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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밤마다

by 감자발

‘일어나~’

아기를 꼭 끌어안고 작은 목소리로 아내가 속삭였다.


‘일어나라구~’

벌떡 일어나니 아내는 인상을 찌푸리며 밖을 가리켰다.

맨발에 슬리퍼, 깔깔이 (일명 : 군용야상내피)를 대충 걸치고 마당으로 나가 보니

역시나 그 녀석이었다.


“니 야옹~”

그 녀석은 나를 보자 눈빛을 한번 번쩍거리더니 이내 담을 뛰어넘어 사라졌다.

시끄러운 녀석의 울음에 아기가 깰까 걱정되었지만 다행히 아기는 곤히 자고 있었다.

‘도대체 왜 우리 집에 와서 저렇게 울고 있는 것인가?’

녀석은 밤이 되면 대문과 연결된 담과 창문 사이.

지하실 내려가는 통로 쪽 공간에서 자주 울어 댔다.

창문 바로 옆이라 침대에 누워있으면 머리맡에서 소리가 들려 여간 시끄러운 것이 아니었다.


길고양이가 울어 대는 날이면 난 자다 깨서 그 녀석을 내쫓았다.

‘여보~’

내가 한 번에 알아듣지 못하고 뒤척이며 잠에서 깨지 못하면

아내는 나를 발로 밀어 침대 밑으로 떨어뜨렸다.

이건 아니다 싶어 방도를 찾던 중

인터넷에 고양이가 냄새에 민감해 식초나 빙초산을 주변에 뿌려두면

그 냄새 나는 곳으로는 오지 않는다고 했다.

마켓에 가서 빙초산을 사서 그 녀석이 자주 나타나는 곳에다가

마지막 한 방울까지 아낌없이 들이붓고 잠을 청했다.


“니 야옹~”

소용이 없었다. 빙초산 따위를 무서워 피할 녀석이 아니었다.

나가 보니 그 녀석은 유유히 아랑곳하지 않고 울어 댔다.

‘잠도 안 자나 왜 밤에 울어대는 것인가!!! 아아~~’

그렇게 사투를 벌이는 날이 많아지고 난 점점 지쳐갔다.


그날은 눈이 많이 내리고 동네가 온통 하얗게 변했다.

그 녀석은 어김없이 밤늦게 다들 잠이 들 그 시간에 나타났다.


“니 야옹~ 니 야옹~”

오늘따라 시끄럽게 울어 댔다.

‘오냐 오늘 널 기필코.. 아주 혼쭐을 내주마!!.’

나는 슬그머니 현관문을 열었다.

녀석은 재빠르게 담 위로 뛰어올랐다.

내려가려고 밑을 보고 있을 찰나 내 손의 소라가 날아갔다.

화분을 장식하던 소라는 녀석의 옆 담벼락에 부딪쳤다.


“휘이익 퍽”

“끼~~ 야옹~”

묵직한 소리와 함께 녀석은 담 밑으로 뛰다가 놀라 자빠져 바닥에 데굴데굴 굴렀다.

‘지금이닷!!’

재빠르게 녀석을 쫓았다.

눈길에 녀석의 속도는 현저히 느렸고 초등학교 3년 동안 육상부 활동을 한 나의

칼루이스 발이 단숨에 녀석을 따라잡았다.

슬리퍼는 어디 갔는지도 모르게 맨발에 미친 듯이 눈길을 달렸다.

어느새 윗동네까지 따라붙었다.


‘다시는 오지마라!’

녀석이 눈길에 미끄러져서 허둥대는 찰나.


‘이때다!!‘

나 또한 넘어지면서 녀석을 덮쳤다.

하지만 역부족이었다.

녀석은 어느새 3미터 정도 되어 보이는 지붕에 올라서서 나를 한심하게 바라보고 있었다.


“냐아옹”

“쳇!!”

하얀 눈과 달빛과 가로등이 마치 대낮처럼 환했다.

녀석은 아직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뭐하냐 지금... 이제 안 오겠지 자러 가자~’

터덜터덜 슬리퍼를 찾아 신고 집으로 돌아왔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내와 아기는 곤히 자고 있었다.


‘아 언제쯤 편히 잠을 잘 수 있는가!“

그날 녀석은 다시 오지 않았다.


얼마 후 너무 시끄러워 나가 보니 이게 웬걸

어디서 데려왔는지 새끼들까지 가세해서 아주 합창을 하고 있었다.

’아 새끼를 낳았나 보구나! 이제 나도 모르겠다.‘

자포자기 심정으로 며칠이 지났다.


마당에 새끼 고양이 두 마리가 죽어 있었다.

우리만 시끄러웠던 것이 아니었다. 누군가 살해를 목적으로 음식에 약을 탄 듯했다.

너무도 시끄러워 미운적도 있지만 정말 누군가에 손에 죽임을 당하는 모습을 보자

마음이 좋지 않았다.

그 뒤로 밤이면 밤마다 나하고 뒹굴며 놀던 고양이를 볼 수 없었다.

’새끼를 잃은 슬픔에 어디서 또 울고 있겠지...‘


”니 야옹~, 니 야옹~“


제발 부탁이니 밤엔 자고 낮에 울어라! 이 녀석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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