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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림 May 25. 2022

눈빛만 봐도 알아요

수만 마디의 말 대신 그림 한 장

‘그림으로 말하는 시간'

자잘 자잘한 말보다 때론 한 번의 눈짓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해요.

나이 들어가면서 얻어가는 것은 포커페이스가 아닌가 싶어요.

나의 기분을 감추지 못해 어설프게 다 들켰던 어린 시절과 달리

이젠 웬만한 일로는 표정 하나 바뀌지 않는 포커페이스의 소유자가 되어가는 것 같아요.

어디서 누구를 만나든 그럴듯하게 스며들어갈 수 있게 된 것 역시 세월이 준 흔적이에요.


그러나 지나가는 시간과 쌓이는 연륜도 눈빛은 가릴 수 없어요.


아니면 눈감기를 시전해야......




‘화룡점정(畵龍點睛)’을 아시나요?


오래전에 장승요라는 화가가 한 절에 용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았더랍니다.

이제 눈동자만 멋지게 그리면 완성인데.

완성을 앞두고 눈동자를 그리지 않더래요.

 

그래서 사람들이 그 이유를 물었는데요.

장승요는 눈동자를 그려 넣으면 용이 하늘로 승천하기 때문이라 했답니다.


사람들이 당연히 그 말을 믿지 않았을 거예요.

그러자 장승요는 그중 한 마리에 눈동자를 새겼대요.


눈동자를 갖게 된 용은
장승요가 말한 대로 벽에서 솟아나 승천하고,

눈동자를 그리지 않은 용은 그림으로 남아있었다는 이야기에서 유래되었어요.

죽어있던 용이 눈을 그림으로 인해 살아있는 생명체가 되었다는 건데요.

어떤 일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일컫는 고사예요.




<화룡점정(畵龍點睛)> - 오광우(吳光宇)




실제로 우리 얼굴을 그릴 때의 화룡점정은 눈빛이라 할 수 있어요.

눈은 마음의 창이라고 불리죠.

그리고 문학에 있어서의 눈은 사람의 마음과 정신, 영혼, 생명을 상징하기도 합니다.


일상생활에서도 눈빛의 중요성을 많이 느끼곤 하는데요.

사랑하는 연인, 아내와 아들, 오랫동안 함께 일한 동료와 눈으로 말하기.

다들 경험해보셨을 거라 생각합니다.

자잘 자잘한 말보다 때론 한 번의 눈짓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도 하는데요.


아래는 단원 김홍도가 그린 서당입니다.

인물들을 한 번 찬찬히 살펴보세요.

<단원 풍속도첩> 김홍도(金弘道)


화룡점정의 고수.
눈으로 말해요를 느낄 수 있는 멋진 그림이에요.


눈에 비치는 나의 마음만큼은 숨기기가 쉽지 않아서요.

내 마음을 감추고 싶을 때면 눈을 피하게 되는 것이 진리.

딴청 피우는 것처럼 고개가 하늘로 솟거나 땅으로 꺼집니다.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됩니다.






수업하며 아이들과 어울리다 보면 보다 투명한 눈들을 마주합니다.

말하지 않아도 느껴지는 마음에

저도 순수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 같아요.


꺼릴 것이 없이 선명한 희로애락을 표현해서

때로 거짓말을 좀 하더라도 보이는걸요.


그래도 짓궂은 아이들을 보면 약 오를 때가 있어요.




그럴 땐 꼬리를 확





 


그래서 저는 남녀노소 모든 수강생분들과 ‘그림으로 말하는 시간'을 갖곤 해요.

그림 한 장이 눈과 같은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인데요.

흰 종이에 쓱쓱 그려진 것들이 나의 마음, 관심사와 가치관이에요.



흰 종이에 쓱쓱 그려진 것들이 나의 마음, 관심사와 가치관이에요.



언어 표현이 성인들보다 떨어지는 어린아이들에게 있어서 그림은 하나의 소통의 수단이 되어서요.

조그만 손가락으로 그리는 어설픈 선과 원, 이 모든 것들이 모인 그림 한 장이 훌륭한 대변인이 되어줍니다.

그래서 아동들을 대상으로 그림을 통한 심리상담을 많이 이뤄지기도 하죠.

대화론 놓칠 수 있는 것들을 확인할 수 있어서요.


그리고


저 같은 어른이들에게도 아주 좋은 표현의 도구가 됩니다.

세월의 풍파로 인해 찐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언제인지 기억이 안나는 분들에게도,

포커페이스에 적당한 관계를 맺는데 익숙해진 분들에게도,

아무 말하고 싶은데 막상 돌아보니 들어줄 사람이 없어 아쉬운 분들에게도,

한 장의 종이는 마음의 창구가 될 수 있어요.




사람 사귀는 게 이젠 좀 귀찮은데
이미 살아온 세월이 있는데 예전에 있었던 이야기 또 할 필요 있나




저도 이렇게 생각한 적이 있는데요.

요즘 들어 이렇게 말씀하시는 수강생분들을 자주 만나게 되는 것 같습니다.

잘못되었다기 보단요.

그럴 땐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대신 그림과 대화를 나누실 수 있도록 시간을 많이 드려요.


옆에서 그림 그리는 모습들을 보면 느끼는 것이 많아요.

의도하지 않아도 그림을 주제로 대화를 나누게 되고,

말씀해주시지 않아도 그린 그림에 인생의 조각이 녹아져 있어요.


그래서 저는 그림을 마음의 창이라 생각합니다.



열정 만수르




그래서 저는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그림 그리는 것 추천해드립니다.

내 마음 표현의 또 다른 도구로 때로 필요하실 때가 있지 않을까요.








그림 그리는 것을 취미로 삼으면 여러 장점이 있을 텐데요.

그중 몇 가지 꼽아 보면요.


먼저는 특별한 기술이 필요하지 않고,

언제 어디서나 그릴 수 있고,

또 큰돈 들이지 않고도 가능하고,

또 솔직한 마음의 창구가 생기고,



.

.

.

.

.

엄청 많아요.



슬쩍 그림을 그려보자




내 멋대로, 내 마음대로 하면 안 되는 것이 많은 세상에서

종이 위에선 자유로워질 수 있으니 이것만큼 좋은 게 어딨겠어요.


가방에 굴러다니는 펜으로다가

카페에 비치되어있는 갈색 종이 한 짝에

내 앞에 있는 남자 친구 얼굴과

쪼끔 남은 아메리카노 한 잔 그려봅니다.


그리고 한 줄 쫙.


편안하게 그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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