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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좀치료

by 감자발

나는 강원도 화천에서 군 생활을 했다.

우리 부대는 특히 훈련이 많은 부대였다.

1년 내내 야외로 훈련을 다니느라 부대 안에 머무르는 시간이 짧았다.

어느 겨울 영하 20도 가까이 떨어진 날씨에 나는 혹한기 훈련에 참여했다.

두꺼운 얼음 위에 천막을 치고 너덜너덜한 침낭 속에 핫 팩 두어 개를 넣고 바들바들 떨며

잠을 청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지금도 그 장면이 꿈에 나오면 끔찍해서 소스라치게 놀라 잠에서 깬다.

그때 그 천막 취침으로 난 발에 동상을 얻었다.

훈련 복귀 후 발이 좀 괜찮아지나 싶더니 엄지발톱과 새끼발톱이 빠져 버렸다.


제대 후 새로 나온 발톱은 무좀균에 의해 잠식 당했다.

한 6개월 병원에서 지어준 약을 먹고 관리를 했더니 좋아져서

한동안 무좀을 걱정하지 않고 지냈다.

나이가 들고 40대 중반에 들어서자 이놈의 균들이 다시 나를 괴롭히기 시작했다.

뒤꿈치 각질, 노랗게 변해버린 발톱까지..

인터넷에서 광고하는 수많은 발톱 케어 제품을 써 봤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지긋지긋한 무좀' 결국 다시 병원으로 가야만 했다.


그러던 중 한 광고를 보게 되었다.


문제성 발톱 케어해 드리고 레이저로 관리해 드립니다.

단 돈 만 원에 체험할 수 있어요!!!


광고 밑에 전화번호와 이름을 남길 수 있는 빈칸이 있어 작성을 했다.

다음날 전화가 왔다.

“이번에 저희 병원에서 만 원에 이벤트에 연락처 남겨 주셨는데요...”

날짜와 시간을 예약하고 병원으로 향했다.

건물 2층, 3층을 다 쓰고 있었는데

3층은 피부과, 2층은 문제성 발톱 전문 케어를 하는 곳이었다.

2층으로 안내받은 나는 신분증을 보여 주고 접수를 했다.

사람이 많았다. 접수대 앞에 10명가량이 앉아 있었다.

무좀 환자가 많구나~

간단한 설문지를 작성하고 예약이 아무 소용 없는 듯 30분이 지나자

사무장이라는 분이 나를 상담실로 불렀다.

들어가니 발톱 케어 방법과 비용 등을 설명하였다.

레이저 치료 비용이 어마어마하게 비쌌다. 한쪽 발당 10만 원이 훌쩍 넘었다.

계속 돈 이야기만 하길래 물었다.

“이벤트는 도대체 뭘 해주신다는 겁니까?"

"이벤트는 그냥 살짝만 관리해드리는 거고 직접적인 치료를 하시려면 비용이 좀 듭니다."

"그래요? 이벤트라고 해서 왔는데 비용도 비싸고 이거 너무 한거 아닙니까?

그럼 얼마나 치료를 받아야 하는데요?"

"보통 6개월에서 1년 치료받으세요~ 그리고 10회, 20회 선결제 하시면 비용 할인되세요~"

이게 웬일~ 만원 생각하고 왔다가 돈 100 이상 결제할 판이었다.

"일단 한쪽 발만 해도 될 거 같으니 한쪽 발 10회로 하시죠"

카드를 내밀다가 멈칫했다.

"이렇게는 억울해서 안되겠습니다. 만원 생각하고 왔다가

돈 100만 원 이상 날아가는데 뭐 다른 서비스라도 해 주시죠~"

"예... 그럼.. 양 발뒤꿈치 케어해 드릴게요~"

"레이저는 한 쪽 발만 쏘나요?"

"예. 한 쪽 발만 쏩니다."

"그냥 양쪽 다 쏴주세요~"

"그건 비용이... "

"케어 잘해주시면 소개 많이 할게요!!"

"예 그렇게 하세요 그럼..."

특별 케어 두 개 약속을 받고 나서야 카드를 내밀었다.


의사 선생님과 상담 후 바로 케어실로 갔다.

뒤꿈치 각질 케어를 받았는데 매우 흡족했다. 간호사들의 손놀림도 예사롭지 않았다.

신선놀음이 따로 없었다.

옆방으로 가서 누런 발톱을 다 갈아내고 다시 다른 방으로 가서 레이저 관리를 받았다.

이 또한 신선놀음이었다.

여자들이 가는 네일숍도 이런 느낌일까?

비용이 비싸서 그렇지 정말 좋았다. 돈이 최고였다.


나중에 근처 사시는 장인어른한테도 추천해 드렸다.

꼭 예약하고 가시고 내 소개로 왔다고 말씀하시라고 신신당부했다.

2주 뒤 관리 날짜가 다가와 병원으로 향했다.


'장인어른까지 소개 시켜 드렸으니 오늘은 어떤 케어를 해달라고 할까?'

웃으면서 병원에 들어섰지만 그 사무장은 없었다.

그다음 번 관리에도 사무장은 보이지 않았다.


'눈치챘나? 아니다. 공짜 좀 그만 밝히자!! 가뜩이나 뚜껑도 다 날아갔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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