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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AY May 23. 2022

시어머니의 눈물

아이들에 대한 그리움

스리랑카의 경제 위기와 정치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총리가 사임을 하고, 새로운 총리가 임명되었지만 30% 이상 증가한 물가는 안정되지 못했다. 다행히 사람들의 분노는 조금 잦아들었다는데 외교부에서는 스리랑카 여행에 대하여 지난 5월 20일, 특별여행주의보를 발령했다. 비교적 치안이 좋아 한국 여행객들도 자주 찾았는데 한치 앞을 알 수 없는 상황에 괜히 마음이 술렁이기도 했다.


특별여행주의보가 발령된 그 날, 저녁. 시누이에게 연락이 왔다. 남편이 주말에 올 때마다 짧게나마 영상통화를 했었는데 남편이 회사를 옮기면서 2주에 한 번 집에 오다보니 시댁과의 연락 또한 뜸해졌는데 연락을 받자마자 전화를 걸었다. 평소처럼 첫째 시누이가 반갑게 맞아주었다. 그리고 시어머니가 전화를 받으셨는데 목소리에서부터 물기가 느껴져 무슨 일이가 싶었는데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셨다.


울먹거리는 목소리로 아이들 이름만 연신 부르시는데 통신상황이 좋지 않아 뚝뚝 끊긴다. 왜 우시냐고, 아프시냐고 묻고 싶은데 신할라어가 안 되니 답답하다. 전화를 끊고 남편에게 알렸다. 남편은 시댁과 통화하고 나서 어머니가 아이들이 너무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신 거라고. 9월에 돌아갈거니 조금 더 기다려달라고 위로를 해드렸단다. 암울한 소식들에 돌아가지 못하면 어떻게 될까. 한국에 남게 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을 했었는데 남편이 확고하게 '9월'에 가는 것으로 소식을 전했다고 하니 우리 일정에 변화는 없을 거 같다.


시어머니를 생각하니 한국에 남을 친정 부모님이 신경 쓰인다. 10여 년 동안 사남매의 임신과 출산, 육아와 성장을 모두 챙기셨던 두 분에게 아이들의 부재는 큰 외로움이 될 것이다. 알면서도 스리랑카의 삶을 선택한 나는 불효자식일까. 양가 부모를 모두 섬기는 건 이렇게 어려운 일일까.


엄마에게 시어머니가 우신 이유를 말하며 "엄마, 그러니까 빨리 스리랑카로 와. 내가 다 준비해둘께."라고 했다. 아직 연애조차 하지 않는 아들을 챙겨야 한다며, 본인은 괜찮다고. 너희가 가서 잘 살고 있으면 아버지 은퇴하고 나면 오시겠다고 한다. 그 날이 속히 오길 기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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