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기
솔직하게 말하면, 나는 용기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용기라 함은, 태생적으로 겁이 없는 이들의 전유물이라 생각해 왔기 때문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강철 같은 마음,
혹은 태풍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촛불처럼
한결같이 유지되는 상태가 용기라고 믿었기에
스스로를 '용기 없는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용기라는 글자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안에는 '기운 기(氣)'자가 숨어있다.
기운이란, 늘 고여있는 물이 아니라
상황에 따라 흐르고 요동치는 바람에 더 가깝다.
화재 현장에서 아이를 구하는 초인적인 힘이나,
절박한 사고현장에서 가족을 지켜내는 시민들의 기적 같은 에너지는
평소에 비축해 둔 고정된 재능이 아니다.
그것은 평소에는 잠잠하다가도
'꼭 해야 하는 순간'에 폭발하듯 솟구치는 기운이었다.
용기 역시 고정된 힘이 아니라,
필요한 상황에 맞춰 내 안에서 터져 나오는 역동적인 힘이었다.
물론 이 힘이 올바른 방향으로 터져 나오기 위해서는
내면의 토양이 비옥해야 한다.
무엇이 옳고 그른지, 내가 지켜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에 대한
도덕적 기준이 선명할수록 우리 안의 기운은 더 큰 용기로 발현될 테니까.
가치관이라는 이정표가 제대로 세워졌을 때
비로소 우리는 두려움을 뚫고 나갈 추진력을 얻게 된다.
결국 용기란, '두려움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지켜야 할 가치가 두려움보다 더 큰 상태'를 의미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거창한 영웅담에서만 용기를 찾으려 하지만,
사실 진짜 용기는 지극히 평범한 일상의 표면 아래 흐르고 있다.
무거운 몸을 일으켜 세워 오늘의 문을 여는 것,
나에게 주어진 책임을 묵묵히 완수하는 것,
하기 싫은 마음을 누르고 운동화 끈을 묶는 것,
이 모든 사소한 행위들이 사실은 우리 안에 잠든 기운을
조금씩 깨우는 용기의 파편들이다.
지금 당장 거대한 용기가 없다고 자책할 필요는 없다.
그저 오늘 하루를 버텨낸 작은 조각들을 주섬주섬,
그리고 소중히 모아보자.
그 조각들을 하나하나 손으로 매만지고 단단하게 빚다보면,
어느덧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나만의 단단한 용기가 완성될 거라 믿는다.
[ 이 편이 남기는 정리 ]
용기는 타고난 것 아니라, 매일의 성실로 빚어낸 뒤 소중한 것을 지켜야할 순간,
폭발하듯 솟구치는 기운이다.
[ 이 편이 남기는 질문 ]
오늘 당신이 '해야 할 일을 해내기 위해' 기꺼이 꺼내 쓴 작은 용기의 조각은 무엇인가요?예기치 못한 상황에서 당신을 움직이게 만드는, 당신만의 가장 소중한 가치는 무엇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