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를 뒤로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아직 운전 실력이 서툰 나를 수경이가 놀렸다.
”오빠 밟아! 집에 언제 가려고~“
”소형차가 얼마나 잘 달린다고 그래~ 참내“
와일드한 운전 습관을 지닌 수경이가 볼 때 내 운전이 답답한 모양이었다.
더군다나 구불구불한 시골길을 얼마나 빨리 갈 수 있다는 말인가?
”오빠 저기 천천히 가는 xx 우유 배송차 보이지?“
”어 보이지. 저거~“
”한번 추월해 보는 게 어때?“
”저거야 쉽지~!“
나는 앞지르려고 시도를 해 보았지만 우유차가 일부러 그러는 것인지 추월을 하려고 하면
속도를 내 차랑 비슷하게 맞춰 버려서 쉽게 앞서 가지 못했다.
그러다가 기회가 생겨 우유차를 앞지르려 시도를 했다.
우유차에 집중한 나머지 바로 앞이 급커브 지역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했다.
거의 앞지르려던 순간 급커브에 내가 핸들을 급하게 꺾자 버티지 못한 차는 뒤가 털렸고
살짝 균형을 잃고 미끄러져 버렸다.
브레이크를 밟으니 뒤가 들렸다가 쿵 하고 떨어졌다.
모두 놀라서 조용해졌다.
물론 큰 사고는 나지 않았지만 차 안을 살펴보니 모두 얼굴이 흙색이 되어 있었다.
수경이는 그 뒤로 빨리 가자고 재촉하지 않았다.
천천히 가는 것이 죽는 것보다는 낫다고 생각을 고쳐먹은 모양이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속도로에 진입했는데 갑자기 하늘이 울부짖더니 장대 같은 비가 쏟아졌다.
너무 많은 비로 한 치 앞도 분간할 수 없었다.
비상등을 켜고 거북이처럼 달릴 수밖에 없었다.
양옆으로 빗속을 가르며 속력을 내는 차들이 많았지만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캄캄한 칠흑 속 운전, 폭우 속에 고속도로 운전.
정말이지 제대로 운전 연습을 하는 친구의 결혼식 여행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는 허기를 달래기 위해 식당에 들어섰다.
수경이가 강원도 출발 전부터 이야기했던 회 맛집이었는데 메인 회보다 밑반찬이 더 푸짐했다.
정말 굉장한 맛이었다.
한참 허기를 달랜 우리는 어느새 안정을 되찾았다.
”오빠 아까 많이 놀랐지?“
수경이가 미안했던지 내 눈치를 살폈다.
”아니 뭐 별로~ 그럴 수도 있지.“
말은 그렇게 했지만 이미 놀란 내 등짝은 아까부터 흥건히 젖어 있었다.
그렇게 절친 결혼식 여정은 마무리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