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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상처

by 감자발

비앰이는 그냥 차가 아니었다.

생에 첫 외제차에 온전히 내 돈으로 이룩한 내 완벽한 프라이드였다.

너무도 아름다운 외관에 탁월한 운동성능, 풍부한 편의 장치.

우리 가족의 자랑이었고 귀염둥이였다.

난 더욱더 애착을 갖고 차량 관리에 열정을 쏟았다.

여기저기 커뮤니티를 이용하며 차량에 대한 특성을 공부했다.

관련 정보를 취득후 차에 적용하는가 하면 알고 있는 지식을 다른 사람들과 공유하기도 했다.

외관은 항시 청결하게 유지했으며 실내에서도 생수 말고는 아무것도 취식할 수 없게 가족들한테 단단히 단도리를 했다.

물론 가족들은 유난을 떤다고 날 비난했지만 본인들이 관리할 것이 아니라면 협조하라고 못을 박았다.

차량에 탔을 때 음식 냄새며 지저분한 쓰레기는 용납할 수가 없었다.

가족들도 나의 성격을 알고 있었기에 더는 말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직장에서 일하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여보 큰일 났어!!”

“왜 무슨 일이야?”

“비앰이가 다쳤어!”

“뭐라고? 사고 났어? 보험사는 불렀어?”

“그게 아니라 조수석 문을 열다가 기둥에 부딪혀서 기스가 난거 같아!!”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었지만 무결점인 비앰이가 상처 입었다는 소식을 듣고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퇴근하자마자 주차장으로 뛰어가 손전등을 비추어 보니 기스가 나고 1cm가량 파여 있었다.

시무룩한 얼굴로 돌아온 나를 보며 아내가 덧붙였다.

내용인즉 처제가 문을 열다 그런 것이었다. 평소 우리 차를 타지도 않았는데 그날따라 일이 그렇게 된 것이었다.


’제길 차를 저렇게 해 놨으면서 미안하다고 문자 하나가 없냐!! 참 예의 없네!!‘

평소에도 처제를 별로 탐탁지 않게 여겼지만 하는 꼬락서니를 보니 화가 더 치밀었다.

속으로 욕을 하면서 감쪽같이 처리할 수 있는 업체를 수소문했다.

여러 업체가 있었는데 비용이 대략 50에서 80만 원 선이었다.

돈도 돈이지만 괘씸한 마음에 집에 가서 와이프한테 뭐라 따지니

와이프는 짜증을 냈다.


“여보. 이제 그만 좀 해!”

와이프와 상관없이 성질 같아서는 당장 가져가서 고쳐 놓으라고 하고 싶었다.


’내가 유난을 떠는 것인가?‘


커뮤니티에 물어보니

-가족이 그런 것을 어쩌겠나?

-그냥 조용히 혼자 가서 고치세요~

-처제를 용서하세요~


모두 다 처제 편이었다.

내 돈으로 고쳐야 하나 고민했지만 아내는 어차피 차가 영원히 새 차도 아닌데 그냥 타자고 나를 설득했다.

그 말도 일리가 있었다.

’어쩌겠는가? 이 분노가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걸~ 내가 모자란 사람인 걸...‘


’이이~ 괘씸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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