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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감림 Mar 09. 2022

나만 알고 싶은 미술학원

멋진 선생님

 처음으로 근무했던 미술학원은 지인 소개로 들어갔던 분당의 한 미술학원이었습니다. 어머님들 입소문으로 꽤나 인기가 있어서 늘 북적북적한 학원이었어요. 한 번 출근하면 일하는 시간엔 의자에 앉을 틈도 없었으니까 원장님들 사이에 알짜배기라고 할 만한 곳이었습니다.


 아동미술학원은 보통 아이들 학교 스케줄과 학부모님들 퇴근 시간에 맞춰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물론 학원 운영 방침에 따라 소소한 차이가 있어요.) 제가 다니던 학원도 12시에 오픈해서 19시까지는 5세 ~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수업하고, 저녁에는 중고등학생들을 대상으로 취미 미술 수업을 병행하고 있었습니다.


 저는 오후 시간대 한 타임 당 6명의 아이들을 맡아 7시간을 수업하는 담임으로 근무하게 되었습니다. 저처럼 담임 선생님으로 계셨던 분이 두 분, 파트타임으로 일했던 선생님들도 몇 분 계시고, 원장님도 반을 맡아 수업하셨으니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학원이었죠.


 자신 있게 시작했지만 막상 수업을 이끌어보니 생각처럼 되진 않았습니다. 제가 알고 있는 지식을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쉽고 간단하게 이야기하는 것부터 낯설었죠.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할지 막막했거든요. 원장님이 그날의 수업 주제에 대한 커리큘럼을 주시지만 실전에 적용하는 부분은 순전한 제 몫이었습니다. 유독 까다로운 수업을 해야 하는 날이면 걱정스러운 마음이 앞섰습니다.



열심히 수업을 준비해도 수업 중 결과물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쫓겨야 했죠. 어느 정도 부모님들께 보여드림직한 그림을 그릴 수 있도록요. 그러니 아이들과 소통하기보단 '이건 저렇게, 저건 이렇게 그리자' 같은 지시어를 말하다 한 시간이 바쁘게 지나가더군요. 하루 일과를 끝내면 머리에서 수증기가 올라오는 것 같이 진이 빠져서 그만둬야겠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그런 제 발목을 잡았던 건 다음 날 만나는 아이들의 해맑게 웃는 모습이었습니다. 아이들의 표정에서 어떤 힘을 얻었는지는 모르지만요. 저는 이런 어려움도 이겨내지 못하면 앞으로 어디 가서 뭘 할 수 있을까, 최소한 힘들어서 그만두는 일은 없도록 하자며 마음을 새롭게 다잡았습니다. 그리고 어떻게 교육해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습니다.


 먼저는 옆 반의 베테랑 선생님들과 원장님을 관찰하고 조금씩 따라 하기 시작했습니다. 아, 이런 상황에서는 이렇게 하면 되는 거구나, 저런 케이스에서는 이런 방식으로 대화해보면 되겠다 적용하는 시행착오를 겪었습니다. 쉽진 않았지만 아이들과 소통하게 되면서 깔깔대며 배 아파 웃는 경험들이 쌓이기 시작했습니다. 두려웠던 수업이 즐거워지고 아이들이 기다려지고요. 그동안은 '제'가 어떻게 수업을 해야 할지 집중했다면, 이제는 수업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적응기가 지나니 불평은 줄어들고 아동 미술 학원에서 일하는 것에 대한 장점을 느꼈습니다. 사랑을 주는 만큼 변하는 아이들은 순수하고 예뻤습니다. 양질의 교육을 받으면 상대적으로 빠르게 흡수하고 응용에 적극적이었습니다. 아이들의 그림을 보면서 오히려 제가 배운 점들이 많았습니다. 꾸미지 않은 선들과 자기만의 개성, 내 그림에 대한 자부심들을요.


 원장님께도 어깨너머 많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원장님은 미대 졸업 후 계속 학원을 운영하셨고, 아이들과 함께 놀면서 수업하실 수 있는 유머러스한 분이셨어요. 원장님의 모토는 세상에 있는 모든 것으로 그림 그릴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서 커리큘럼에 커피로 색칠하기, 버려지는 폐기물로 입체물 만들기 등 여러 재료가 사용되곤 했습니다. 원장님이 밝으시다 보니 학원 분위기는 자연스레 떠들썩했고 이를 좋아하는 아이들이 학원에 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 외에 함께 일하던 3년간 학원 운영의 전반적인 과정과 노하우를 배웠습니다.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미술 교육 역시 이왕이면 좋은 곳에서 받고 싶으실 텐데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00권의 유명하다 소문난 학원, 해외에서 거금을 들여 사 왔다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학원, 시설 좋고 깔끔한 외향의 학원, 원비가 비싸다는 학원 등등 여러 기준으로 선택합니다. 


아동미술학원만 해도 형태나 사이즈가 다양합니다. 내 집 앞 작은 교습소도 있지만 지역별 프랜차이즈로 운영되는 곳도 있고, 작가들의 개인 작업실이나 집을 개조해서 수업하는 곳도 있습니다. 그 외에 개인 과외도 있으니 천차만별입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앞서 말씀드린 대부분의 미술학원을 거친 것 같습니다.

 

저도 보통 사람이라 처음 미술학원을 직장으로 선택할 때 규모나 크기, 유명세나 세련됨을 많이 봤습니다. 덕분에 유학 경험도 없지만 해외 유명 예술 대학의 프로그램이라는 것도 배워 가르쳐보기도 했죠. 한데 학원도 사람 같았습니다. 겉과 속이 일치하면 좋을 텐데 아닌 경우도 있고, 겉은 비실한테 속은 단단하니 반전미가 있는 곳도 있었습니다.


반전미 넘치는 학원의 비결은 선생님이었습니다. 동네 조그만 학원을 운영하시는 분이라 하더라도 선생님의 교육하는 마인드와 가치관에 감동받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거든요. 그런 경험들을 여럿 하면서 저 자신을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는 학원의 브랜드를 빼면 좋은 선생님이라 할 수 있을까, 양질의 교육을 할 수 있는 교육자일까.



 사람



처음 사람을 만나면 첫인상이 3초 이내로 결정된다고 합니다. 첫 이미지가 중요하긴 하지만 영원하지 않습니다. 대화를 몇 번 나눠보면 금방 상대에 대해서 알 수 있게 되죠. 전부는 아니더라도요. 학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나 혹은 내 아이와 만날 선생님이 '어떤 교육자'인지 여부가 가장 중요합니다. 보기 좋은 것이 먹기도 좋아 보이니 뭔가 대단한 것을 배우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좋은 프로그램도 좋은 선생님을 만나야 효력을 발휘하기 마련입니다. 교육은 사람이 하는 거지 프로그램이 하지 않습니다. 


교육자의 마인드와 가치관이 미술학원을 선택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이라고 해도 실제로 알아보긴 생각보다 쉽지 않습니다. 미술 관련 문외한인데 내가 알아볼 수 있을까 고민하실 분들이 계실 것 같은데요. 가장 쉽게는 학원에서 운영하는 홈페이지나 블로그를 통해 확인해보는 방법이 있습니다. 학원의 교육 이념과 가치는 어떤지, 운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의 내용이 정리되어 있을 텐데요. 진솔한 이야기를 확인하긴 어렵겠지만 큰 방향성은 알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중 몇 군데 상담 요청을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글로는 확인하기 어려운 많은 정보를 학원의 분위기와 선생님과의 대화 속에서  얻으실 수 있기 때문인데요. 다음 내용으로 대화해보시면 어떨까요.


학원의 운영 철학과 교육 이념

운영 중인 프로그램, 아이에게 해당하는 프로그램은 뭐가 있는지

우리 아이는 어떤 선생님을 만나게 되는지

저도 학원이라면 어느 정도의 외관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용하시는 분들의 편의를 위해서요. 하지만 특히 미술 학원은 원장님과 담당 선생님의 재량이 크고, 그 역량에 따라 수업이 많이 달라집니다. 교육의 주체가 교육자인 것처럼 미술학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시설도, 학력도, 프로그램도 아닌 멋진 선생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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