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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균 Jun 07. 2020

이야기 #1. 증강현실 콩깍지 I

<하이프사이클> 초단편소설집 프로젝트

이야기 #1. 증강현실 콩깍지

“이렇게 서비스는 총 세 가지 타입이 있는데, 뭐 온라인에서 많이 알아보고 오신 게 여기 있는 판타지 패키지, 그리고 이쪽에 있는 게 셀럽 패키지, 이렇죠.”


성철과 미주는 휘둥그런 눈으로 홀로그램 카탈로그를 바라봤다. 조금 전에 대리점 매니저가 스캔한 성철의 얼굴위로 롤플레잉게임 속 남자 주인공과 닮은 캐릭터의 얼굴이 덧씌워져 보였다. 옆쪽에는 미주의 얼굴에 일본 애니메이션 속 여자 주인공과 비슷한 얼굴이 덧씌워진 채 360도로 돌아가고 있었다.


“오늘 잘 오신 겁니다. 프로모션이 내일이면 끝나거든요. 신규 런칭 행사 중인데 벌써 가입자가 어마어마합니다. 10G 상품하고 결합해서 구매하시면, 1년 동안 증강현실(Augmented Reality) 렌즈, 앱(App) 그리고 캐릭터 사용료까지 모두 무료로 써보시는 겁니다. 물론 약정 기간이 3년이기는 하지만…….”

“그러니까 제가 이 증강현실 렌즈를 끼고 있으면 미주의 얼굴이 이 애니메이션 캐릭터로 보이는 거죠?”

“그렇죠. 홀로그램에서 보듯이 분간이 안 되게 완벽히 그렇게 보이는 거죠. 보통 자기 전에 빼셔도 되지만, 뭐 침대에서 끼고 주무셔도 괜찮아요. 보통 잠자리에서…… 하여튼 20시간 연속으로만 안 쓰시면 돼요. 빼셨을 때는 꼭 이 살균 램프에 넣어두시고요.”  

“저, 아까 체험도 된다고 하셨잖아요? 그럼 제가 렌즈 끼고 성철 오빠가 어떻게 보이지는 직접 해봐도 되나요?”

“네, 그럼요. 자, 홀로그램 카탈로그로 보신 건 판타지 패키지였고, 체험은 셀럽 패키지로 해보시죠. 어디보자…… 선호하시는 타입이 영화배우 김우주 씨라고 하셨네요. 그분으로 세팅해서 보여드릴게요.”


대리점 매니저는 태블릿에 뭔가를 입력하면서 설명을 덧붙였다.


“판타지 패키지까지는 3년 약정 시 1년이 무료지만, 김우주 씨는 셀럽 패키지여서, 선택 시 매달 5만 원의 라이센스비를 내셔야 합니다. 자, 여기 써보시죠.”


미주는 건네어 받은 렌즈를 양쪽 눈에 넣었다. 눈앞에서 옅은 푸른빛이 몇 번 깜빡거렸다.


“신랑분 쪽을 보셔야죠.”


미주는 성철 쪽을 바라봤다. 성철의 모습은 영화배우 김우주로 바뀌어 있었다. 너무 신기해서 자리에서 일어선 채 주위를 두어 바퀴 돌며 성철을 바라봤다. 어느 쪽에서 봐도 영락없이 영화배우 김우주의 모습이었다.


“하하하, 다들 그렇게 신기해하세요.”


미주의 입가에 감도는 미소를 바라보던 성철의 눈꼬리가 살짝 떨렸다.


“그런데 아까 서비스가 총 세 가지 타입이라고 하셨잖아요? 판타지랑 셀럽이면, 나머지는 뭐죠?”

“아, 그거요. 사실 그건 좀 비밀스러운 거여서, 친한 분들 아니면 보여드리지 않는 건데, 저희 점장님께서 후배분이라고 다 설명해주라고 하셔서 말씀드리는 겁니다. 셀럽이나 연예인들 중에서 라이센스비를 받고 셀럽 패키지 모델로 활동하는 이들도 있지만, 또 톱스타들은 아직 라이센스 안 된 분들이 더 많거든요. 그런데 뭐 기술적으로는 안 될 게 없죠. 톱스타일수록 이미 3D로 스캔된 자료가 넘쳐나는걸요. 그래서 정식 라이센스는 안 받았지만, 슬쩍 톱스타들 캐릭터를 심어서 쓸 수는 있어요.”

“그럼 혹시 제가 얘기했던 그 여배우도…….”

“어디보자. 아, 이분이요. 이분 데이터 많죠. 이분 콘텐츠 넣을 수 있어요. 그런데 어디 가서 저희 대리점에서 이 콘텐츠 받았다고 얘기하시면 큰 일 납니다.”


어느새 성철도 렌즈를 눈에 끼고는 미주의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성철의 눈에 자신을 바라보며 행복해하는 미주의 모습, 아니 여배우의 모습이 들어왔다.


“어떻게 하실래요? 지금 바로 계약하실래요?”


성철과 미주는 렌즈를 뺀 채 서로를 곁눈질하며 뭐라 말을 꺼내지 못했다. 서비스 조건만 물어보며 시간을 끌다가 대리점 문을 나섰다.


“말씀드린 대로 프로모션 기간이 내일까지이니까 생각 잘 해보고 오세요.”


그날 저녁, 잠자리에 누운 성철의 스마트폰에 문자가 들어왔다.


‘낮에 봤던 대리점 매니저입니다. 신랑분과 신부분이 동시에 가입하지 않고 신랑분만 신부분 모르게 가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프로모션 조건은 동일하고요.’


잠시 후 미주의 스마트폰에도 문자가 들어왔다.


‘낮에 봤던 대리점 매니저입니다. 신랑분과 신부분이 동시에 가입하지 않고 신부분만 신랑분 모르게 가입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프로모션 조건은 동일하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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