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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보크 Mar 25. 2021

마녀와 그레텔

아마도 서른다섯의 노래



이러다 길을 잃어버리진 않을까


헨젤과 그레텔처럼

왔던 길 돌아가고 싶어도  

빵 부스러기 흔적 찾지 못하고

달콤한 과자 궁전의 유혹에

캄캄히 숲에서 저물어가며

결국 마녀에게 먹히지 않을까     


아니 어쩌면

난 이미 마녀가 아닐까

지나 온 상처가 남긴 가시로

뾰족 모자와 뾰족코를 만들고

누구든 뼈 속 깊이 찌를 수 있는 무기

비로소 얻은 마법의 빗자루 하나

쭈글거리고 말라 붙은 심장

그래도 지켜낼 수 있다면

마녀로 사는 것도 좋다고 말이야      


헤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 거야

그저 숲 속에 홀로 숨어 있었을 뿐


지난 과거가 그리웠겠지

버림받기 이 전의 시간들

네게서 돌아갈 그 답을 찾고 있었는지도 몰라     


그레텔,

마녀의 가마솥이 널 먹기 위해 끓었을까

그 속에서 이글거리며 죽어가는 그녀를 보며

넌 정말 만세를 부르며 행복했었니?   

 

그녀가 진짜  마녀라면 그  빈자리에

왜 행복은 채워지지 않는 걸까


그레텔. 그 숲에 가 보렴.

어딘가에서 흐느끼는 소리가 들 거야

두려워하지 마.

그녀는 결코 널 해치려 한 게 아니란다


거기서 넌,

어쩌면 우리들의 진짜 엄마를 만날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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