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감림 Apr 06. 2023

꽃 피는 봄, 저는 다시 학생이 되었습니다

대학원 생활기

모두 잘 지내셨나요? 정말 오랜만입니다. 그동안 여유가 없었다고 할까요. 숨 가쁘게 이런저런 일들을 쳐내다 고개를 들어보니 어느덧 해가 바뀌고 봄이 찾아왔네요. 며칠 전 흩날리는 벚꽃을 보며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봄은 제게 ‘시작, 혹은 설렘’입니다. 초등학교 입학하던 날, 친구들은 사귈 수 있을까 떨리는 마음으로 교실을 찾아갔던 일 기억하시나요? 긴 학창 시절에 있어서 봄은 계절감과 함께 새로운 환경에서 새로운 사람들과의 시작을 알리는 출발점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쉬움’입니다. 학창 시절의 4월은 늘 과제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밤샘하며 야작(야간작업)하고 그림을 제출하면 이미 내리는 비에 벚꽃은 다 져 있었죠. 아마 많은 분들이 경험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졸업한 후에도 뭐가 그렇게 바빴는지 저는 늘 봄이란 계절을 즐기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이번만큼은 충분히 쉬어보자 마음먹었는데요. 역시나 이번에도 지난겨울 벌여놓았던 일로 다시 도서관 신세를 지게 되었습니다.


30대 중반, 다시 학생으로 돌아가 대학원에 다니게 되었습니다. 일과 병행해야 하기에 제 스스로도 감당할 수 있을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합격하고도 체력이 안 좋아서 왕복 3시간씩 오갈 수 있을지 한참을 망설였죠. 결국은 제가 하고 싶은 것은 반드시 해야 하는 성미인터라 열심히 다니고 있습니다.



지금은 내리는 꽃비를 보며 내가 왜 그런 결심을 했나 싶어요.


너도 좀 쉽게 살아라.
얼마나 산다고 저렇게 토닥거리고 다니는지 모르겠다.



 총 3군데 지원해서 모두 합격했는데, 제 예상보다 주변에서 우려 섞인 걱정이나 만류를 더 많이 들었습니다. 늦은 나이에 왜 갑자기 대학원을 가려는 거냐, 가서 도대체 뭐 하려는 거냐, 학업은 언제까지 할 거냐 등등. 저 역시 고민이 많았던 부분이었죠.


저도 사서 고생한다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분들 말씀도 일견 맞다 생각합니다. 다만 제가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 우선으로 두는 가치가 그분들과 다르니 의견 차이는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아쉽긴 합니다. 나의 선택을 전적으로 믿어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럼에도 역시 제 손으로 제가 꾸려나가야 하는 삶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기 때문에 용기를 내었습니다.


후회하지 않냐고요? 일 끝나고 부랴부랴 이동하는 길엔 땀이 뻘뻘 납니다.(이럴 때 후회합니다.) 그래도 강의실에 앉아 토론하고 있노라면  참 즐겁습니다. 그동안 미루고 미뤘던 배움의 기회를 다시 잡았고, 함께 그림 그리는 사람들과 서로의 작업과 방향에 대해서 논하는 이 자리가 저는 행복합니다. 작품에 대한 의욕도 샘솟고요.


저는 어쩔 수 없이 사서 고생하는 스타일이라 말하렵니다.


작가의 이전글 꽃 피는 봄, 우리 아이와 피크닉 가서 그림 그리기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