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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크보크 Feb 23. 2021

빛을 그리다

마흔의 노래

   

어느 계절을 좋아하냐 묻고

가을이라거나 겨울이라면 어쩐지 그가 좋았다

우린 친구가 될 수 있겠다 희망을 걸었고

대체로 비슷한 것끼리 모여 서로를 확인했다.

세상을 아는 건 우리라 여겼다    

무엇 때문이었는지 모른다

그렇게 그늘만을 골라 사랑했다

뜨는 태양보다 지는 노을이 좋았고

아침 햇살보단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좋았다

봄꽃보다 시들어 뒹구는 낙엽

풍성한 열매보다 그 아래 숨 뿌리를  본다 믿었다

    

태양보다는 달의 기운을 받고 태어난 탓인지   

양기를 주체할 수 없어 반대의 극을 사랑했는지

그저 지난날의 결핍이 만든 상처인지

까닭을 알 길 없지만 순진한 환상은

몸을 비는 현실 앞에 마냥 울어야 했다    


여전히 어느 계절을 좋아하냐 묻고

가을과 겨울의 정서로 서확인했지

가을이라 답한 친구의 가을이 어느 날

오곡백과 풍성한 가을이었음을

그제야, 가을의 여러 빛깔확인했다

로는

오롯이 늦가을만을 사랑한다고

말하는 버릇마저 길렀다   

 

늦가을을 사랑하는 병이 불러일으킨 것인지

생은 뒹구는 낙엽처럼 쓸쓸해져 갔

내가 사랑해온 계절에

온전히 몸을 담근 후에야

비로소, 봄이 그리워졌다

한 줌 봄볕이, 한없이 그리웠다  

 

모두 이 겨울을 겪었던 것일까

지웠던 친구들의 얼굴이 하나 둘 떠올랐다    


어쩌면 나는 봄 속에서 겨울을

빛 속에서 어둠을 그려왔는지 모른다


이젠 겨울 속에서 봄을

어둠 속에서 빛을 그리는 중이다    

그렇게 계절을 한차례 순행하고 돌아와  

봄 속에서 겨울을, 겨울 속에서 봄을 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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