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고 다니던 10년 이상 된 국산차가 똥차로 느껴질 때쯤
아내와 나는 자동차 매장을 돌아다녔다.
자동차 매장이 모여있는 거리, 우리는 그곳을 둘러보기로 하였다.
먼저 우리는 국산 자동차 매장에 들어갔다.
차량에 대한 설명을 듣고 시승 가능하냐고 묻자 딜러는 지금은 시승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어쩔 수 없이 시승을 못하고 예약만 한 채 발길을 돌렸다.
‘콕 찍어 놓은 자동차였는데...’
아쉬움을 뒤로하고 매장을 나오는데 주변 수많은 수입차 매장의 간판이 보였다.
한참을 쳐다보며
‘에이~ 이건 아니지. 찻값이며 유지비며 감당이 되겠어?’
체념했지만 내 생각을 눈치챈 아내는...
“에이 뭐 어때? 구경이나 해보자~”
“그럴까?”
신이 나서 처음 들어간 곳은 ‘링컨‘이라는 브랜드의 매장이었다.
말끔하게 차려입은 젊은 딜러가 우릴 작은방으로 안내했고
간단한 다과와 레몬이 든 레몬주스를 대접했다.
프라이빗한 공간이었고 대형 디스플레이어가 차량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었다.
국산차 매장과는 사뭇 다른 풍경이었다.
딜러가 시승도 해보라고 하자 우리는 시승을 하기 시작했다.
편안한 승차감에 특히 시트가 편했다.
어느 정도 시승을 하는데 딜러가 스티어링 휠을 마구 돌려 댔다.
난 영문을 몰랐지만 가만히 보니 차가 급격한 방향 변화에도 안정감을 잃지 않았다.
명차가 틀림없었다. 더군다나 동급 대비 엄청난 사운드 시스템에 귀 호강까지 하면서
시승을 끝마쳤다.
딜러가 계약을 권했지만 그냥 견적서만 받아서 매장을 나왔다.
두 번째로 들어간 곳은 ’BMW“라는 매장이었다.
설명을 듣고 시승을 하는데 앞서 한 차량과 큰 차이는 없었다.
그렇게 시승을 하던 중 딜러가 말했다.
”자 이제 모드를 변경해 볼까요?“
그러더니 변속기 옆에 있는 스포츠 모드 버튼을 눌렀다.
계기판이 붉게 물들더니 마치 나에게 ‘달려 봐라 한 번!’
이라고 외치는 것 같았다.
난 엑셀을 깊게 밟았다. 차는 총알같이 튀어 나갔고 그 순간
나는 BMW의 매력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었다.
나를 보고 눈치를 챈 딜러는 계약을 하고 가시라고 했지만 꾹 참고 견적서만 받아 들고 다음 매장으로 향했다.
‘메르세데스 벤츠’
현실 외제차의 끝판왕이자 누구나 탐내는 저 삼각별!
우리는 벤츠 매장으로 향했고 역시 상담을 받으며 시승까지 끝마쳤다.
아까 BMW에서는 내 눈에서 하트가 발사되었다면 지금 이 매장에서는 아내가 감탄사 연발하며 두 눈에서 하트가 연신 발사되고 있었다.
여자들이 벤츠에 환장한다는 걸 새삼 느꼈다.
실내 또한 화려한 앰비언트 라이트로 치장되어서 여성이 좋아할 만 했다.
짜릿한 수입차 시승의 첫 경험을 마치고 우리는 집으로 돌아왔다.
정말이지 큰 경험이었고 처음 느끼는 감정이었다.
외제차는 전혀 생각지도 않았는데 우리는 이미 외제차로 생각이 돌아서고 있었다.
당연히 비용 지출 면에서도 큰 차이가 나서 망설일만 한데 외제차 뽕을 지대로 맞아 버린 우리 부부는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재규어, 랜드로버, 캐딜락, 렉서스 등 다른 브랜드 매장들도 모두 방문했지만 역시 결론은 두 브랜드였다.
‘BMW VS BENZ’
난 bmw, 아내는 벤츠를 원했다.
서로 너무 완강해서 의견이 좁혀지지 않았지만 결과는 예상치 못한 부분에서 나와 버렸다.
그것은 아들의 결정!!
시승할 때마다 뒷자리에 앉아있던 초등학생 아들의 선택은 BMW였다.
”내가 뒤에 다 타봤는데 뒷자리 승차감은 BMW가 좋았어요!!“
2:1. 아내는 눈물을 흘리며 결국 우리에게 양보했다.
서울 쪽이랑 프로모션 차이가 많다고 들어서 아내는 서울 쪽으로 딜러사마다 전화를 돌렸다.
벤츠는 할인 자체가 없어서 딜러사마다 차이가 없었는데, bmw는 기본 1000만 원은 할인받을 수 있었고 딜러사마다 100만 원 심지어 300만 원도 차이가 났다.
할인이 있다는 이점도 차량 선택에 큰 작용을 했다.
원하는 가격과 서비스에 계약을 하게 된 우리는 차가 나올 날만 손꼽아 기다렸다.
얼마 뒤 차를 가져다준다고 연락이 왔지만 우리 부부는 직접 가기로 하고 서울로 향했다.
서울에서 10년 타던 차를 중고차 딜러에게 넘기고 우리는 어느 숍에 들어섰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BMW가 엄청난 광채를 뿜으며 우릴 맞이했다.
유리막 코팅과 선팅이 막 끝난 차량은 화려하게 웃고 있었다.
입이 쩍 벌어진 우리 부부는 한동안 말없이 흐뭇하게 차를 바라보았다.
아내와 나는 딜러에게 작동 설명을 듣고 천천히 차량을 움직여 집으로 향했다.
설레는 마음에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차량이 너무 궁금해서 몇 번이고 왔다 갔다
어디 갈 일도 없는데 시트를 눕혀 놓고 음악을 들었다.
이 차가 내 차라는 것이 너무도 기뻤다. 잠이 오지 않았고 생각만 해도 ‘씩’ 웃음이 나왔다.
그런데 차량을 뽑은지 얼마 되지 않아 6개월 전부터 계획된 2주 여행을 가게 되었다.
보름이나 차가 주차장에 홀로 방치될 생각에 마음이 편치가 않았다.
여행 중에도 틈만 나면 차량 걱정을 하였다.
‘잘 있겠지? 별일 없을 거야~"
2주가 끝나고 집으로 복귀하자마자 나는 BMW로 달려갔다.
“안녕 비앰아~ 나 왔다~” 비앰이와의 여정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