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설픈 기교는 부리기 싫어 "
보여줄 게 없네요
숨어 있을래요
등 돌리고 앉아
아무에게도 눈에 띄지 않길
그래서 더욱 그대 초라하게 여기던 그늘
혼자라서 편한 맘, 편치 않은 맘
그래도 빈 몸으로 세월 빚으며
그늘은 그늘을 키웠지
그대가 낳았던
화려한 꽃자리 지고
무성한 초록도 지고
우우우우 다 지고
마른 가지 끝 서늘함으로
비로소 들여다 본 그대의 내부
그대도 보았을까
그 여자,
우물 속 뿌리 깊이 묻어 온 그늘의 흔적
그늘이 그늘로 잠시 빛나는 순간
잎 지는 소리
가슴에 이르는 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