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략 참고 넘어가야 되는 것을 못 참는 그 병적인 현상..
나에게는 병이 있다.
이것이 당장 죽을병은 아닐지라도, 그 명칭이 '병'인 관계로 고쳐야 할 대상이다.
병명은 직업병.
내가 보기엔 모든 장교가 갖고 있는 질병, '지적질'
지적질도 많은 영역이 있는데, 나의 경우 그것은 활자, 단어, 표현, 전달(전파)의 영역이다.
장교로 복무하는 것은 실제 무언가를 손으로 잡아 행하는 경우는 드물다.
계획을 하고, 어떻게 실행을 할지 컨셉을 정하고, 그리고 무엇보다 사람들을 움직이게 해야 한다.
손에 들려진 수단이자 도구는 늘 그렇지만, '활자로 이루어진 문서'다.
군대 용어로 '명령'.
그래서인가 활자 하나 단어 하나에 민감하다.
내가 추진하려는 모든 일은 공문서 하나에도 나의 이름이 들어가고, 그 이름 석자를 기반으로 모든 지시가 하달된다.(지금은 좀처럼 그럴 일 없는 보직에 있다.. 뒷방 ㅎ)
'오차'나 '부적절한 표현'은 '착오'와 '실수' 그리고 '불이행'이라 쓰고 '반발'이라 읽는 결과를 초래한다.
물론, 책임은 그 공문서에 이름 석자 박아 넣은 그 장교의 몫이다.
그래서일까..
언제부터인가 의미 전달이 부족한 문장과 단어, 심지어 활자 하나까지 불편하다.
그것이 초래할 문제가 먼저 보인다.
문제는.. 이 불편함의 영역이 점점 넓어진다는 것.
식당엘 가도, 편의점엘 가도 당최 못 알아들을 말이 많아진다.
무슨 말하는지는 알겠으나(그럼 그냥 그리하면 될 것을..) 그 표현 하나하나가 거슬리고 불편하다.
주로 A라고도, 동시에 B라고도 읽힐 수 있는 그 화법들 말이다.
또는 "할인되세요" 뭐 이런 말 같지도 않은 그런 말들..
어찌 보면 그냥 말하는 거고, 대략 알아들으면 그뿐이다.
하지만 나는 되묻는다. 그리고 확인받는다. "아.. 이렇게 하란 말씀이시죠?"
돌아서는 뒷 맛이 씁쓸하다. 쓸데없는 소리를 했다.
그렇게 생각하지만, 다음에 또 그러니 이건 분명 '병'이다.
오늘, 후배가 코로나 19 관련해서 전파한 사항이 있었다.
딱 봐도 무슨 말을 하려는지는 알겠으나, 불편했다.
그래서 그이가 말하려는 바를 요목조목 정리해서 다시 전파했다.
나는 그리 안 해도 될 위치에 있다. 어쩌면 불필요한 참견..
그리 한다고 한들 누가 좋은 말 한번 해 주겠는가 말이다.
돌아보면, 20대의 나는 그런 거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의미가 이해 안돼도 대략 "네."하고 말았다.
그리 살아도, 이리 살아도 결과는 뭐 별반 다를 것 없는데 말이다..
'병'은 '병'이니 고쳐야겠지..
M세대와 Z세대는 접점이 없는 용어인데, 암튼 MZ세대를 대해야 하니 뭐 고쳐야겠지..
못 알아들으니까, 그리고 불필요한 지적질일 테니..
헉! 그러고 보니 'MZ세대'를 또 의미별로 나누어 버렸네..
하.. 병이 깊다..
좀 편히 살기 위해, 특별히 나도 '살기 위해' 내 직업병을 고쳐 보려 한다.
돈 되는 것도, 득이 있는 것도 아니니 일단 참아보기로 한다.
그래도.. 가슴속 이 '화'는 주체하지 못하겠다..
이렇게 꼰대 확정인 건가?
'착한생각.. 착한 생각..'
무거운 짐.. 이제는 좀 내려놓아도 되지 않을까?
'강박'은 급여 많은 사람들이 가져도 충분하지 않을까?
라고.. 생각만 해 본다..
그러고 보니 오늘도 어찌어찌 저물어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