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과 로또

by 감자밭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일은 어째 지내다 보면 반찬 없이 맨밥만 먹는 것 같아 결국 무언가 꿍짝꿍짝한다.

요즘은 러닝크루들도 많이들 돌아다니고, 각종 동호회에 어르신들 산악회며 조기축구 모임 등등 나뿐 아니라 다들 맨밥만 먹는 일 없도록 분주하다.


나는 일주일에 두 번 성당을 간다.

레지오 마리애 모임에, 봉사모임 반석회에, 복사도 서고 나름 열심이다.

나보다 곱절 더 사신 70~80대 성당 형님들(굳이 구태여 형님이라 부르라니 형님인 거다)이 이교수 왔냐고 기꺼워하시니 또 열심하게 된다.


나에겐 성당이 러닝크루고 조기축구다.

특별히 성심이 좋아 그런 것도 아니고, 말 그대로 심심해서도 아니다.

굳이 이유를 찾자면 일상이 연주하지 못하는 변주를 그곳이면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별 사는 초목보다 하찮은 미물이 우주이자 창조주인 분과 연결되는 기분은 꽤나 감미로운 변주이자 기분 좋은 자극이다.

복 받게 해 달라고는 안 한다. 내가 복 받으면 다른 누군가 복 받지 못할까도 싶고, 복 주는 이가 고민도 할 것 같고 해서.

그저 연결됨과 하나 됨을 느끼러 성당에 나가 굳이 구석자리에 앉는다.


성당 가는 길 '되았따!' 복권방에 홀린 듯 들러 한 주의 희망을 5천 원에 산다.

로또 한 장 살 때는 아까 안 빌었던 복 한번 받고 싶어진다.


소개팅 나가 얼굴 한 번 보고 손자까지 보는 심정으로 당첨되면 어쩌나 내심 또 걱정하다 끽하고 웃는데, 그 맛에 5천 원씩 꼬박꼬박 기부한다.

소주 한 병 먹는 것보다 기분 좋으면 나름 합리적 소비 아닌가 말이다.

투자도 하고 아파트 잔금도 현금으로 던지고, 몹시 아픈 내 차 보내드리고 새 차도 사고, 손에 손잡고 해외여행도 가고 하는 꿈 꾸다 결국 '계속 열심히 일해!'가 당첨되곤 하지만 '뭐 좋은 꿈이었다.'하고 또 한 번 끽하고 웃는다.


자야지.

내일은 우주, 그리고 창조주와 도킹도 해야 하고 도킹하러 가는 길에 희망도 5천 원어치 사야 하니까. 꿈에 누가 번호 6개 불러줬으면 좋겠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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