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7년 10월로 접어드는 가을.
나는 분주하게 움직였다.
내일 아내 친구의 결혼식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결혼식 때 예복으로 받은 은갈치 수트를 꺼내서 다시 입어보고
곱디고운 구두도 꺼내서 신어 보았다.
강원도에서 치르는 결혼식이라 우리 부부는 하루 먼저 도착해서
다음날 결혼식을 참석하기로 했다. 수트는 크게 손댈 것이 없었는데
구두는 한동안 신지 않아서인지 광이 많이 죽은 것 같았다.
다 늘어난 런닝셔츠과 구두솔, 구두약을 준비했다.
구두를 꺼내 여기저기 살펴보면서 닦기 시작했다.
흠집이 날까 부드러운 런닝셔츠에 구두약을 묻혀 살살 문지르고 또 문질렀다.
군대에서 휴가 나갈 때 전투화 광을 내듯 세심히 문질렀다.
구두는 어느새 광을 되찾고 영롱한 광채를 뽐내고 있었다.
“와~ 그만 좀 닦아! 유리알이네. 유리알이야~”
아내가 지나가면서 말했다. 나도 ’이만하면 되겠다’ 싶어서 문지르는 걸 그만두었다.
현관 입구에 구두를 내려놓다가 문득 생각했다.
’4~5시간을 운전해서 가야 하는 길인데 구두는 불편하겠지?
편한 신발로 운전하고 가서 갈아 신어야겠다.‘
작은 쇼핑백에 신발을 넣고 구둣주걱까지 야무지게 챙겨 넣고
현관 신발장 한쪽으로 잘 모셔 두었다.
함께 가기로 한 친구들과 처제가 도착했고,
내 차에 달린 고장 난 내비게이션을 떼어내고 수경이에게 빌린 내비게이션을 연결했다.
“이상 없는 거 맞지? 강원도 산골짜기라 네비 없으면 못 찾아!!”
“아무 이상 없어요. 걱정을 말아!”
계속 확인을 하는 나를 그만 걱정하라는 듯이 수경이가 안심시켰다.
각자 준비를 마치고 점검한 후에 내 작은 차에 올랐다.
그 작은 차에 우리 부부, 수경이와 수연이, 처체까지 타니 엄청 비좁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우리는 강원도로 출발했다.
재잘재잘 떠들다가 아내가 말을 꺼냈다.
“이야~ 말도 마라~ 결혼식 간다고 구두를 얼마나 빤짝거리게 닦는지... 정말 못 말린다니까!”
“하하 깨끗하면 좋지!! 뭘 그래? 헉 ! 저런”
“왜 그래? 구두!!! 두고 왔어? 설마!!”
“신발장 옆에 고이 모셔 두고 그냥 왔네!!! 아이고 내 구두”
“어휴. 저런 바보 같으니라고!!”
“와하하하하!!!”
차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이 일제히 한바탕 웃었다.
손이 발이 되도록 비볐건만 정작 차 안에는 구두가 없었다.
나는 아쉬움의 눈물을 흘리며 강원도로 차를 몰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