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크보크 Mar 01. 2021

눈의 나라에서

서른의 노래

    

눈이 와요 당신이 잠든 사이      

기억해요?

가이가 가버린 눈의 나라

자꾸만 내 몸은 눈발에 허우적 끌려가는데

      

겔다처럼 올까요 당신은

가면 돌아올 길 없다는 그곳까지

     

진눈깨비가  덮어 와요

머지않아 심장 깊숙이

치유할 수 없는 여왕의 얼음조각이 박히겠죠  

    

함박눈 펑펑 내리던 날

포근할 것만 같은 눈 속에

두 눈 꼭 감고 번데기처럼 누워 있으면

머지않아 천사의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오를 거야

온몸이 꽁꽁 얼어붙도록 웅크렸던 기억

     

그날부터였까요

미운 건 예뻐 보이고 예쁜 건 못나 보인다는

악마가 보내온 깨진 거울 조각을 삼킨 건.  

   

아득히 먼 곳에서 날 부르며 찾아와 준 엄마,

아궁이 앞 따뜻한 그 빛에

언 몸을 녹이며  주룩주룩 눈물 흘리면서도


내일은 꼭 이곳을 빠져나가

이루지 못한 천사의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오르리라


현실은 순진하게 환상을 이기지 못하고

지금 이 현실을 아름답다 노래하지 못하게 하



 


***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의 주인공 가이와 겔다를 생각하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