치열했던 과거가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그때는 이 정도쯤이야, 하며 버텼었다.

최선을 다해 나를 몰아붙이며 살았으니 당연히 현재를 살고 있다고 믿었었다.


나는 종종 지난 과거에 대한 후회를 떠올리고,

돌이킬 수 없는 그 시간 속 사람들을 붙잡고,

바꿀 수 없는 그곳에서 허우적 대고 있었다.

나는 그 시절을 벗어났다고 믿어왔지만, 여전히 과거라는 칸에 서 있었다.


그러니 미래는 보이지 않고 불안했고,

현재는 늘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최선을 다했는데도 왜 이모양일까. 되뇌며 나를 책망했다.


짧게나마 매일 글을 쓰고 명상을 하면서,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오래전부터 나에게 붙여놓은 수많은 이름표들,


"이래야 하는 사람"

"저래서는 안 되는 사람"

"이 정도는 해내야 하는 사람"

그 이름표들이 정작 나를 현재에 진입하지 못하게 했다.


모든 것이 내 생각대로 될 수 없고,

만족스러운 결과가 항상 나올 수 없는 것은 당연한데,

나는 나에게만큼은 그래야 한다는 오만을 품고 있었다.

실패는 용납할 수 없으며, 쉼은 나태함이라고 믿었다.


나에게 오는 모든 것은 아무런 의미와 이유가 없다.

수많은 나의 해석과 판단이

내 숨통을 조이고 있었음을 요즘에서야 매일 느낀다.


오늘 지하철에선 나는 숨이 막힐 지경이었다.

예전 같으면 '이 정도도 못 버틴다'싶어 나를 채찍질했을 것이다.

하지만 오늘은 달랐다.

나는 그만큼 나약한 상태이자, 에너지는 바닥이 났고

나의 회복에는 생각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인정했다.


더 빨리 나를 알아주고 챙겼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도 든다.

하지만 그것 조차 과거에 대한 집착일지 모른다.

내가 나를 알아주기 시작했다는 것, 그것으로 충분하다.


"지금 여기"에 머무는 것에 대해 나는 아직 서툴다.

아직 더 배울 것이 많다.

하지만 이 방향이 나를 분명 살려줄 것이라고 믿는다.

과거의 후회도, 미래의 불안도 아닌,

지금 이 순간의 나를 느끼는 것, 그것이 진짜 현재를 사는 일이라는 것을.


오늘도 나는 과거에서 조금씩 벗어나,

지금의 나에게 도착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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