몹시도 일상적인 기적

일상의 경이가 내 신앙이다.

by 감자밭

그해 겨울 여러 풍파에 떠 밀려와 바닷가 언저리에 정주하기로 결심한 데에는 아내의 바람이 7할, 8할이지만 나에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몹시도 일상적인 기적', '오다가다 만나는 놀라움' 때문이었고, 나는 그 일상의 기적을 몸도 마음도 춥던 어느 휴일, 휴일인데도 맞이한 퇴근길에 보았다.


핸들을 잡고 일렁이는 정암해변을 힐긋거려 바라보던 때, 문득 '이 모든 게 다 우연이라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 하기엔 풀 한 포기, 구름 한 덩이, 일렁이는 저 파도며 무엇보다 그 조화의 완벽함을 설명하기엔 한 없이 부족하다 여겨졌다. 지식이 설명해 내지 못하는 무언가가 사방 어디에도 가득했다.


머리로 왼 지식의 무상함은 이곳 저 바다를 잠시만 바라봐도 절절히 체감할 수 있다.


수평선의 한 없는 너름과 그리로부터 내게 와 발 앞에 부서지는 파도, 머리 위를 감싸돌며 양양 뛰어다니는 저 뭉게구름, 여미는 옷깃에 드리우는 짠내 가득한 신선함의 조화를 지식이 풀어낼 수 없기 때문이리라.


바다 언저리에서 숨을 쉬어야만 하는 나름의 이유는 이 순간의 일치의 감상이며 일상의 경이(驚異)다.

그 끌림이 나를 이곳에 정주하게 하였음이 명백하다.


한 곳에 뿌리를 내려도 해송(海松)이고픈 나는 이제 제법 바다 언저리 사람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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