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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사과 Sep 28. 2024

내가 선택한 길

활활살롱을 통한 성장과 치유

제가 활활살롱의 멤버를 모집하고 운영하는 모습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바라보는 사람들 중에, 유독 세모눈을 치켜들고 쳐다보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 사람은 누구일까요?


네, 바로 남의 편이라고들 말하는 남편입니다.

어느 날인가 지원 사업 관련한 발표 자료를 만들어서 정해진 시간까지 주최 측에 넘겨야 하는 일이 있었습니다. 아이들 저녁을 급하게 차려주고 난 뒤, 재우기 전까지 두 시간 안에 끝내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러나 저라는 사람의 성격은 고질적인 성격이지만, 대충 하는 게 잘 안 됩니다. 또 수정하고 또 수정하다 보니 시간이 자꾸 지체되는 겁니다. 아이들은 엄마가 일하고 있다고 신나게 웃고 떠들며 온 집안을 휘저으며 놀았습니다. 그래서 집은 쑥대밭이 되었죠. 이미 시간은 밤 10시가 넘고, 밤 12시가 다 되어갔습니다. 평소의 아이들 취침시간은 9시인데 말입니다. 저희 집에서 흔하게 있는 날이 아니었습니다. 보통 아이들을 재우면서 같이 잠드는 저에게도 처음 있는 날이었습니다. 저도 이미 너무 늦어버린 시간 때문에 등 뒤에 식은땀을 흘리며 빠르게 손가락을 움직이고, 굳어가는 머리를 어떻게든 깨우고자 종종거리고 있을 때였습니다. 귀가해서 돌아온 남편이 늦은 시간까지 자지 않은 아이들과 어지럽혀진 집을 보고는, 그 와중에도 컴퓨터 앞에 붙어 모니터에 머리를 콕 냅다 박은 듯이 몰입하고 있는 저에게 냅다 소리를 쳤습니다.


"야, 차라리 내가 재우게 너 나가!"


예전 같았다면 큰 싸움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그 말을 듣는 당시에는 마음에서 화가 불쑥 올라왔으니까요. 하지만 그날은 다르게 대응했습니다. 저는 이미 예전 버전의 제가 아니었습니다. 아이가 아빠와의 갈등 상황을 파악하고 울며 불평을 하자, 저는 차분하게 말했습니다.


"미안해요, 곧 끝나요. 제가 재울게요."

"지금 재우라고, 지금. 그냥 나가라고."

"애들 앞에서 목소리 낮추세요, 정말 곧 끝나요. 제가 재울 테니까 방에서 나가주세요."

"애들도 안 재우고 지금 뭐 하는 짓이냐? 활활살롱인지 뭔지 활활 다 불 싸질러 버리고 싶으니까 나가라고."

"알겠고, 제가 재울 테니 나가주세요."


발표자료 만드는 일을 허겁지겁 마치고 아이들을 재우는 동안 잠깐 생각을 해봤습니다.

'너를 치유하려고 글을 쓰는 건 좋은데, 굳이 모임까지 만들어야 해? 그냥 모임으로 족하면 됐지, 굳이 그렇게까지 또 일을 벌여서 진행해야 해? 그냥 그 에너지 쏟을 시간에 애들 한 테나 더 신경 쓰고, 집안일이나 더 하지 그래? 그래야 내가 편하고 좋은데.'라고 말하고 싶은 것 같았습니다. 남편의 반응은 그의 가치관과 기대에서 비롯되지만, 그가 저를 이해해 주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습니다.


그 옛날 조선시대나 지금 현대나 여성이 가지고 있는 위치, '엄마'라는 이름에 담긴 강요된 희생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무리 가정적이고 육아 참여를 잘하는 착한 심성을 가진 남편이라 할지라도, 결국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아내를 바라보는 마음의 근본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생각했습니다. 또한 한 직장에서 10년 넘게 안정적으로 근무하고 있는 남편은,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지 못하고 어느 곳에 소속되어 있지 못하며 여기저기 짧게 일하고 이 일 저 일 잡다하게 하는 저의 일들이 고정적인 수입이 없기 때문에 일로 바라보지 않는 것 같았습니다. 그저 저의 부산한 움직임들과 에너지들이 마치 꿀벌이 이 꿀에서 저 꿀 왔다 갔다 앵앵거리며 요란한 움직임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차라리 그럴 바에야, 그냥 집안일이나 하는 집순이 또는 온전한 전업주부가 되거나 아니면 아예 자기처럼 어느 한 직장을 다녀 꾸준히 돈을 버는 무언가를 하길 바라는 것 같았습니다. 남편은 안정적인 직장생활을 통해 안정감을 느끼고 있고, 제가 추구하는 다양한 경험들이 그에게는 불안으로 비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저는 한편으로는 그것이 몹시 부당하고 억울하다고 느꼈습니다. 저는 직장을 다닐 수 없는 종자로 태어난 사람임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명확한 당위성이 스스로에게 부여되지 않으면, 그저 위에서 시키는 일을 '네, 알겠습니다' 하고 따르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저라고 직장생활을 안 해봤을까요? 짧긴 했어도 여러 곳을 겪어봤습니다. 그러면서 아주 확실하게 일찍 알았을 뿐입니다. 저는 절대 월급쟁이 인생을 살지 못한다는 것을 말입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단 한 번도 회사원이 되겠다는 생각을 해 본 적이 없습니다. 대기업이든 취업이든 한 번도 마음을 둔 적이 없었습니다. 그저 10대 시절부터 사업을 꿈꿨습니다. 아주 어릴 때야 돈을 많이 벌면 우리 집안의 모든 문제가 해결되리라 생각해서, 돈을 많이 벌 것 같은 생각으로 사업을 하고자 했지만 20대가 되고 난 뒤에는 언제가 때가 되면 개인의 만족을 넘어서 이 사회와 세상을 위한 일을 하며 살리라는 당찬 포부가 있었습니다. 제 어려운 삶에도 분명히 이유가 있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으니까요. 내가 이 세상에 태어나며 나에게 주어진 것들이 대단하지는 않았어도, 나의 삶을 통해 조금이라도 나은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기 위해 태어났다고 스스로 믿으며 살아왔고 그것을 위안 삼아 버텨왔습니다. 특히 저의 고통과 아픔은, 그러한 고통을 느끼는 누군가를 이해하고 돕기 위해 주어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면 저는 이미 이 세상에 존재하고 있지 않았을 겁니다.


나비의 보잘것없는 작은 날갯짓이 나비효과가 되어 세상에 큰 영향을 끼치는 것, 저의 보잘것없어 보이는 무식한 삽질들이 언젠가는 이 세상을 좀 더 나은 곳으로, 좀 더 아름다운 곳으로, 좀 더 행복한 곳으로 만드는데 기여할 수 있을 거란 강력한 확신이 제 안에는 언제나 존재하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남편은 제가 활활살롱을 만들고 운영하면서 집안일과 육아가 소홀해질까 우려하는 것 같습니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만, 저 역시 저의 꿈을 실현하고자 하는 강한 열망이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습니다. 저는 사업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하는 목표가 있습니다. 그래서 소셜벤처사업이야 말로 저에게 최적화된 분야라는 생각이 듭니다. 차근차근 다져나가 ESG경영을 하는 소셜벤처 모델로 발전시키고자 합니다. 활활살롱은 그 시작의 작은 날갯짓입니다.


남편의 비판은 저에게 방향성을 다지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활활살롱의 철학과 목표를 분명히 해서 그것을 향해 아주 조금씩이라도 나아가야겠다고 말입니다. 나 스스로가 미션과 비전, 그리고 철학과 목표가 명확하지 않으면 이렇게 아주 가까이에 있는 사람부터 이해하기 어렵게 되고, 그러다 보면 오해할 수 있고, 어느샌가 나 스스로도 나침반을 잃어 쉽게 방향을 잃을 수 있을 테니까요. 그래서 머릿속에 둥둥 떠다니는 개념들을 꺼내어 이렇게 정리해 보았습니다. 저는 여전히 활활살롱의 목표를 위해 노력할 것이며, 이를 통해 저뿐만 아니라 우리 가족 모두와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것이라 확신합니다.



활활살롱의 철학:

모든 개인의 이야기는 소중하며, 이를 통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낸다.  

활활살롱은 모든 개인의 이야기가 소중하며, 그 이야기를 통해 사회적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믿습니다. 문학을 개인 치유와 공동체 연대감을 키우는 중요한 수단으로 여기며, 이를 통해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가치관과 신념을 공유합니다.


치유와 성장:  

글쓰기와 독서를 통해 개인의 치유와 성장을 추구합니다. 이를 통해 어려운 감정, 특히 우울증 등을 극복하고, 내면의 목소리를 발견하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양육과 본성의 가치:  

양육자의 경험과 본성의 갈등을 기록하고 공유함으로써, 일상적 경험이 사회와 역사 속에서 가지는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합니다.

공동체의 힘:  

활활살롱은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지원하는 과정을 통해 공동체의 힘을 강조합니다. 회원들이 서로의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장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합니다.

예술과 창조의 가치:  

문학, 글쓰기, 명상 등을 통해 창조적 표현을 장려하며, 이는 개인의 삶에 일상 예술을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믿습니다.


활활살롱의 목표:

정기적인 독서와 글쓰기, 명상 실천 지원:

매년 세 차례의 기수 선발을 통해 회원들이 꾸준히 독서와 글쓰기를 실천하도록 지원합니다. 월별 온·오프라인 글쓰기 특강, 명상, 힐링 워크숍, 독서 모임을 개최하여 회원 간 유대감을 강화하고,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커뮤니티를 형성합니다.

독서와 글쓰기 습관 형성:

회원들이 정기적으로 글을 읽고 쓰며 자신의 경험을 기록함으로써, 독서와 글쓰기의 습관을 형성하고 자기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치유와 발달 지원:

각 회원이 글쓰기를 통해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치유받을 수 있도록, 명상과 예술을 활용한 치유 프로그램을 제공합니다.

출판 및 전시 기회 제공:  

회원들이 쓴 글을 출판하거나 전시할 기회를 제공하여, 개인의 경험이 사회와 나누어질 수 있도록 돕습니다.

양육 경험 기록화:  

양육 과정에서의 다양한 경험을 기록하고, 이를 통해 공감과 인식을 확장하는 작업을 지속합니다.

문화적 영향력 확대:  

활활살롱의 활동을 통해 양육자의 목소리를 사회에 알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글쓰기와 독서, 명상의 중요성을 인식하도록 합니다.



활활살롱은 자기 발견과 성장을 통한 회복을 목표로 합니다. 우리는 문학과 명상을 통해 각자의 이야기가 사회에서 인정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하며, 커뮤니티를 통한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우리의 철학은 개인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한 공감의 힘에 있습니다. 참여자들은 서로의 이야기를 통해 상호 이해를 깊이 하고, 각자의 감정을 표현하며 치유를 경험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활활살롱은 모든 참여자가 자아를 찾고 성장할 수 있는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이 되고자 합니다.

우리는 함께 하는 힘이 소중하다는 믿음으로, 서로의 이야기를 나누고 지지하는 커뮤니티를 만들어 나갑니다. 저는 저와 인연이 닿는 분들이 활활살롱과 함께 삶의 여정을 지속적으로 탐색하며, 서로의 성장에 기여하는 시간을 만들어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글쓰기와 독서, 그리고 명상은 자기 이해와 치유의 도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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