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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보크 Mar 16. 2021

백조를 꿈꾸는 오리에게

아마도 서른다섯의 노래

  

아이야

미운 오리 새끼가 백조가 된 건

더 이상 우리들의 희망이 아니란다

    

키워 준 엄마의 은혜에 감사 인사 잊지 않겠노라

눈부신 흰 깃털로 우아하게 내려온 백조

깃털을 부풀리며 한껏 여유 있게 날아 오른 후

한동안 모두 넋을 잃었지   

  

단 한 번만이라도 저렇게 폼나게 날고 싶어

저마다 제 안에 혹 숨어있을지 모르는 백조를 꿈꾸며

마을엔 미운 오리의 신화가 탄생했지  

    

우린 모두 닮은 점을 찾으려 애썼단다

새끼발톱이든 검은빛 부리든 커다란 머리통이든

아무도 개울가에 나와 물장구치며 놀지 않았어

새벽부터 일어나 호숫가를 떠돌며 백조를 찾았지


운 좋은 날엔

호수 위를  떠다니는 백조를 볼 수 있었어

그렇게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마치 우린 백조가 되어버린 듯했어


눈부신 흰 깃털을 만들기 위해

호숫가에서 하루 종일 깃털을 씻었으며

뒤뚱뒤뚱 걷지 않기 위해

다리 찢기를 연습하고

꽥꽥 울지 않기 위해

목청을 꿰매는 수술도 마다하지 않았어

    

지금 비록 몸은 고단하여도

강인한 정신력으로 언젠가 이룰

상승의 꿈

한 몸 기꺼이 바칠 수 있었

그들의 발톱을 깎아주는 일이라도

백조의 호가를 거닐 수만 있다면

냄새나는 개울가 흙탕물에 비길까


마을 어디서도 토종오리를 만나는 건 어려운 일이었어

모두 제 몸속 오리 근성을 숨기기 바빴으니까

오리 종이 사라지는 일이 진화라고 여기게 한

백조의 복수는 그렇게 끝난 거지





***

백조를 꿈꿨던 나의 미운 오리야

사랑하는 나의 아이야...


개울가 흙탕물이 널 기다리고 있단다

너와 함께 오리춤을 출 엄마가 기다리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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