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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결혼식2

by 감자발

강원도 산골짜기는 멀었도 험했다.

더군다나 나의 서투른 운전 실력은 이 모든 상황을 더욱 가중시켰다.

나는 아내의 놀림을 받으면서 4시간 정도 운전을 했다.

이상하게도 좀처럼 목적지가 나오지가 않았다.

강원도 산골짜기에 들어서니 비슷한 곳을 계속 빙빙 도는 듯한 느낌이었다.

결혼식 당사자인 상민이 형한테 전화를 걸었다.


“거의 다 온 거 같은데 길을 모르겠네요~”

“뭐가 보이는데?”

“너무 어두워서 잘 안 보이는데 마을회관 같은 거 보여요~”

“그럼 길 하나잖아? 쭉 들어오면 된다. 1시간 정도 더 들어와야 돼!”

“알겠습니다.”


일단 시키는 대로 쭉 들어갔다.

전화상에는 갈림길이 나오면 왼쪽으로 꺾으라고 말을 했는데

아무리 가도 갈림길은 나오지가 않았다.

주변은 금세 칠흑같이 어둑어둑 해졌고 주변이 온통 산길이라

어디가 어디인지 도대체 구별할 수가 없었다.

초행길에 믿었던 네비도 정신을 못 차리고 길을 찾지 못하자 한숨이 절로 나왔다.


’도대체 여기가 어디란 말인가?‘

어둑어둑한 밖을 바라보며 한탄만 할 뿐이었다.

스마트폰도 없던 시절.

가로등 하나 없는 시골 산길에서 무슨 수로 길을 찾는단 말인가?

차에 타고 있던 사람들은 지쳐서 죄다 곯아떨어지고

그나마 네비 주인인 수경이가 정신을 차리고 나와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아마도 자신의 네비가 정신을 못 차리는 미안함 때문이었을 것이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군인이 차를 가로막았다.


“잠시 검문 있겠습니다.”

“아? 예~”

“초행길인데 길을 잃어서요. 시내 쪽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는지...”

“이쪽 길은 부대로 들어가는 길이라 다시 되돌아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단결!”

“아. 예 고맙습니다. 고생하십시오~”

뻘쭘하게 차를 돌려 다시 나왔지만 여기가 어딘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다.


때마침 전화를 건 상민이 형과 계속 통화를 하며 군부대를 벗어났지만

여전히 헤매고 있었고 죄다 비슷해서 분간이 어려웠다.

그나마 출발 전에 연료를 가득 채워온 것이 정말 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마에는 땀이 흐르고 정처 없이 헤매는데 또 저 앞에 군부대가 보였다.


’아이고 차를 돌리자! ‘

보초를 서는 군인이 웃고 있을 것 같았다.

천신만고 끝에 그 갈림길이라는 곳에 다시 도착하니 상민이 형이 웃으면서 맞아주었다.

마치 산에서 내려온 신선을 본 느낌이었다.


“와 도착이다!!“

드디어 안도했고 다들 녹초가 되어서 숙소에 짐을 풀었다.


“아이고 고생했다. 다들 와줘서 고마워~”

“이야~ 형 반가워요~ 진짜 시골이네요~

얼굴 보니 도착을 하긴 했네요~ 결혼식 준비는 잘 된 건가요?”

“뭐 준비랄 것이 있나 다 도와준 덕에 내일 식만 올리면 될 것 같아!”


3개월 전 우리 부부가 결혼을 먼저 하면서 가르쳐 준 그대로 결혼식을 진행했기에

시골임에도 수월하게 결혼식을 준비할 수 있었다.

메이크업에 웨딩 촬영까지 아내가 많이 도와주었다.

곧 부부가 될 친구 내외가 각종 음식을 준비해서 밥상을 차려 주었지만

우리들은 늦은 시간에다 너무 지친 나머지 강원도의 야경을 느껴보지도 못하고

다들 금방 잠이 들어 버렸다.


다음날 눈을 비비고 밖으로 나가서 아침 공기를 콧속으로 집어넣었다.

코가 뻥 뚫리는 것 같았다.

이런 곳에서 한 달만 지내면 지긋지긋한 비염도 모두 사라질 것 같았다.

수돗가에서 얼음처럼 차가운 물로 세수를 하니 정신이 번쩍 들었다.


‘와 장난이 아니네. 아이고 손시려워~ 진짜 산골짜기 시골이 맞구나!’


대충 식사를 마치고 저마다 단장을 한 우리들은 결혼식이 있는 예식장으로 향했다.


‘인물 예식장’

이름부터 예사롭지 않은 건물이 우리 눈앞에 나타났다.

낡은 건물이었지만 그 마을에서는 역사가 깊은 예식장이라고 했다.

상민이 형의 구두를 빌려서 신었지만 집에 두고 온 구두 생각에 못내 아쉬웠다.


‘에휴~ 반짝이고 이쁜 내 구두...“

난 발에 익숙하지도 않은 신랑의 옛 구두를 신고 식장에 들어섰다.

곧 결혼식은 진행되었고 식 중간에 신랑은 특별하게도 스스로 축가를 불렀다.


”무조건 무조건이야~ 짜짜라 짜라짜라 짠짠짠!!“

트로트 축가를 부르자 신랑의 부모님들, 동네 아주머니들 할 것 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덩실덩실 춤을 추셨다.

도시에서는 잘 볼 수 없는 진풍경이었다.

흥이 많으신 강원도 어르신들이셨다.

모두의 축복 속에 예식이 끝나고 식사 장소로 이동했다.

뷔페 대신 잔치국수와 갈비탕이 있었고 시골 인심인지 정말 푸짐한 잔치 음식이 차려져 있었다.

정말 맛있게 식사를 했다.

결혼한 부부와 인사를 하고 이제는 갈 시간이 되었다.

곳곳에 눈물을 훔치는 이들도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마지막으로 강원도의 맑은 공기를 한껏 들이마신 우리 5명은 다시 비좁은 차에 껴앉았다.

곧 집을 향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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