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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술카드

by 감자발

회사에서 일하고 있는데 아내에게서 연락이 왔다.

“여보 주말에 다이소에서 카드 긁은게 내역서가 없어~”

“뭔소리야 내역서가 없다니... 어제 영수증 안 받았어?”

“영수증 미출력으로 결제했어~”

“몇 천원 결제 하지도 않았는데 그냥 냅둬요~”

그리고 일주일이 흘렀다.

외출을 해서 볼일을 보고 다시 그 다이소로 향했다.

이번엔 대략 만원어치 정도 구매를 하고 계산을 위해 줄을 서 있었다.

“여보 저번주에 몇번에서 계산 했어?”

아내와 난 저번주에 카드 내역이 없었다는 걸 기억하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같은 계산대에 섰다.

그리고 같은 카드를 써서 결제했다.

우리는 저번주처럼 영수증 미출력으로 결제하고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재빨리 상점을 빠져 나와 길모퉁이에 멈췄다.

“여보! 여보! 빨리 카드 내역 확인 해 봐~”

“알겠어..”

잠시 뒤에 아내가 말했다.

“여보 웬일이니!! 카드내역이 또 없어!!”

“뭐라고? 다시 한번 확인해 봐! 그럴리가 없잖아! 카드를 계속 쓰는데

카드 내역이 없다니. 말이 되냐고!!”

정말이었다.

문자, 톡, 카드 앱까지 싹다 확인을 해봤지만

카드를 쓴 흔적이 어디에도 없었다.

진짜 누구 말대로 귀신이 곡할 노릇이었다.

도대체 무슨일인가? 이 카드가 정녕 요술카드란 말인가!

아니면 저 계산대가 고장인가?

분명히 결제를 했는데 쓴 흔적이 왜 없다는 말인가!

이상하지만 또 한편으로는 뛸듯이 기뻤다.

아무려면 어때 이 물품들은 공짜다!!

“와하하하. 이건 요술카드다. 요술 카드야.

우리가 착하게 산다고 신이 선물을 주신것이 틀림없다!!”

“ㅋ ㅋ 여보 다음번에 아들도 데려 옵시다.”

카드사에 문의도 해보지 않은 채 우리는 공짜라고 철썩같이 믿고 있었다.

아니 이 좋은 걸 굳이 알려서 좋을것이 없다고 생각했다.

다음 방문에는 아들, 장모님, 동생들도 필요한게 있다고 하여 더 많은 물품을 구입했다.

그리고는 또 같은 계산대 같은 카드로 결제를 했다.

역시 결제한 물품만 있고 내역은 없었다.

우리는 치밀하게 갈때마다 같은 계산대 같은 카드를 사용했다.

매일 매일 가고 싶었지만 양심상 결제 내역이 없는 카드를 그렇게 자주 쓸 수는 없었다.

어쩌면 이 행동이 범죄행위가 될 수 있지는 않을까?

겁이 났지만 외상이면 소도 잡아 먹는다고 우리는 이미 이성을 잃고 있었다.

그 저렴한 상점에서 총 결제 비용이 30만원을 향하고 있었다.


얼마 후 월급날이 되어 이체 할 곳이 있어 통장확인을 하는데

월급과 저번달 잔금의 계산이 맞지 않았다. 30만원 정도 돈이 비었다.

뭐지 다시한번 계산을 해 봤지만

저번달 잔금과 이번달 통장의 합에서 정확히 30만원이 비어있었다.

혹시 몰라 통장내역을 확인 한 순간 허탈함에 가슴이 철렁 내려 앉았다.


다이소 000원, 다이소 000원, 다이소 000원, 다이소 000원, 다이소.....


우리가 결제한 무수히 많은 결제 내역이 열거되어 있었다.

“여보 카드 그 카드 있잖아 카드 어디있어!!! 그거 내역 안남는거!!!”

아내 한테 건내 받은 카드를 살피던 내 눈에

자그마하게 아주 자그마하게 쓰인 영어 단어가 들어왔다.



che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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