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AY May 23. 2022

입의 즐거움은 찰나의 행복이다

먹는 즐거움의 가치를 바꾸다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나니 몸의 변화뿐 아니라 생각에도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입의 즐거움은 찰나의 행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먹다 남긴 과자, 젤리, 사탕을 먹을 때가 많았다. 배가 부름에도 버리기 아까워서, 맛있으니까. 그래서 먹었던 간식들.


다이어트 전에도 도넛이나 초콜릿은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단 음식을 먹으면 속이 울렁거리고 매스꺼워지기 때문이다. 대신에 조미료가 많이 들어간 매운 음식을 더 즐겼지만 이 또한 다이어트를 시작하고 나서 피하게 되었다. 덕분에 입이 많이 심심해지고 자극적인 맛에 민감해졌다. 어제는 아이들이 남긴 편의점 김밥의 속만 골라 먹었는데 강한 양념 때문에 속이 뒤엉켜버렸다. 얼마 전에는 아이들이 먹는 하리보 젤리를 하나 먹었다가 너무 단 맛이 느껴져서 바로 물로 입을 헹구었다.


다이어트는 위를 작게 하고, 입의 감각을 예민하게 바꿔놓았지만 긍정적인 변화라고 받아들일 수 있게 된 건 '입의 즐거움은 찰나의 행복'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다. 값비싼 레스토랑에 가면 한 입 거리의 음식이 순차적으로 세팅된다. 이렇게 먹든, 저렇게 먹든 입을 통과하는 순간, 다 같이 뒤섞여 배출될 텐데 이런 사치를 즐길 필요가 있는지 궁금할 때가 많았다. 그런데 이제는 조금 이해가 된다. 맛은 입이 느낀다. 한 술에 배가 부를 수는 없지만 한 술에 입은 이미 소임을 다했다. 신맛, 짠맛, 매운맛, 단맛을 모두 느꼈기 때문이다.


다이어트는 배를 부르게 하는 게 아니라 적절한 양으로 영양을 채우고 불필요한 지방은 연소시키는 데 목적이 있다. 그래서 칼로리를 제한하고, 탄단지(탄수화물, 단백질, 지방)의 균형을 맞추고, 운동을 통해 신진대사를 활성화시켜 온 몸의 세포와 기관들이 제 역할을 잘 수행하게 함으로써 건강한 몸을 만들어간다. 그러므로 필요한 만큼만 잘 먹어주면 된다.


내 식단은 단순하다. 출근하는 날은 아침을 굶고, 점심은 샐러드+닭가슴살+두부+견과류+과일 위주의 식사를 하고, 저녁은 밥 대신 두부 반 모와 반찬을 먹는다. 국을 좋아했지만 다이어트 이후에는 건더기만 먹고, 반찬도 두부의 심심한 맛에 곁들이는 정도로만 즐긴다. 전체적으로 균형 잡힌 식단이라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나에게는 엄청난 변화다.


사람들은 힘들지 않냐고 묻는다. 다이어트는 의례 힘든 거니까. 그러나 나는 다이어트의 목적을 '삶의 가치관 변화'에 맞추고 있기 때문에 쉬엄쉬엄하고 있다. 아직까지 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 처방받은 약이 있어 약과 식단만 조절 중이다. 약에만 의존하면 요요가 올 수 있다는 것도 인지하고 있지만 앞서 말한 대로 다이어트의 목적이 단순히 살을 빼는 데에 있지 않다 보니 여러 가지 긍정적 변화에 만족하고 있다.


다이어트 한 달 차에는 의욕이 넘쳤지만 30일이 넘어서며 조급함이 앞섰었다. 체중이 많이 줄지 않았고, 간간이 간식도 즐기면서 죄책감에 힘들어하기도 했다. 그리고 50일이 넘어선 지금. 체중계의 숫자보다는 중요한 삶의 가치 변화에 초점을 맞추니 다이어트를 바라보는 시각 또한 달라지고 있다.


다이어트는 단거리 달리기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다. 긴 여정을 달리기 위해 힘을 분배할 줄 알아야 하고, 호흡을 고를 줄 알아야 한다. 누구보다 내 몸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고, 버틸 수 있는 정신력도 있어야 한다. 오롯이 나 홀로 달려가는 긴 여정을 가는데 매번 굶고, 제한하고, 자책하고, 포기하고. 그렇게 몸과 마음을 상처 내는 다이어트는 하고 싶지 않다. 꼭 맛보고 싶은 디저트가 있다면, 꼭 맛보고 싶은 음식이 있다면 즐겁게 한 입 먹으면 된다. 내 입이 보내는 즐거운 맛의 신호를 함께 즐기고, 다시 평소의 식단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렇게 쌓인 하루하루의 결과로 내 몸은 건강해지고, 삶의 가치 또한 변하게 될 것이다.

작가의 이전글 시어머니의 눈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