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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사과 Oct 01. 2024

불확실 속 확신의 불꽃

작당모의와 새로운 도전

때가 되면 우주가 알아서 기회를 열어준다는 것을 믿으시나요? 저는 믿습니다. 활활살롱을 만들고 멤버 모집을 하려던 차에, 마침 청년을 대상으로 하는 '작당모의' 프로젝트 인큐베이팅 지원 사업의 추가 모집 소식을 우연히 접하게 되었으니까요. 신청서 마감이 정확히 10일 남은 시점이었습니다. 신청 서류를 다운로드해서 열어보니, 그 과정은 여간 복잡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실행할 것인지 구체적인 계획안과 예산안을 작성해 제출해야 했습니다. 단 한 번도 이런 유사한 지원서 양식을 써본 적이 없는 저였지만, 이것이 분명히 확실한 기회를 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습니다. 다행히도 프로젝트를 시행할 팀원은 2명 이상이면 지원 자격이 충분했고, 신규 팀도 지원할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 혼자라도 단 한 명을 더 모으면 되겠다는 생각에, 10일 동안 멤버를 모집하기로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인스타그램과 블로그에 모집 글을 올려놓고 기다려도 아무에게도 연락이 오지 않았습니다. 개인 SNS 외에 별도의 온라인 카페나 커뮤니티에서 활동하지 않는 저로서는 어떻게 홍보해야 할지 막막했습니다. 육아 공동체를 모집할 때는 개인 SNS에 글을 올리자마자 곧바로 연락이 왔었지만, 이번에는 3개월 넘는 시간 동안 우울증으로 고립되어 SNS 활동도 중단한 상태였기 때문에 반응이 없는 것이 어쩌면 당연했습니다. 그래서 활동도 자주 하지 않는 지역 맘 카페나, 그나마 가입해 두었던 카페들, 중고 마켓 애플리케이션의 지역 게시글 등에 여기저기 올려보았으나 무반응이거나, 홍보 글이라며 글이 삭제되기 일쑤였습니다. 홍보나 마케팅의 근간이 없는 저에게 10일간의 멤버 모집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던 셈입니다.


신청서 마감일이 되어야 겨우, 마감 시간 1시간 전에 서류를 급히 작성해 보냈습니다. 예산서는 과거 자선 문화 예술 콘서트를 자비로 진행했던 경험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때의 삽질이 새로운 도전에 이렇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습니다. 그때 들었던 비용을 기준으로 4개월간 프로젝트의 큰 그림만 그리고 기획서를 만들어 제출했습니다. 다행히 팀원 충원이나 추가 모집이 가능한 열린 프로젝트였고, 저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결과를 기다렸습니다.


서면 심사에서 1차 통과 소식을 듣고 떨리는 마음으로 대면 심사를 보러 제주시로 향했습니다. 원래 면접 시간은 마지막 타임이었는데, 그 시간은 아이들이 하원하는 시간이었기 때문에 면접이 불가능했습니다. 그래서 담당자에게 시간을 조정해 달라고 요청드렸고, 다행히 배려해 주셔서 첫 번째 면접으로 시간을 변경할 수 있었습니다. 배가 불룩 나온 임산부인 저는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아침부터 운전해 가기란 무척 어려웠습니다. 아이들 등원시키느라 바쁜 오전 시간이기도 했고, 틈만 나면 졸리고 피곤한 상태였으니까요. 그래서 이른 아침에 아이들을 기관에 보내놓고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서귀포에서 제주시로 가는 버스 여행은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는 시간, 여러 번 갈아타고 환승하는 시간을 고려하면 최소 3시간에서 4시간이 걸립니다. 맨땅에 삽질하는 마음으로 이 정도 시간은 얼마든지 투자할 수 있다는 각오로 주먹을 불끈 쥐며 즐겁게 여행하듯 제주시로 향했습니다.


시간에 겨우 맞춰 도착한 저는 다른 두 팀과 함께 팀 면접을 보게 되었습니다. 한 팀은 무려 세 명의 멤버가 함께 왔고, 단체 티셔츠까지 입고 있어서 한편으로 부럽기도 하고, 동시에 부담감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저는 마땅히 자랑할 멤버도 없는 상황에서 혼자 여기까지 와서 무언가 해보겠다고 하고 있었으니까요. 의지만 가득한 채 면접장에 들어갔고, 심사위원들은 예상보다 많았습니다. 심사위원 6명이 팀마다 각기 다른 깊이 있는 질문들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저에게도 많은 질문을 해주셨는데, 명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제가 이 프로젝트에 지원하게 된 진심과 진실성만큼은 전달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한 심사위원 분의 말씀이 제 마음에 큰 불씨를 키워주었습니다.

"대표님 자체가 정말 훌륭한 콘텐츠 같습니다. 꼭 필요한 일을 하시는 것 같아요, 응원합니다."


그런 순간들이 있지 않나요? 말과 글로는 전달에 한계가 있더라도, 사람과 사람이 만날 때 그 너머에 있는 영혼들이 함께 교감하는 순간들 말입니다. 저는 한 시간이 넘는 면접 시간 동안 심사위원 분들과 그런 교감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부족한 제 말솜씨와 글솜씨를 넘어, 그들이 저를 이해하고 공감해 주는 마음이 큰 위로와 용기, 에너지가 되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되든 집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무척 가벼웠습니다. 흔들리는 버스 손잡이조차 경쾌하게 느껴졌고, 창밖으로 보이는 제주의 도심 풍경은 소박하면서도 따뜻하게 다가왔습니다. 내가 이 제주라는 곳에서 9년째 살고 있다는 선택이 참 잘했다고 느껴졌습니다. 결혼, 임신, 출산, 그리고 양육의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지만 그 모든 것이 경험이 되어 지금의 저를 만들었다는 사실에 감사함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저는 최종 합격 소식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추가 멤버 모집을 재빠르게 5일간 진행했고, 신기하게도 합격 이후에는 일이 잘 풀리기 시작했습니다. 결국 저를 포함해 독수리 오 형제 같은 다섯 명의 멤버가 모여 마침내 활활살롱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활활살롱은 다섯 명의 창립 멤버로 8월 1일부터 공식적인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빠르게 8월 3일 오리엔테이션을 진행하여, 제주 각 지역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온 멤버들이 처음으로 만났습니다. 비록 처음 만나는 사이였지만, 같은 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만큼 서로의 낯섦은 금세 사라졌습니다. 우리는 모두 비슷한 목표와 바람을 공유하고 있다는 그 공통된 에너지가 자연스럽게 우리를 하나로 연결해 주었습니다.

새로운 사람들과 함께 시작하는 일은 언제나 떨림과 설렘을 안겨주었습니다. 또한, 함께한다는 그 마음이 주는 큰 힘을 알고 있었기에 감사함과 행복이 넘쳤습니다. 그 순간들이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특히, 우울증으로 세상과 단절되었던 제가 다시금 세상과 연결되고 있다는 느낌은 저에게 매우 특별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잃어버렸던 세상의 한 조각에 다시 연결되는 감각과 같았습니다.


사실, 저는 리더로서 뛰어난 자질을 갖추거나 리더십이 탁월한 사람은 아닙니다. 흔히 말하는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예술적 기질이 다분하고, 즉흥적이며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향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성향 때문에 안정감과는 거리가 멀었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금방 지치거나 어려움을 느낄 수 있다는 점도 여러 경험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혼자 하는 일은 꽤 잘 해냈지만, 여럿이 협동하는 일에서는 미숙했고 그로 인해 실패하거나 관계에서 상처를 받은 적도 많습니다. 그 경험 때문에 사람들을 경계하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이번 활활살롱의 대표로서 무언가를 이끌고 나아가는 것은 저에게 새로운 도전입니다. 이전에 제가 알고 있던 저 자신을 넘어서 새로운 벽을 허물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습니다. 활활살롱에서 제가 추구하는 본질이 무엇인지를 계속 스스로에게 상기시키며, 멤버들과 함께 그 본질을 실현해 나가길 바랍니다. 그러기에 멤버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성실히 함께하는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만족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대표이지만 실무적인 모든 행정 업무부터 사무적인 일까지 혼자 맡아서 진행합니다. 기획부터 시작해 지원 사업 신청, 서류 절차, 일을 추진하기 위한 모든 외부 및 내부 커뮤니케이션을 혼자 도맡고 있습니다. 마치 큰 회사나 그룹에서 프로젝트 매니저 역할을 하는 것과 같다고 보면 될 것 같습니다. 동시에 프로덕트 매니저 역할까지 겸하고 있는 셈입니다. 물론 이 일이 결코 즐겁고 재미있어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도 그저 예술가로서 작품에 몰두하고, 작품의 역량을 키우는 일에만 온전히 시간을 투자하고 싶습니다. 하지만 빠른 추진력과 행동력, 그리고 매우 섬세한 디테일을 추구하는 저의 장점을 살리기에는 이보다 더 안성맞춤의 일이 있을까요? 주어진 능력을 마음껏 발휘하고, 이번 기회에 잘 연마해야겠다는 마음으로 스스로에게 버겁지 않도록 중심을 잡고 한 발씩 나아가고 있습니다. 나아갈 수 있는 힘은 함께 마음을 모아주고 보태주는 멤버들에게서 나옵니다. 그리고 이렇게 이 글을 읽고 저와 활활살롱을 응원해 주시는 여러분의 마음에서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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