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근길

by 감자발

출근길, 전철 안

앉아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데 누가 날 찔렀다.

내가 눈을 뜨고 올려다보자 파마머리를 한 아주머니가 보였다.

선크림을 바르다 마셨는지 한쪽 볼에 허옇게 뭉쳐져 있었고

뭔 짐이 그리 많은지 어깨에 주렁주렁 메고 있었다.


“옆으로 좀 가줬으면 좋겠는데...”

“예?”

내 오른쪽은 임산부 배려석이었고 왼쪽은 빈자리였다.


“예 왜 그러시는데요?”

“그냥 좀 옆으로 가주면 안 될까요?”


거기서 실랑이를 하기 싫어 나는 왼쪽으로 자릴 옮겼다.

그 아주머니는 내 옆에 앉더니 주렁주렁 메고 있던 짐을 임산부 배려석에 올렸다..


“임산부 올 때까지만...”

‘참나! 저기가 짐 칸인가? 바닥에 내리면 될 것을~’


두 좌석을 차지한 아주머니의 표정은 세상에 부러울 것이 없어 보였다.

이해할 수 없었지만 침묵.


환승역에 도착해서 내리는데 아주머니도 내리셨다.

많은 짐을 가지고 어찌나 빨리 움직이시는지 금방 시야에서 사라져 버렸다.

갈아타려고 승강장으로 들어서는데 인산인해였다.


너무 놀라워서 사진을 찍고 싶었지만 이상한 사람으로 오해할까 봐 그만두었다.

여기저기서 불만의 목소리가 튀어나왔다.

역무원이 나와서 사람들이 엉키지 않게 줄을 세우자 근처에서 한 아저씨가 소리쳤다.


“지연이 되면 미리미리 공지를 해야지 이게 뭐야!

출근 시간에! 장난치나 이거!! 일들을 하는 거야 뭐야!! 엉?”

“죄송합니다.”


이미 흥분할 대로 흥분한 사람과 실랑이 해 봐야 무슨 소용이 있을까?

젊은 역무원이 무슨 죄가 있으랴... 본인 탓도 아닌데 욕받이를 하고 있었다.

곧 열차가 도착했고 몸을 어거지로 끼워 넣었다.

다음 역에서 어느 아주머니 한 분이 탔는데 내 앞으로 오더니 말했다.


“좀 지나갈게요~"

말씀은 하셨지만 길을 비켜 드릴 수는 없었다.

사람으로 꽉 차서 발 디딜 틈도 없는데 어디로 비켜달란 말인가?

아주머니는 어거지로 밀치며 지나가려 했다. 나도 넘어지지 않으려고 버텼다.

가까스로 지나가시자 아주머니는 나를 한번 쏘아 보고

다시 자신의 핸드폰을 바라보더니


“아. 씨 밀고 지랄이야~”


혼잣말처럼 내뱉었지만 주변 모든 사람들에게 들렸다.

지랄이야? 지랄이라는 단어가 내 귀에 정확히 박혔고 나는 살짝 흥분했다.


“아줌마! 뭐라고요?”

언성을 높이자 그제 서야 아주머니는 높임말을 썼다.


“왜 안 비켜주고 밀어요 그럼!!! 좀 비켜주지!!”

“아니 아주머니 어디로 비켜요 사람 많아서 옴짝달싹 못하는데

눈으로 좀 보고 다니세요! 왜 아침부터 욕을 하고 그래요?

누구는 욕 못 합니까? 시원하게 욕 좀 해 드려요?”


내가 눈을 부라리며 대꾸하자 아주머니는 그제야 고개를 숙였다.

그렇지만 연신 나를 힐끗 거리며 계속 못마땅한 듯 중얼거렸다.


열차는 너무 꽉 차서 더 이상 탈수 없는 지경까지 되어 터지기 일보 직전이었다.

하지만 다음 정거장에서 여지없이 출입문은 열렸다.

수많은 사람들이 어떻게든 비집고 타려 하고 문은 닫히려 하고,

열차의 출발이 지연되자 아까 역무원에게 호통치던 그 아저씨가 또 소리쳤다.


“아 진짜 거참 매너들이 없네! 못 타겠으면 다음 열차 타요!!

사람들이 말이야~ 지각하겠네~

다음 꺼 타라고요!! 좀!!”


지하철을 전세 낸 듯이 꽥 소리를 지르자 타려고 시도했던 어떤 분은 화들짝 놀라 포기하고 다시 내렸다.

그 아저씨 덕분인지 이내 잠잠해지더니 곧 열차가 출입문을 닫았다.

천신만고 끝에 회사에 도착했지만 지각을 면할 수는 없었다.

여러 가지 상황들에 웃음이 났지만 참 쉽지 않았던 출근길이었다.

뭐 이런 게 사람 사는 풍경 아닌가? 싫으면 자가용 운전하고 다니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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