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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 Apr 19. 2022

6월과 닮은 찬란한 스리랑카

온통 초록 세상, 힐링은 기본이다!

제법 강해진 햇살에 약간의 더위를 느끼는 4월. 지구 온난화 탓인지 봄을 느낄 새도 없이 여름으로 넘어가는 건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지만 곧 만나게 될 푸르른 6월과 뜨거운 8월을 맞이할 수 있다는 기대감 또한 상승한다.


날씨가 더워질수록 스리랑카에 대한 그리움이 커지는 것 같다. 나는 6월부터 8월을 가장 좋아한다. 사람들은 너무 덥다고 싫어하지만 나는 1년 중 가장 찬란한 시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에어컨이 없이는 잠들 수 없는 열대아가 이어지고, 양산과 선크림, 선글라스 없이는 나다닐 수 없을 만큼 자외선과 열기가 가득한 여름이지만 생명력이 주는 강력하고 찬란함은 이때가 아니면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에 11월은 내게 가장 슬픈 계절이다. 무더운 여름, 풍성한 가을이 끝나가고 긴긴 겨울이 시작되기 때문이다. 찬바람이 불어오며, 스산한 기운이 느껴지고, 하나 둘 떨어져 나가는 낙엽을 보고 있으면 내 마음도 울렁 울렁이고 만다.


그러나 겨울이 시작되면 또 좋다. 볼을 스치는 찬 바람이 매섭지만 따뜻한 집에 들어와 솜이불 속에 몸을 녹이며 휴식하는 기분은 어디에서도 느낄 수 없는 포근함과 안정감을 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계절에 대한 호불호가 분명한 편이다 보니 가장 좋아하는 6월을 닮은 찬란한 스리랑카를 사랑하게 된 것 같다.


석양이 지는 네곰보 바다


2010년 7월, 남편을 만나 8월부터 교제를 시작했다. 그리고 2011년 4월. 우리는 처음으로 스리랑카를 방문하게 되었다. 매년 4월 14일은 스리랑카의 설날인데 마침 설날 기간과 겹쳐 공항에서부터 평소 4~5시간이면 도착하는 시댁까지 꼬박 6시간 이상 걸렸던 거 같다.


새벽 비행기로 공항에 도착해 근처 숙소에 짐을 풀고 잠시 자다 일어난 스리랑카의 아침은 지저귀는 새들의 웃음소리와 집집마다 마당을 쓰는 비질 소리로 활기찼다. 1년 내내 비슷한 시간에 해가 뜨고 지는데 저녁에는 7시만 되어도 어두워지다 보니 사람들은 밤 9시 정도에 잠이 들고, 새벽 5시~6시 사이에는 활동을 시작한다. 멀리 학교나 직장을 가는 경우에는 새벽 4시에도 버스 정류장은 붐비기 마련이다.


Liverstone 올라가는 길에 만난 풍경
계곡에서 빨래하는 주민


스리랑카에 대한 첫인상은 6월의 싱그러움이었다. 움츠려 있던 새순들이 찬 기운을 몰아내고 봄의 에너지를 받아 한껏 푸르게 자신을 뽐내기 시작하는 6월. 들과 산이 온통 초록으로 물들어가는 그 생명력을 스리랑카에서 마주할 수 있었다. 섬 나라이지만 산과 계곡이 많은 나라답게 깊은 산속에서부터 흘러나온 물은 지역마다 작고 큰 계곡을 이루고 있었다. 사람들은 여기에서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고, 데이트도 하며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네곰보 해변 - 펜션

바닷가는 카메라를 들이대는 곳마다 한 폭의 풍경이 되어주었다. 키가 큰 야자수 사이사이로 들어선 펜션과 호텔에는 서핑을 즐기러 온 외국인들이 많이 있었고, 당시에 4만 원이면 에어컨이 시원하게 나오는 방에서 편안한 하룻밤을 묵을 수 있었다.


스리랑카를 방문하고 돌아갈 때마다 콜롬보에서 가까운 네곰보 바닷가에 펜션을 빌려 반나절 정도 쉬다가 저녁 비행기를 타고 한국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11~1월의 우기를 빼면 늘 맑은 날씨가 이어지다 보니 푸르고 예쁜 하늘은 기본 옵션이다.


언제 다시 찬란한 6월과 같은 스리랑카를 만날 수 있을까. 최악의 경제 위기로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선언했다는데 우리는 돌아갈 수 있을까. 올 해가 지나면 더 나아질까. 그렇지 않을 거라면 계획대로 9월에 돌아가야지. 빨리 만나고 싶다. 나의 스리랑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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