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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림 May 23. 2022

1mm의 약속

프로와 아마추어의 분기점

브랜드 심벌만 4개월째……


오늘도 수정했는데요.

그냥 봤을 땐 마무리된 것처럼 보여요.

그런데 그만두질 못하고 있습니다.


그런 저를 보고 언제까지 할 거냐? 질문을 자주 받아요.

솔직히 잘 모르겠다 말하죠.

그럼 꼭
네가 모르면 누가 아냐는 눈빛이 돌아오곤 해요.

흑.


일부러 안 하고 싶어서 안 하는 게 아니고

마무리하고 싶은데

정말 언제 완성될지 몰라서 그렇다고

궁시렁궁시렁

내가 가장 열불 난다고

속으로만 이야기합니다.


작업한 심벌이 보기는 좋아 보여도

제 마음에 합하지 않아서 그런 거예요.






지금껏 아날로그를 선호한다는 핑계로 디지털 작업과는 담을 쌓고 있었어요.

그런데 이번엔 미술 교육 브랜드 이미지화 작업을 직접 하고 싶어서

큰맘 먹고 컴퓨터 프로그램 학원에 등록했습니다.


물론 다닌 지 일주일도 안되어서 후회했어요.

직장 끝나고 부랴부랴 학원가는 길은 천근만근입니다.

안 그래도 할 일들 많은데, 거기다 하나 더했다고 괜히 욕심부린 건가 싶었죠.

피곤한 눈으로 모니터를 종이 삼아 그리다 보면 내가 지금 뭐하러 생고생하는 건가,

그때마다 전문가의 손을 빌리는 게 좋지 않을까 쿠몽에 들어가길 여러 번……

탈출 욕구도 여러 번 왔더랬습니다.


그렇게 4개월이 지났어요.
어느덧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지금은 이미지화를 위해 필요한 프로그램은 돌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림으로 비유하자면 연필, 수채화, 아크릴 같은 도구 사용 방법을 익힌 것 같아요.

그동안 고생한 것을 생각하니 갑자기 제가 대견스러워지네요.

조금은 가까워진 것 같아요.

그런데 문제는 이게 끝이 아니더라고요.




지금은 또 하나 넘어야 할 산을 바라보고 있어요




최근 모니터만 멍~하니 바라보는 저를 봤어요.

첫 3개월은 기술을 익히는데 급급했는데

본격적인 작업을 시작하려니

뭘 해야 할지 몰라 막막했던 것 같아요.

저는 프로그램만 배우면 이미지화 작업이 일사천리일 거라 생각했거든요.
하하.


왜 이런 걸까,

답답한 마음에 한참 생각해보니까요.

사실은 프로그램이 아니었더라고요.

그리고 알았어요.

알맹이인 아이덴티티가 문제……

알맹이 없는 껍데기는 아무리 이뻐도 버려지기 마련이고,

어설픈 껍데기라도 알맹이가 있다면 버려지지 않는 것이 자연의 이치인 것을요.

마치 알곡과 쭉정이처럼요.


알맹이를 담고 있나?


그리고 새로운 마음으로

지난 4개월 동안 디자인한 심벌을 보고 자문해봤죠

한참은 모자라 보였습니다.







지금도 프로그램만 열면 상당히 막막해요.

그래도 해요.

이러면 좋을까, 저러면 좋을까.

1mm씩 왔다 갔다.

뭐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단 소리도 들었어요.


이런 면에선 디자인과 그림 그리는 일이 비슷한 것 같아요.

아주 조그만 차이로 완성도가 달라진다고 할까요.

그렇다고 제가 디자인을 잘한다는 건 아닙니다만

정교하자면 한 없이 정교하고 정확해야 하는 게 제가 경험한 디자인이었어요.


무슨 대단한 작업을 하는 건 아닌데, 저한테 중요하긴 해서 대충 할 수가 없어요.

이렇게 심벌을 바라보고 있자니 사명감을 가지고 디자인하시는 분들이 존경스러워집니다.

디자인 역시 하나의 전문 분야였던 것을요.


그러니 진도란 게 빨리 안 나가요.

후딱 하면 좋은데요.


뭐든지 해봐야 많이 배우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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