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와요 당신이 잠든 사이
기억해요?
가이가 가버린 눈의 나라
자꾸만 내 몸은 눈발에 허우적 끌려가는데
겔다처럼 올까요 당신은
가면 돌아올 길 없다는 그곳까지
진눈깨비가 덮어 와요
머지않아 심장 깊숙이
치유할 수 없는 여왕의 얼음조각이 박히겠죠
함박눈 펑펑 내리던 날
포근할 것만 같은 눈 속에
두 눈 꼭 감고 번데기처럼 누워 있으면
머지않아 천사의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오를 거야
온몸이 꽁꽁 얼어붙도록 웅크렸던 기억
그날부터였을까요
미운 건 예뻐 보이고 예쁜 건 못나 보인다는
악마가 보내온 깨진 거울 조각을 삼킨 건.
아득히 먼 곳에서 날 부르며 찾아와 준 엄마,
아궁이 앞 따뜻한 그 불빛에
언 몸을 녹이며 주룩주룩 눈물 흘리면서도
내일은 꼭 이곳을 빠져나가
이루지 못한 천사의 날개를 달고 하늘로 오르리라
현실은 순진하게 환상을 이기지 못하고
지금 이 현실을 아름답다 노래하지 못하게 하고
***
안데르센의 '눈의 여왕'의 주인공 가이와 겔다를 생각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