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산이 되었든 동호를 거닐든 언제나 밤바다 위 별을 바라본다.
밤하늘의 별은 바다 위까지 드리워져 낮동안의 그 윤슬마냥 찰랑이고, 또 빛난다.
밤하늘의 별이 바다 위에 수놓은 밤바다 별의 윤슬을 한 없이 바라보고 있자면 속 시끄러운 낮동안의 오늘치 번뇌가 언제 그랬냐는 듯 쓱하고 사라져 버린다.
파도소리는 물론이고 맨발로 느끼는 바닷물의 감촉이나 작은 돌이며 풍파에 곱게 연마된 소주병 조각마저 나를 위한 에튀드를 서툴게 연주해 주는 것만 같아 스르륵 눈감고 눕는다.
남들이 보면 '취객이 또 해변에 누웠구나, 저 사람 얼른 집에 갔으면 좋겠다.' 하겠지만 주변의 마음의 소리를 가볍게 무시하고 철썩이는 파도의 연주를 잠시 감상한다.
아내가 막걸리 한 병만 먹으라 했는데... 어머, 두 병 먹으니 귓가의 연주 소리가 더 좋은걸.
술을 한잔 하든, 속 시끄럽거나 입안에 맛없는 사탕을 억지로 물고 뱉지 못하고 있는 것처럼 머릿속이 복잡할 때 마주한 바다는 꼭 내가 바라는 만큼의 위안을 안겨준다.
어떨 때는 '괜찮아~ 괜찮아~'하고 또 어떨 땐 '철썩~ 철썩~'하고 못난 엉덩이 때려주기도 한다.
감았던 눈 슬며시 뜨면 바다에서만 볼 수 있는 명징한 별의 향연이 이어진다.
발끝의 싱그러운 바닷물, 누군가 어설피 작곡한 연습곡 멋지진 않아도 내 마음에 쏙 와닿는 파도의 연주소리, 눈앞에 펼쳐진 바다의 별.
태생이 박랑자라 자꾸만 길 잃는 나에게 '내일은 또 이리 가면 된다.'
'이리 가면 또 하루 살아낼 수 있어'하고 길 안내 해 준다.
알려준 그 길 따라 오늘도 뚜벅뚜벅 갈 길 가기는 하는데, 하마 길 잃어 또 바다 앞에 서고 싶다.
요즘은 업이 있어 바닷가 그 좋은 곳은 떠나 그 바다 앞에 자주 설 수가 없다.
막걸리 한 병 먹으라니 굳이 두병 먹고 그 앞에 누울 수도 없다.
찾아가야지. 또 찾아가 기어이 누워야지. 거기 누워 밤바다 윤슬에, 바다의 별에 길 물어야 또 하루 또 다음 하루 살아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