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길을 잃어 닿았던 곳이 양양이다.
무념으로 걷던 길 위에서, 나는 이제 어디로 향할지를 떠올릴 수 없었다.
아내에게 이제 우리 어디로 가야 할까 하고 물었을 때 그녀의 대답은 양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처음이었다 내가 아닌 누군가에게 길을 물은 것이.
언젠가 일상에 치여 숨이 쉬어지지 않아 도둑처럼 몰래 동해바다에 숨어 든 적이 있었다.
바다를 보니 숨이 트여 회 한 접시, 소주 한 병에 툭툭 털고 일어나 또 몇 년 살아냈다.
그 기억, 그 생존의 기록이 아내에게도 필름처럼 남아 있었나 보다.
그녀는 망설임 없이 길 잃은 우리를 양양 바다로 이끌었다.
이사를 하고, 어느 날 문득 양양까지 왔는데 바다 한 번 봐야 하는 거 아닌가 싶어 낙산 해송 숲에 나아가 무작정 누웠다.
눈을 감았는데, 감았더니 보였다.
눈 감으면 오는 기차, 그 기차 마냥 뿌앙~ 하고 일거에 사위를 제압하는 평온함이.
쓰읍하고 들이쉬는 숨을 타고 코 간질이며 들어온 해송의 향내에 숨이 탁하고 트였다.
철썩이는 파도며, 해송 사이 간간히 어른거리는 햇살의 적절한 따사로움에, 귓가를 간질이는 바람의 속삭임을 피부로 느끼고, 주변의 아늑함을 한껏 폐부에 눌러 담았다.
비록 길 잃어 닿은 곳이지만, 숨이.. 숨이 후~하고 쉬어졌다.
들숨날숨 습습 후 후.. 얼마만인가 싶다.
숨을 쉬니 배가 고프고, 배를 채우니 일어나게 되고, 일어나니 밥 말고 더 나은 것을 찾게 되고,
밥 보다 좋은 것 찾고 찾고 하다 보니 시나브로 무언가 골똘히 해 내는 나를 보았다.
길 잃어 앞만 보고 가다가다 보면 닿는 곳이 바다다.
나는 가다가다 양양 바다 앞에 섰다.
돌아보니,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