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곰

by 감자발

우리집과 학교 딱 중간의 거리에 범정이네 집이 있었다.

아침에 학교를 가면서 늘 범정이네 집에 들러 같이 등교를 했다.


“범정아 학교 가아자~”

내가 소리치면 늘 범정이는 밥을 먹다가 나와서 양치질을 하고 고양이 세수를 했다.

덩치도 큰 녀석이 작은 수돗가에 쭈그리고 않아서 씻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웃음이 나왔다.

같은 반인 우리는 늘 함께였다.

놀 때도 밥을 먹을 때도 자전거를 탈 때도 늘 같이 붙어 다녔다.

범정이는 나보다 머리 하나가 더 있었고 덩치도 커서 같이 다니면

시비를 거는 아이들이 없었다.

반 아이들을 괴롭히진 않았지만 누구도 감히 우리 둘을 건드리지 못했다.

나는 힘도 세고 착한 범정이가 너무 좋았고 듬직했다.

둘이 같이 있으면 무서울 것이 없었다.


그렇게 범정이랑 재미있게 지내고 있는데 어느 날 서울에서 전학생이 왔다.

이름은 조상훈! 작지만 야무진 녀석이었다.

운동도 잘하고 공부도 잘하고 잘생겨서 모든 아이들의 선망의 대상이었다.

나도 호기심에 녀석에게 다가갔는데 성격도 밝고 호탕해서 금방 친해질 수 있었다.

상훈이와 붙어 있는 시간이 많아지자 범정이와는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겼다.

나는 셋이 같이 친해지고 싶어서 어떻게든 같이 어울리려고 노력을 했지만

이상하게 범정이와 상훈이는 서로 잘 맞지 않는 것 같았다.

상훈이네 집에는 최신형 컴퓨터가 있어서 자주 놀러 가서 게임을 즐겼고

특히 어머니께서 호프집을 운영하셔서 맛있는 치킨도 자주 튀겨 주셨다.

심지어 상훈이가 없을 때도 범정이랑 둘이 호프집엘 가서 치킨을 얻어먹은 적도 있었다.

아주머니 정말 맛있었습니다. 그때는 정말 고마웠습니다.


난 두 친구 모두와 친했지만 범정이와 상훈이는 이상하게도 가까워지지 않았다.

뭐 그렇게 그냥 지내는 것도 나쁠 것 없다고 신경 쓰지 않았다.


그날은 내가 조금 늦게 일어나 범정이네 집에 들르지 않고 곧바로 학교로 간 날이었다.


‘범정이 녀석! 벌써 학교에 가 있겠지?’

하며 교실 문을 들어서는데 아이들이 웅성웅성하는 소리가 들렸다.

친구들은 나를 보며


“자발아 범정이 울어!!”

“뭐 왜?”

범정이 자리로 가보니 그 곰 같은 놈이 웅크리고 엎드려서 꺼이꺼이 서럽게 울고 있었다.


“글쎄 주먹으로 한대 맞고는 저러고 있어..”

“뭐라구? 어떤 새끼가 범정이를...”

내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교실을 둘러보며 소리치자,

민규가 나를 갑자기 끌어당기더니 속삭였다.

이야기를 다 들은 나는 당황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상훈이와 범정이가 다툰 것이다.

곰같이 큰놈이 강아지만 한 작은 놈한테 맞아서 울고 있었던 것이었다.

그것도 주먹 한방에 나가떨어졌다. 충격적이었다.

믿음직스러운 나의 범정이가...

친구들 말이 큰 언성이 먼저 오갔고 그 작은 상훈이가

왼손으로 자신의 오른 손목을 부여잡고 뛰어오르듯 날아

범정이의 얼굴을 후려갈겼다는 것이었다.

믿을 수 없었지만 본 친구들이 모두 한소리로 그렇게 말하는데 정말 충격이었다.

한참 만에 울음을 그치고 일어난 범정이의 얼굴은 심하게 부어 있었다.


‘아이고 덩칫값도 못하는 바보 같은 녀석...

아니지 뛰어올랐다잖아? 혹시 서울에서도 사고 치고 전학 왔나? 저런!!’


궁금해서 두 녀석한테 도대체 왜 그랬냐고 물어봤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상상으로만 짐작할 뿐 그들이 싸운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


- 상상


“상훈이 너 자발이랑 이제 놀지마!! 나랑 원래 친했는데 이제 너랑만 놀잖아!!”

“그런 게 어디 있냐? 다 같이 친하게 지내는 거지”

“뭐 자식아 아주 혼나볼래”

“한번 해보자는 거야!!”

“어쭈 쪼그만 놈이 까부네~ 아이고 이걸~”

“그래 쪼그만 놈이다. 어디 맛 좀 봐라~”


부웅~ 퍽!


“아 악!!” “엉엉~”


그 후로 녀석들은 더욱더 서먹 해졌고 난 중간에 끼어서 매우 난감한 나날들을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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