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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사과 Oct 02. 2024

소소한 일상 속의 열정

활활살롱의 소책자를 만들기로 했습니다

현재 <불씨에서 불꽃으로>라는 제목으로 연재 중인 브런치북은 활활살롱의 여정을 담은 에세이 글이고, 추후 정식 출판물로 제작이 되길 소망하게 됐습니다. 그 에세이 글은 한 편을 작성하는데 3~4시간 이상이 소요됩니다. 이런 식으로 가다가는 원래 생각했던 기간 안에 책으로 만들기 어렵겠더라고요. 그래서 다가오는 중요 행사 자리에서 활용할 활활살롱의 소책자를 만들기로 하였습니다. 매일 써서 빠른 시간 안에 책으로 만들어볼까 했던 브런치북 매일 연재는 기간을 이제는 좀 여유롭게 두고 꾸준히 써야겠다 하고 내려놓으니 한결 마음이 편해집니다. 


소책자는 아주 간결하면서도 임팩트 있으나, 따뜻한 치유의 힘을 담고 싶은데 과연 그 결과가 어떻게 나오게 될까요? 오늘 이른 새벽 4시, 잠에서 깨어나 소책자의 구성을 고민하고 생각하고 기획하고 아이디어를 끄집어내며 하루를 시작합니다. 평소라면 새벽수련을 하고 이제 슬슬 아침 독서를 시작할 시간인데, 오늘은 이 일은 오전 중으로 마무리를 해야겠다는 작정을 했습니다. 어제 하루 종일 일에 파묻혀 지내느라 아이들과 제대로 시간을 보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덕분에 집이 엉망이기도 하고요. 오늘도 오전부터 일정이 가득하게 차 있는 하루입니다. 아이들 등원시키고부터 바로 발도르프 교사 교육부터 시작해서, 산부인과 들려 병원 전원 서류도 떼야하고, 어제 아침부터 밤까지 종일 컴퓨터 앞에 붙어서 작업했던 나에게 쉼과 충전의 시간도 주어야 하고요. 덜컥 주말에 아이들을 데리고 갔던 플리마켓에서 즉흥적으로 구매해 온 유리 모빌이 집에 가져와보니 색상이 너무 마음에 안 들어 자꾸 눈에 거슬립니다. 그래서 어렵사리 다른 걸로 바꾸러 공방에 다녀오기도 해야 합니다. 소책자 표지와 레이아웃을 위해 참고할 다른 독립 서적을 살피러 동네 책방도 들려야 합니다. 당장 내일 있을 활활살롱의 치유 미술 작업 모임과, 다른 프로젝트 팀에서 초대해 주신 자리에 참여하기 위한 준비와 안내도 해야 하고요. 냉장고에 채소가 똑 떨어져서 장도 봐와야 하고, 아이들이 하원하면 어제 종일 일하느라 부실했던 저녁거리를 챙겨야 합니다. 엄마가 읽어주는 동화를 제일 좋아하는 아이들과 낄낄 깔깔 떠들며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자기 전에 가지고, 엄마의 일 때문에 자꾸 늦어지는 아이들의 잠시간을 원래대로 돌리려면 하루를 꽉 채우고 시간을 나누어 알차게 쓰는 수밖에 없습니다. 네, 오늘도 힘을 내야지요.


어제는 개인적으로 준비하는 뮤지션 활동에 대한 지원 프로그램 마감이 두 가지나 있던 날이었습니다. 다행히 10월의 첫날은 아주 잠을 푹 잘 잔 날이었습니다. 저는 수면시간이 충분하면 그만큼 에너지가 충전되어 하루를 살아갈 아주 큰 원동력이 됩니다. 새벽에 평소처럼 수련하고, 아이들 아침을 챙기면서 책을 읽으며 하루를 시작했습니다. 밤을 꼬박 새우고 아침에 퇴근해 돌아온 남편이 잠시 눈을 붙이는 동안 급히 마당에서 라이브 영상을 찍고, 서류를 만들고, 작성하고, 보내는 일로 오전을 보냈습니다. 노래를 부르는 엄마를 재밌어하며 따라다니는 두 아이들은 제가 가사를 쓰고 멜로디를 붙인 <괜찮아, 바다여서>라는 곡을 잘 따라 부릅니다. 특히 둘째 아이는 정확하지도 않은 귀여운 발음으로 영어 가사도 따라 부르는데 어찌나 귀엽고 사랑스러운지 모릅니다. 영상을 편집하고 손보는 동안 잠에서 깬 남편은 저를 또 휘둥그레진 눈으로 쳐다봅니다. 그리고 또 이렇게 한 마디를 하고 지나갔지요.

"뭐 하냐? 콩트 찍냐? 콩트? 진짜 별 짓을 다한다. 생쇼를 하네 진짜로."


참 말을 예쁘게 할 줄 모르는 사람입니다. 어쩜 툭툭 내뱉는 말이 저럴 수 있을까 싶지만, 저는 웃음이 났습니다. 그러면서도 제가 쓴 곡의 가사를 흥얼거리며 따라 부르는 남편도 참 재미있거든요. 생쇼면 어떻고, 별 짓이면 어떤가, 내가 나의 어릴 적부터 꿈꿔오던 일을 행한다는 것 그 자체에 의미가 있으니까요.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두려워 뒤로 숨는 것이 아니라, 그게 가까이에 있는 남편 눈에는 우스워 보일지라도 무언가 내가 하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기뻤습니다. 


남편에게 오늘은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으니 아이들을 데리고 나가서 시간을 보내달라 부탁을 했습니다. 또 이렇게 구시렁거리는 사람입니다.

"쉬는 날이면 애들하고 보내야지, 뭔 일을 한다고. 애들하고 보낼 생각 안 하고, 휴."

맞는 말이지요. 그럼요, 그래서 아무 대꾸도 못했습니다. "미안해요, 오늘만 좀 부탁해요."라는 말 밖에.


도서관에서 빌려온 책을 잔뜩 들고는 도서관으로 향한 남편과 아이 둘. 집에 혼자 남은 저는 계속 남편이 했던 말이 떠올라 텅 빈 집에서 혼자 킥킥 거리며 웃었습니다. 그러면서 제주공익활동지원센터를 통해 진행될 힐링 콘서트 기획안을 원페이지로 작업해서 보내고, 10월에 있을 활활살롱의 특강 프로그램 모집을 위한 홍보 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장소와 내용이 전부 바뀌었다 보니 새로 작업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습니다. 특히 제일 어렵게 느껴지는 홈페이지 수정은 시간이 무척이나 오래 걸리기도 했습니다. 점심도 제대로 먹지 못할 만큼 집중하고 아침은 주인집 아저씨께서 오랜만이라며 사다 주신 롤케이크로 해결하고, 점심은 군고구마로 해결했습니다. 독서대전에서 전시, 홍보, 판매를 하실 수 있도록 10일 작가 체험 프로젝트를 9월 중에 급하게 진행했는데, 멤버 중에 한 분이 용기 있게 도전하셨고 원고를 다 완성해서 보내주셨습니다. 그와 관련된 일을 출판을 도와주실 대표님과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틈틈이 곧 있을 행사들에 대한 장소 조율, 시간 조율, 내용 조율, 여러 일들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습니다. 또 독서대전에서 활활살롱을 알리고 홍보할 수 있는 홍보물을 제작했습니다. 이벤트 배너와 함께, 아이들을 위한 풍선, 형광펜까지 세 가지 디자인을 하고 주문서를 넣었습니다. 금세 오후 5시가 되어 아이들과 남편은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여전히 컴퓨터 앞에 머리를 콕 박고 있는 저를 창밖으로 지켜보는 남편의 표정과 눈빛은 저의 등줄기에 식은땀을 내게 만들었습니다. 열심히 일하고 있는데 뭔가 죄를 짓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건 집에 돌아와도 여전히 아이들을 챙기지 않고 있다는 남편의 불만이라고 혼자 느껴서일까요? 


엄마랑 놀고 싶고 엄마한테 들러붙는 아이들에게도 미안한 마음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저녁식사도 남편 손에 대충 소고기를 구워 먹는데, 재빠르게 한살림의 마른 두부를 으깨어 만들어뒀던 곰취 장아찌를 잘게 잘라 섞고 마요네즈와 올리고당, 후추를 넣어 두부 요리를 만들어 식탁에 곁들였습니다. 일이 아무리 바빴지만 저녁 식사에 뭐라도 일조했다는 그런 것이었지요. 저녁 식사가 마치고 나면 재우는 일은 저의 몫입니다. 식사와 동시에 육아 퇴근을 하는 남편은 도서관으로 향하고, 저는 왔다 갔다 치우면서 일하면서 아이들을 살피고 재울 준비를 했습니다. 하다 보니 벌써 9시 반이 넘고 10시가 다 되어갑니다. 그래도 오늘 이 정도면 급한 일은 해치웠다는 안도감과 함께 동시에 아이들의 취침시간 9시가 지났다는 죄책감이 밀려옵니다. 


하루를 열심히 놀며 보낸 아이들은 종일 머리를 잔뜩 쓰며 열일했던 저에게 사랑 가득한 뽀뽀를 가득해줍니다. 한참 말이 많이 늘은 아들은 "따랑해! 따랑해에!!"라며 앵무새가 말을 계속 반복하며 따라 하듯 누워서 말놀이로 종알종알거립니다. 그 소리를 들으면 저절로 피로가 싹 풀리고 입가에 미소가 지어집니다. 

저에게 폭 안겨서 귀엽고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엄마, 좋아~"라고 말하는 딸에게 대뜸 물었습니다.

"엄마가 너무 일을 많이 벌렸을까? 내가 다 해낼 수 있을까? 학교 과제도 하나도 못했는데 잔뜩 밀려있고.. 빵빵이 나오기 전에 마무리 지어야 할 일들이 너무 많아서 말이야."


딸은 제 이야기가 무슨 말인지, 어떤 의미인지 과연 알고서 이 대답을 한 걸까요?


"아니, 괜찮아! 해, 할 수 있어!"


아이들의 사랑을 듬뿍 느끼며, 내가 왜 지금 이렇게 하고 있는지에 대한 당위성을 다시 한번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오늘은 또 어떤 하루를 살게 될까요? 매 순간마다 실재하며 오늘도 살아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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