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시시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크보크 Apr 14. 2021

고개 넘어, 마흔

마흔의 노래

 


가끔     

지친다고 말했고      

말속에서 잠시      

휴식을 취할 때가 있었어.     

나른한 오후 햇살에 스르르      

그렇게 쉬고 나면 힘을 얻기도 했지     


노래를 동경했어     

노래에 취해 예까지 왔다고     

노래하고 싶어 견디노라고     


서러워 서른이었을까     

노래를 따라갔지만 노래가 되지 못했지     

노래에 속았다고  노래를 저주했어     


거죽만 남은 알몸으로     

목욕탕 후미진 곳에 앉아,         

이곳은 내게 어울리지 않아     

나의 노래는 여기서 끝이라고     


부옇게 서린 안갯속     

그늘은 흔적을 남겼을까        


등을 밀어주마  다가 온 아주머니   

    

갚을 힘이 없어요

세상의 친절이 두려워요     

당신의 등을 밀어드릴 힘이 없어요

      

그리 말하 내게  

마음 다 안다는  눈빛으로     

   

"등에 사마귀가 큰 걸 보니     

제 몸 보다 무거운 짐을 지고 겠네..."


그분은 셨을까

그 말씀


세상의 인정을 구걸하며      

제 힘에 겨운 짐 지고

우물 속 기어가던  달팽이 

 

두레박으로 끌어올려

물속 제 모습 비추게 해 준   

  

인생을 퍼올린 보시였다는 걸  

  





***

마흔. 

내게 등을 밀어주마 다가오신 아주머니,

당신께 이 노래를 바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낙엽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