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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사과 Oct 27. 2024

서로의 연결, 첫 만남의 설렘

활활살롱의 첫 만남 OT

24년 8월 3일 토요일.


8월 1일부로 온라인 공간에서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그 첫 활동은 다름 아닌 ‘1일 1독 습관 만들기 챌린지’였습니다.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독서를 한다는 것은 특히 엄마들에게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아니, 쉬운 일이 아니라는 표현보다 거의 기적에 가까운 어려운 일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루의 빠듯한 시간을 쪼개고 쪼개어, 잠깐이라도 나만의 시간을 만들기 위한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라는 것을 직접 해본 사람이 아니라면 공감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그 시간이 휴대폰을 멍하니 바라보거나 여러 자극적인 영상들을 보며 나의 여러 불안 요소를 증폭시키고, 사회적 비교로 괜한 내면적 갈등을 만드는 데 쓰는 것보다, 나를 지킬 수 있는 나만의 도피처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됩니다. 그 도피처가 바로 책이라는 사실은 굉장히 큰 자아 희열감을 줍니다.


저는 맨땅에 삽질이 전공입니다. 

아주 깊이 있고 분석적으로 따지고 생각할 줄은 잘 모르지만, 일단 해야겠다고 결심하면 즉시 행동으로 옮기는 큰 장점이 있습니다. 그래서 아직 만나지도 못한 사람들과 온라인에서 미션 챌린지를 만들어서 바로 시작해버렸습니다. 서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끼리 소개나 대화조차 나누지 않고, 우리가 모임을 통해 추구하고자 하는 것을 일단 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습니다. 물론 한 번은 만나야 했습니다. 순서나 시기상 공식적인 활동이 시작되기 전에 오리엔테이션 자리를 마련해야 했지만, 그럴 시간과 여유는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우선, 초기에 약속했던 월 2회 중 1회는 온라인, 다른 1회는 오프라인 모임을 갖기로 한 일정부터 확정했습니다. 4명의 멤버들에게 각각 가능한 날짜와 시간을 물어 5명이 모두 참여하는 데 지장이 없는 골든 요일과 골든 타임을 찾아냈습니다. 그리고 다른 멤버들과 요일과 시간에 대해 상의할 때 절대 다른 사람의 일정을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누구 때문에 이렇게 해야만 한다는 이야기는 사소한 비난이나 화살이 돌아갈 여지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단톡방에서 대화하지 않고, 일일이 제가 일대일로 전화해서 조율하며 공식 모임 일정을 만들었습니다. 최종 확정된 일정만 각 멤버들에게 공유했습니다. 우리가 한 번 만나야 하는데,라는 운을 띄워 촉박하지만 다음 날 시간 되시냐며 주말에 만날 것을 제안했습니다. 보통 그 주의 주말은 이미 아이들과 무엇을 하기로 결정해둔 일정들이 많다는 걸 알면서도, 오리엔테이션 자리가 최대한 빨리 만들어져야만 머릿속에 구상하던 다른 것들을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그 주 토요일은 모두가 시간을 낼 수 있는 아주 럭키한 날이었습니다. 

저부터 주말 독박 육아가 정해진 토요일이라 아이 둘을 데리고 가야 했고, 다른 멤버 한 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으면서 엄마들이 편안하게 대화를 나누고, 진지하게 회의 같은 분위기를 조성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 시작했습니다. 서귀포 인근에 있는 북카페, 서점 등을 열심히 뒤지다가 우연히 한 곳을 발견했습니다. 아주 작은 책방 겸 카페인데, 야외 정원이 무척 아름다운 소박한 곳이었습니다. 통화를 해보니 대여비는 따로 없고 음료값만 주문해도 충분하다고 말씀해주셔서 장소를 그곳으로 하기로 했습니다.


직접 가보지 않으면 사진으로는 알 수 있는 것들이 무척 한정적입니다. 다른 무엇보다 우리가 앞으로 어떻게 꾸려갈지에 대한 진지한 대화 시간을 보장받을 수 있으면서도 아이들이 편하게 놀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된 공간이어야만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카페 사장님께도 다음 날 사전 답사를 위해 찾아뵙겠다고 이야기해두었고, 이튿날 방문해서 그 공간에 완전히 반해버렸습니다. 물론 야외 정원에서 책방 대표님과 이야기를 나누다가 온몸에 스무 방 모기자국이 붉게 부풀어 올랐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은 룰루랄라 콧노래를 부르며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다른 손님들과 섞이지 않고 오롯이 우리만 단독으로 이용할 수 있을 것 같은 아담한 공간과, 아이들이 답답해하거나 지루해하면 언제든 뛰쳐나가서 놀 수 있는 작은 정원이 더할 나위 없이 최적화된 장소라고 확신했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그렇게 만났습니다. 각자 설레는 마음을 가득 안고 모여 있었고, 애 둘 챙기느라 버벅거리는 제가 제일 늦게 도착했습니다. 차에서 재우려고 했던 둘째가 10분도 못 자고 깨어버려서 울고불고 난리가 난 덕분이었습니다. 덩달아 첫째는 제 다리를 붙잡고 낯선 공간과 낯선 사람들 사이에서 쭈뼛거리며 엄마만을 찾고 있었습니다.


아이들을 어르고 달래는 도중에, 책방 사장님께서 너무나도 후한 배려를 해주셨습니다. 그건 바로, 실제 거주하시는 공간의 거실을 내어주신 것이었습니다. 인원이 많거나 수용할 자리가 여의치 않을 때 한 번씩 거실에도 손님들을 모시고 있으니 부담 갖지 말고 마음 편하게 사용하라고 말씀해주셨습니다. 정말 완벽한 배려였습니다. 아이들은 집에서 놀던 것처럼 소파와 바닥에서 편하게 그림을 그리고 간식을 먹으며 놀았고, 우리는 큰 테이블 위에서 서로를 소개하고, 앞으로의 일정과 규칙에 대해 이야기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떻게 해서 이 모임에 참여하게 되었는지, 어떤 것을 이루고자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들은 제가 요청하지 않아도 저절로 술술 나오며, 이러한 시간을 얼마나 간절히 원하고 찾고 계셨는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어디선가 들었던 이야기에 살을 붙여보고 싶어졌습니다. 끊임없는 기록이 찾아다준 선물은, 다른 게 아니라 바로 나와 결이 같고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책을 읽지 않고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렇게 좋은 사람들을 이웃으로 두고 만날 일은 없었을 겁니다.


사람들을 만난 후에야 더욱 확신이 강해졌습니다. 

내가 하려던 일, 내가 하고자 하는 일, 내가 앞으로 계속 꾸려가고자 하는 일은 이것이 맞다라고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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