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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자밭 Jun 26. 2022

조용히 혼자 가슴 벅찬.

가슴아 좀 나대 봐라…

이른 아침, 홀로 밖에 나가 앉았더니 예보에 없던 비가 슬며시 휘날린다. 곧 지나겠거니 하니 이내 굵은 방울이 투둑 투둑...  ‘아.. 기상청 님들, 오늘도 힘들겠구나..’


옆을 살피니 제비 한 마리가 빗소리에 놀라 이리저리 날갯짓하며 서성인다. ‘제비야. 뭐 좋은 거 있냐? 제비 보면 좋은 일 온다던데.. 그랬으면 좋겠다..’


모처럼.. 조용히 혼자 가슴 벅차다. 아무 일 아닌데, 투둑 투둑 떨어지는 빗방울에 설렌다. 스산한 바람, 어둑한 하늘과 낮게 드리워 내 눈앞 동해에 앉을 듯한 구름, 뭣이라고 이게 설렌다.


돌아보니 요즘 통 가슴 뛰는 일이 없다. 이놈의 가슴이, 심장이 두근두근할 일이 당최 없다. 아, 얼마 전 비상절차 훈련(엔진 고장 대비해서 인위적으로 엔진출력 줄이고 착륙하는 비행훈련) 때 좀 뛰었다. 그건 결이 좀 다른 떨림이니 설레지는 않았던 것으로 한다. 요즘은 통...


모처럼.. 오늘 조용히 가슴 벅차다. 아무 일 아닌데, 혼자 앉아서.. 무언가 가슴 뛸 일이, 설렘의 감흥이 다가올 것만 같은 작은 기대인가.. 아니면 그저 눈앞 이 풍경에 내 마음이 동해 그런 것일까..


언젠가 흥부 어르신에게 좋은 일 한 보따리 안겼던 저 제비가, 스산함과 어둑함이 주는 원인 모를 작은 떨림이, 조용히 혼자 벅찰 일을 가져다주었으면..


어르신들 말에 따르면 비 맞고 앉았으면 주접인데, 그냥 좀 있기로 하고 눈 감는다. 그리고 기다려본다.

눈 감으면 오는 기차, 나를 어딘가 설렘으로 데려다 줄 그 기차를..


//F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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